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풍향계]해상풍력 진출하는 세진중공업, 실탄확충 키워드 '매각''유휴부지·계열사' 정리 3년간 800억 확보, '경기변동 민감' 현금창출력 보완해법
박동우 기자공개 2023-08-04 07:30:45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31일 15:49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 협력사로 조선업계에서 입지를 다진 세진중공업은 산업 트렌드 변화와 맞물려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해상풍력 발전' 사업에 필요한 기자재를 양산하는 회사로 나아가는 비전을 설계했다.세진중공업의 신사업 자금 확충 기법을 상징하는 키워드는 '매각'이다. 2020년 이래 3년간 유휴부지, 비주력 계열사 등을 정리한 덕분에 800억원을 확보하는 결실을 얻었다. 조선업 경기 변동에 민감한 본업 현금창출력을 보완하는 해법이었다.
◇'하부구조물·변전설비' 생산기반 조성 목표
1999년에 출범한 이래 업력 25년차에 접어든 세진중공업은 데크하우스(선원 거주 공간), 액화석유가스(LPG) 탱크 등 기자재를 만드는데 잔뼈가 굵은 회사다. HD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 산업에 포진한 주요 대기업에 납품하면서 실적 기반을 다졌다. 2015년에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입성했다.
기자재 제조에 국한하지 않고 미래 성장동력 찾기에 나선 건 2010년대 후반이다. 2017년을 기점으로 실적이 급감하면서 신규 수익원 발굴이 주요 과제로 부상했다. 당시 연결기준 매출이 2518억원으로 2016년 4274억원과 견줘보면 41.1% 줄었다. 해상 크레인 제조에 특화된 계열사 디엠씨를 2016년 하반기에 매각하고, 해양 플랜트 사업이 위축된 영향 등이 복합 작용했다.
2017년에 100억원을 투입해 STX중공업의 자회사 일승을 인수하며 첫 발을 뗐다. 선박 전용 분뇨 처리기, 탈황 장비 등을 생산하는데 두각을 드러낸 업체였다. 국제해사기구(IMO)가 황산화물 배출량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과 맞물려 저감 장치를 탑재하는 선박 수요에 대응하고 실적 우상향을 이끌어내는 포석이었다.
경영진은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 분야로도 사업 보폭을 넓혔다. 본사가 자리잡은 울산광역시에서 해양 풍력단지를 조성하는 실증 사업에 착수한 데다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팽창하는 흐름을 주목했다. 세진중공업은 하부구조물(플로터)과 변전설비(OSS) 등을 양산하는 목표를 설정했다.
선결 과제로 '공장 구축'이 부상했다. 2022년 3월에 덴마크 기업 베스타스와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풍력발전단지 배후 부지를 확보하는 논의에 착수했다. 같은 해 8월에는 금양그린파워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변전설비 공급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뜻을 모으면서 전력 생산을 둘러싼 기자재 생산시설 확충 필요성이 한층 커졌다.
◇2020년 토지 팔아 640억, 2023년 에코마린텍 처분 140억
세진중공업 경영진은 풍력발전 기자재 제조시설 구축에 앞서 소요 자금을 충당하는 해법을 모색했다. 비주력 계열사를 정리하는 방안을 택했다. 이달 에코마린텍 지분 일체를 매도하는 결정을 내렸다. 8월 중에 현금 137억원이 사내로 유입된다. 에코마린텍은 2019년에 세진중공업이 환경기계 제조 부문을 물적분할하면서 설립한 업체다.
자회사 지분을 팔아 얻는 현금 등으로 세진이노테크가 갖고 있던 울산 온산 국가산업단지에 자리잡은 부지와 건물을 사들일 예정이다. 366억원을 투입하는 계획을 세웠다. 세진이노테크는 세진그룹 창업주 윤종국 회장의 딸 윤지현 대표가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린 업체로 세진중공업의 관계사다.
계열사를 매각해 자금을 조달한 건 자체 현금창출력의 변동성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선박 기자재 생산에 초점을 맞춘 본업 실적이 조선업 경기 순환과 연동하는 만큼 자금 확보 대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지난해 세진중공업은 조선사들의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가 늘어난 덕분에 일시적 수혜를 입었다. 별도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2021년 90억원에서 2022년 291억원으로 3배 넘게 늘어난 대목이 방증한다. 영업활동현금흐름(NCF)도 2021년 11억원 순유출이었으나 작년 238억원 순유입으로 바뀌었다.
덕분에 보유한 유동성이 같은 기간 266억원에서 401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3개월 만에 200억원 넘는 현금을 소진하면서 가용 자금은 올해 3월 말 기준 182억원으로 나타났다. 비주력 자회사를 처분하는 방안 모색이 불가피했다.
2020년 하반기에 '매각'으로 유동성을 확보했던 경험 역시 중요하게 작용했다. 당시 고려아연과 동박 생산 전문 자회사 케이잼을 대상으로 9만5733㎡ 면적의 부지를 처분했다. 이때 토지를 팔아 세진중공업이 얻은 금액은 637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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