[은행경영분석]농협은행, 역대 첫 반기 순익 1조 클럽 가입기업대출 중심 이자이익 급증…부실여신 증가는 향후 과제
김형석 기자공개 2023-08-01 07:57:36
이 기사는 2023년 07월 31일 08: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협은행이 반기 실적으로는 처음으로 당기순이익 1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전 분야에서 고른 성장세를 기록한 영향이다. 이자이익에서는 우량한 대기업대출을 중심으로 기업대출 확대에 성공했다. 비이자이익은 수수료이익과 함께 유가증권 및 외환파생 수익이 급증하면서 순이익 증가에 힘을 보탰다.다만 부실여신이 증가하면서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이 증가한 점은 향후 과제가 될 전망이다.
◇ 이자이익 17% 급증…대기업 중심 기업대출 증가 효과
농협은행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5.1%(3241억원) 증가한 1조2469억원을 기록했다. 농협은행이 상반기 기준 순이익 1조원을 넘긴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1조8567억원으로 1년 전보다 28.3% 늘었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도 상승했다.지난 6월 말 기준 농협은행의 ROA와 ROE는 각각 0.64%, 11.42%를 기록했다. 이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0.15%포인트, 2.07%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농협은행의 실적 개선은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에서 고르게 성장한 결과다. 이자이익은 1년 전보다 17.4% 증가한 3조8318억원을 기록했다.
이자이익 확대는 순이자마진(NIM) 확대와 기업대출 중심의 성장 때문이다. 이 기간 농협은행의 NIM(카드포함)은 1.98%로 전년 동기 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
이 기간 농협은행의 기업대출은 9.5%(8조9788억원) 증가한 103조3598억원을 기록했다. 기업대출 중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분야는 대기업대출이다. 같은 기간 대기업대출은 25.4%(3조5595억원) 늘었다. 이 밖에 중소기업대출과 개인사업자(SOHO)대출은 각각 6.7%, 7.3% 늘었다. 공공기타대출은 31.1%(2조271억원) 증가했다.
반면 가계대출은 3.1%(4조1995억원) 감소한 130조1576억원을 기록했다. 여전히 전체 대출 대비 가계대출 비중이 크지만 기업대출과의 격차는 크게 줄었다. 가계대출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등 주택관련 대출이 1.9%(1조8161억원) 증가했지만 신용대출 등 일반대출이 14.6%(6조157억원) 급감했다.
비이자이익 역시 증가했다. 이 기간 수수료이익은 13.8%(461억원) 증가한 3807억원을 기록했다. 수수료이익은 여신 및 외환(30.6%↑)과 신탁(18.6%↑), 기타(13.1%↑) 등에서 대부분 증가했다. 유가증권 및 외환파생 상품 관련 비이자이익은 4112억원을 기록해 1년 전(1022억원)보다 4배 이상 증가했다.
◇ 연체율·NPL비율 상승…충당금 부담 커져
농협은행의 역대급 실적에도 불구하고 부실대출 증가는 해결해야할 과제다. 올해 상반기 기준 농협은행의 무수익여신은 전년 동기 대비 18.6% 증가한 5589억원에 달했다. 이 기간 NPL은 8514억원에 달해 1년 전보다 34.8% 급증했다. NPL비율은 0.07%포인트 상승한 0.29%를 기록했다. NPL을 세부적으로 보면 고정으로 분류된 여신은 전년 동기 대비 41.0% 증가한 4894억원이었다. 회수의문과 추정손실로 분류된 여신 역시 각각 46.3%, 3.3% 늘었다.
연체율 역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0.18%이던 농협은행의 연체율은 올해 상반기 0.35%까지 상승했다.
부실대출 증가는 충당금 부담으로 이어졌다. 이 기간 농협은행의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 전년 동기 대비 123.4% 급증한 6997억원에 달했다. 충당금 적립액을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렸지만 대손충당금적립률은 오히려 1.62% 하락했다. 현재 대손충당금적립률은 286.55%로 당국 권고치(100% 이상)를 크게 상회하고 있지만 향후 부실여신 증가에 따른 부담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고원가성예금 비중이 늘어난 것도 향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별도재무제표 기준 농협은행의 원화예수금은 1.2%(3조6746억원) 증가한 301조6407억원이었다. 다만 세부적으로 보면 저원가성예금 감소를 고원가성예금으로 채웠다. 이 기간 저원가성예금인 수시입출식예금은 14.7%(20조519억원) 급감했다. 줄어든 수시입출식예금은 정기예금 등 저축성예금으로 채웠다. 이 기간 저축성예금은 14.7%(23조7265억원) 늘었다. 저축성예금의 95%를 차지하는 정기예금은 15.8% 급증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기준금리 상승으로 주요은행들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수시입출식예금 확보 경쟁을 벌여왔다. 농협은행의 수시입출식예금이 1년 새 급격히 감소했다는 것은 그만큼 고객 관리에 실패했다는 뜻이다. 여기에 정기예금 등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예금으로 수시입출식예금 감소를 메운 만큼 향후 예금관련 원가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은행권 관계자는 "새마을금고 부실사태를 계기로 전 금융권에서 대출 부실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농협은행이 실적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리스크관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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