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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라이벌 열전]STX중공업 인수 놓고 '스파크'정기선vs김동관, 특수선 이어 엔진 분야서도 격돌

허인혜 기자공개 2023-08-03 13:39:38

[편집자주]

기업들은 그 분야에서 앞서나가기 위한 경쟁을 하기 마련이다. 기업뿐 아니라 그 기업을 이끌어온 인물들도 라이벌이 된다. 기업의 대표로 참전하는 만큼 맞수전에서는 절친도, 친척 관계도 잠시 무용지물이다. 더벨이 지금 경쟁에 불이 붙은 라이벌들의 무기와 히스토리, 전망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1일 15: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굴지의 대기업 3세이자 1세 차이의 또래인 두 인물은 절친이면서도 '라이벌전'의 운명을 예감하고 있었을 지 모른다. 두 절친의 라이벌전은 올해 제대로 불이 붙었다. 정기선 HD현대 사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두 주인공이다.

투톱 조선사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을 이끄는 두 인물은 대우조선해양이 한화오션으로 전격 출범한 뒤부터 라이벌로 격돌하기 시작했다. 특수선 수주전이 시동을 걸더니 이번에는 엔진 사업부다. 정 사장이 STX중공업을 결국 품에 안으며 경쟁은 더 뜨거워졌다.

◇각고 끝 STX중공업 품은 정기선

HD한국조선해양은 STX중공업 지분 매각에 나선 사모펀드(PEF) 운용사 파인트리파트너스와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대상은 STX중공업 지분의 35%다. 인수가는 813억원으로 전해진다. HD한조양이 35%를 보유한 1대 주주가 된다. 50% 이상은 소액주주가 보유하고 있다.


HD한조양과 STX중공업은 막바지까지 입장차가 뚜렷했다. 지난달 말 열린 컨퍼런스콜까지도 HD한조양이 여전히 입장차가 있다고 밝힐 정도였다. 성기종 기업설명(IR) 담당 상무는 협상 결과가 곧 나올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가부는 알 수 없다'고 답한 바 있다.

문제는 가격. HD한조양은 지분의 시가가 약 700억원 안팎으로 오르내릴 때도 가격 대비 시너지를 두고 고민이 깊었다. 인수전이 지속되면서 STX중공업의 가격이 더 올랐다. 지난달 말 약 1100억원 수준까지 몸값이 뛰었다.

본래 파인트리파트너스 보유 지분 전체인 47.79%(1356만3000주)가 매각 대상이었지만 협상 끝에 매각 지분과 가격을 동시에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인수 의사를 드러낸 지 약 8개월만에 STX중공업을 사들이게 됐다.

◇HD현대와 한화는 왜 엔진사업부로 격돌했나

HD현대와 한화그룹의 STX중공업 인수 경쟁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다. HD한조양이 지난해 12월 먼저 인수전에 참전했고 한화그룹이 뒤이어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양쪽 모두 실사까지 진행할 만큼 인수 의지가 뚜렷했다.

HD현대는 엔진사업부가 있어서, 한화는 엔진사업부가 없어서 STX중공업이 필요했다. 조선업계의 3대 엔진으로는 HD현대의 엔진 부문과 HSD엔진, STX중공업 등이 꼽힌다. 이중 HD현대 엔진 부문과 HSD엔진은 대형 선박 엔진이 주력이고 STX중공업은 중소형 선박 엔진을 주로 생산한다.


HD현대로서는 STX중공업 인수로 대형과 소형 선박 엔진 포트폴리오를 모두 보유할 수 있었다. 한화그룹은 STX중공업을 선박 엔진 사업에 뛰어드는 등용문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두 기업의 경쟁구도도 인수에 한 몫을 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사들이면서 2강 체제가 본격화됐다. 정 사장과 김 부회장도 절친이기에 앞서 라이벌 의식을 숨기지 않고 있다. STX중공업을 두고도 정 사장과 김 부회장이 각각 인수전을 직접 지휘했다는 전언이다.

지난달에도 양사가 맞붙은 라이벌전이 있었다. 울산급 배치3(Batch-Ⅲ) 5·6번함 수주 계약이다. 양사는 '우리가 제일 잘한다', '목숨을 걸었다'며 견제구를 던졌다.

8334억원의 사업예산을 두고 벌인 경쟁에서는 한화오션이 승기를 잡았다. HD현대가 결과를 두고 방위사업청에 이의를 신청할 만큼 끝나도 끝나지 않은 전쟁 중이다.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까지 거론된다.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 수주 경쟁도 앞뒀다.

◇HD현대가 노리는 시너지는

HD한조양의 고민점은 인수 가격 대비 시너지였다. 바꿔말하면 HD한조양은 STX중공업이 800억원 이상의 시너지를 보유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어떤 시너지를 노렸을까.

HD한조양이 간판으로 내세운 효과는 다양한 출력의 엔진 생산능력 확보다. HD한조양은 대형 엔진 분야에서는 글로벌 38%, 중형 엔진에서는 28%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STX중공업은 선박용 저속 디젤 엔진 등을 생산 중이다. STX중공업 인수로 소형부터 대형 까지 라인업을 모두 갖추게 되는 셈이다.
STX중공업의 터보차저. 사진=STX중공업

여기에 STX중공업이 주요 부품인 터보차저(엔진 과급기) 분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STX중공업은 1986년부터 터보차저를 국산화해 생산, 글로벌 조선소에 2만대 이상을 보급했다. 주요 부품의 국산화율을 높이면 그만큼 수익성도 따라올 것이라는 기대다.

한화그룹의 엔진사업부문 진출도 STX중공업 인수를 부추긴 요소다. 한화그룹이 HSD엔진을 품으며 엔진사업부가 구축되자 HD현대의 엔진사업부 확장을 늦추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HSD엔진 인수에 2269억원을 썼다. HD현대의 STX중공업 인수가 대비 약 3배다. 당초 예상보다 투자금을 늘려 더 비싼 기업을 인수한 이유는 소형 선박 엔진으로 시작해 투자금을 들여 대형 선박 엔진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것보다 아예 대형 선박 엔진으로 출발해 한화오션과의 시너지를 확보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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