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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tech with revenue]공대 출신 대표의 '발상의 전환'…싸이토젠, 빅파마도 주목①반도체 활용 '살아 있는' 암세포 채집, 진단 넘어 치료까지 공략

차지현 기자공개 2023-08-03 10:03:27

[편집자주]

신약개발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바이오 사업은 그간 가시적인 매출 구조를 마련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한국거래소는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요건으로 일정 규모의 매출 창출을 제시했다. 이제 기술력을 넘어 명확한 수익 모델을 입증해야 하는 시점이 도래했다. 신약개발뿐 아니라 의료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익구조를 마련한 기업의 경쟁력과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1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세계경제포럼(WEF)이 각각 선정한 '10대 유망 기술'에 모두 이름을 올린 분야가 있다. 침이나 혈액 등 체액으로 암을 진단하는 액체생검이다. 암 환자로부터 조직을 직접 떼어내 검사하는 기존 조직생검보다 환자의 고통과 위험 부담을 덜어준다. 시장 선점을 위한 국내외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다.

액체생검 전문 기업 싸이토젠은 혈액 속 암세포를 '살아 있는' 상태로 채집한다는 점을 차별점으로 내세운다. 대다수 액체생검 기업이 암세포가 파괴되고 남은 유전자 정보(DNA)를 검체로 사용하는 것과 다르다. 이를 통해 암 조기진단, 치료 모니터링, 항암신약 개발 등 암 관련 모든 과정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난공불락 CTC 추출, '반도체' 기술로 극복…높은 정확도 강점

싸이토젠은 세계 최초로 혈중종양세포(CTC) 기반 액체생검 플랫폼을 상용화한 기업이다. CTC는 혈류 속 존재하는 암세포다. 액체생검으로 암을 진단하는 대부분 기업은 암세포에서 떨어져 나온 DNA(ctDNA)나 암세포가 분비하는 신호전달물질(엑소좀)을 검체로 사용한다. CTC를 활용하면 이들 방식보다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이 훨씬 많다. 순도가 높은 데다 원발암(최초 발생암)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관건은 CTC 분리 기술이다. 혈액 1㎖엔 10억개의 혈구 세포가 존재하는데, 이 가운데 CTC는 1~10개 수준이다. 회수율이 낮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살아 있는 CTC를 온전한 상태로 검출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 바이오 기업 셀서치가 자성으로 암세포를 끌어모은 뒤 CTC를 수집하는 방법을 시도했으나, 이 과정에서 암세포가 변형되는 문제가 생겼다.

이런 난제를 푼 게 창업자 전병희 대표다. 그는 삼성전기 전략기획 고문을 지낸 자동차 공학 분야 전문가다. 바이오 전공자가 액체생검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유전자증폭(PCR) 기술에 집중할 때 그는 반도체 기술에 주목했다. 지름 5㎛로 미세한 구멍을 뚫은 반도체 칩에 혈액을 통과시켜 암세포를 거르겠다는 아이디어다. 일반적인 암세포의 크기는 7㎛ 안팎이다. 특수 코팅 처리로 CTC에 가하는 손상도 최소화했다.


이를 통해 정확도를 대폭 끌어올린 게 강점이다. 훼손되지 않은 상태로 CTC를 포획하는 만큼, DNA는 물론 핵산(RNA)과 단백질 수준에서 분석할 수 있어서다. 극초기 암을 80% 이상 정확도로 진단 가능하다. 여기에 CTC 검출부터 분석 및 배양까지 전 공정을 일괄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자체 플랫폼을 개발했다. 데이터의 일관성을 높이고 진단 및 분석, 배양 기간도 단축했다.

활용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살아 있는 CTC에선 암세포별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 발현량을 확인할 수 있다. 바이오마커란 혈액 내 단백질 중 특정 질환과 관련된 물질이다. 바이오마커로 질병의 진행 상황이나 예후를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약효가 잘 나타날 환자를 미리 선별할 수도 있다. 암 조기진단을 넘어 치료 모니터링, 암 예후 분석, 약효 검증, 바이오마커 기반 항암 신약 개발 등 모든 과정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셈이다.

◇진단부터 신약개발까지 전주기 공략…글로벌 진출 본격화

싸이토젠의 수익 구조는 크게 △기업 간 거래(B2B)와 △기업 소비자 간 거래(B2C)로 나뉜다. 각각 제약 바이오 기업이 항암 신약을 개발할 때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과 자체 개발 진단키트 및 기기를 기반으로 병원 등에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우선 B2B의 경우 항암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바이오 기업에 임상 환자의 CTC 분석 결과를 제공한다. 신약 개발과 처방 시 약효가 잘 나타날 환자를 미리 선별하는 동반진단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16년 일본 다이치산쿄와 폐암 치료제 개발을 위해 맺은 환자 선별 계약을 시작으로 미국 써모피셔사이언티픽, 스위스 로슈, 일본 씨믹(CMIC), 국내 지아이바이옴, 웰마커바이오 등과 협업 중이다.

B2C 측면에선 기존 조직생검에서 사용하는 바이오마커를 CTC 기반 액체생검에서 활용하기 위한 비교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임상 성공 시 조직생검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상용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후 정밀의료로 사업을 확장해 해당 결과를 환자 맞춤형 약물 선정, 예후 모니터링, 재발 예측 등에 이용할 계획이다.


특히 국내보단 미국, 일본, 유럽 등 해외 시장을 우선적으로 공략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새로운 장비나 기술 도입에 소극적인 국내 대신 미국 대형 종합 병원 등의 문을 두드렸다. 이를 위해 지난해 5월엔 미국 자회사 싸이토젠헬스를 설립했다.

이어 12월 텍사스주 휴스턴 소재 미국실험실표준인증 연구실(클리아랩) 엑스퍼톡스 지분 100%도 730만달러(약 95억원)에 인수했다. 클리아랩은 미국실험실표준인증(클리아)을 받은 연구실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허가 없이 미국 시장에 진단 서비스 등을 제공할 수 있다.

가시화한 성과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플랫폼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은 데 이어 후속 임상 연구에도 나선다. 뉴욕 병원네트워크인 마운트사이나이, 뉴욕 정밀의료센터(CEPM) 등과 협력도 늘고 있다. 엑스퍼톡스를 거점으로 삼아 미국 사업에 한층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밖에 일본국립암센터(NCC) 등을 중심으로 일본 시장 진출도 지속해서 꾀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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