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사 미국사업 삼(三)층분석]삼성전자와 미국 반도체 패권주의, 제3국 투자론 고개미중 관계로 투자 상황 복잡해, 2000억달러 최대치 투자 이뤄질까 눈길
이민우 기자공개 2023-08-07 12:29:05
[편집자주]
미국은 글로벌 테크 산업을 좌우하는 중요 국가 중 하나다. 미국 시장의 중요성은 최근 신재생에너지 등 신산업과 첨단 기술 투자 집중으로 한번 더 강조되는 모양새다. 국내 테크 기업도 대응해 미주 사업 점검과 확대에 나섰다.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한국 기업의 면면을 사업 배경과 투자 현황, 미래 경쟁력 3가지 키워드로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3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패권 경쟁으로 인한 복잡한 한미중 관계 속 미국 반도체 사업 투자에 나섰다. 미국 반도체 사업 투자는 양날의 검으로 평가받는다. 높은 미국 시장 수요와 파운드리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필요하지만 칩스법 독소조항과 중국 투자 제한 등의 부담도 상존하는 탓이다.테일러 파운드리 공장 착공으로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는 이미 역대 최고액을 경신했다. 앞으로의 관건은 250조원 수준 최대치 투자의 가능 여부와 칩스법 아래 경쟁력 유지법이다. 4나노의 테일러 파운드리로 미국 고객사 확보가 기대되는 가운데, 미중 양대 시장을 모두 놓치지 않으려면 제3국 투자에도 소홀치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고개를 든다.
◇ 한미중 국제정치 얽힌 복잡한 사업 확대 배경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배경은 크게 2가지다. 첫 번째는 빅테크 등 첨단산업규모에서 비롯된 시장 수요다. 당장 삼성전자 지난해 매출 중 40%가 미주에서 발생했다. 특히 AI 등 수요가 늘어나는 현 상황은 미국 현지 반도체 생산과 수주의 가치가 높다. 높은 구매력을 지닌 미국 고객사 공급망에서 비중을 늘리기도 용이하다.
두 번째 요소는 미중 간 반도체 전쟁이다. 미국은 반도체 산업 육성과 중국 견제를 위해 자국 중심공급망을 구축 중이다. 삼성전자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 사업장 유치는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필수과제다. 특히 미중 반도체 전쟁은 한미 관계 등 글로벌 정치적 사안과도 깊게 연관된다. 삼성전자가 미국 시장에 큰 관심이 없더라도 투자를 거부하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문제는 칩스법이다. 칩스법은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요건 충족 시 보조금을 주는 정책이다. 이는 높은 인건비, 원자재값 등으로 생산기지로선 적합하지 않다. 실제로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공장 설립·운영 비용은 한국, 중국 대비 28%, 59% 비싸다. 삼성전자가 미국 투자에서 최대 효율을 내려면 반드시 보조금으로 비용 부담을 낮춰야 한다.
하지만 칩스법은 보조금 조건으로 웨이퍼별 생산능력과 예상 수율, 고용 비용 등 공정·운영 핵심 기밀을 요구한다. 향후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기업 경쟁력을 침해할 우려가 높아진 이유다. 빈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칩스법 요구는 반도체 공장 상세 사항을 역산할 수 있는 중요 정보”라며 “상무부에 제출된 해당 내용이 미국 기업에 넘어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강조했다.
◇40년 미국 사업 중 역대 최고액 투입, ‘최대치’ 투자계획 이뤄질까
미국 내 삼성전자 투자의 중심지는 텍사스다. 삼성 오스틴 반도체 생산법인(SAS)를 시작으로 현재 인근 도시인 테일러 시에 공장 증설이 진행 중이다. 현재 건설되는 것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으로 월 생산량 10만장 규모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의 주력 분야인 메모리 반도체의 미국 현지 공장 진출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테일러 파운드리에 투자되는 금액은 170억달러, 22조원 규모다. 삼성전자 역대 미국 투자 중 가장 크다. 테일러 부지 내 유휴공간이 상당한 데다 파운드리에서 TSMC를 추격 중인 삼성전자 입장 상 추가 투자 가능성도 높다. 1978년 첫 발을 이후 약 40년간 470억달러, 61조원 수준이었던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가 올해 전후로 가파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지난해 삼성전자는 텍사스 주정부 재산세 감면 투자 인센티브 확보 과정에서 최대 투자 계획을 2000억달러, 250조원 수준으로 제출했던 바 있다. 막대한 금액인 만큼 삼성전자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라기보단 최대치를 가정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글로벌 투자 상황 등만 뒷받침된다면 미국 시장에 250조원에 가까운 투자를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테일러 4나노로 고객사 유치, 고개 든 제3국 투자 가능성
내년 가동을 바라보고 있는 테일러 파운드리는 4나노 칩을 양산한다. 4나노는 3나노와 함께 현재 파운드리 공정 중 가장 최첨단으로 꼽힌다. 특히 현재 삼성전자는 4나노에서 75% 수준의 수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10나노 미만 공정에서 낮은 수율 등의 문제로 TSMC 파운드리에 빼앗겨온 퀄컴 등 주요 고객사를 유치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셈이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5월 미국 출장 일정에서 애플, AMD 등 글로벌 IT기업 CEO를 다수 만나는 강행군을 펼쳤다. 업계는 이 회장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재건함과 동시에 추후 테일러 파운드리에서 수주할 고객사 확보에 직접 뛰어든 것으로 판단 중이다.
한편, 삼성전자의 미국 사업 미래경쟁력 유지를 위한 해법은 공교롭게도 미주 밖 다른 해외사업장 운영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미국 칩스법 내 우려 국가에 대한 반도체 투자 제한 조항 때문이다. 보조금 수령 기업은 해당 조항에 따라 10년간 중국, 러시아 등에서 첨단·범용 반도체 생산능력을 각각 5%, 10% 이상 늘릴 수 없다.
삼성전자가 중국 사업을 섣불리 확대하면 미국 칩스법 보조금을 토해 내야 한다는 의미다. 생산물량 85%를 중국 내수서 소비하면 10% 이상 증설도 가능하지만 칩스법 아래 대중국 투자는 과거 대비 어려워졌다. 다만 중국은 미국처럼 삼성전자에게 가장 중요한 반도체 시장이기도 하다. 10년 내외기간 동안 중국 투자에 소극적이거나, 캐파 확대를 소홀히 하면 중장기 경쟁력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업계는 미국 칩스법 요건을 준수하면서 제한된 중국 투자를 대체할 수단으로 제3국으로의 반도체 투자를 꼽는다. 최근 국내 반도체 기업의 후공정 등 생산라인 이전이 이뤄지는 베트남 북부 등이 대표적인 예시다. 현재 시안 등 기존 공장은 중국 내수 시장에 집중하며 추후 확대할 캐파 등은 제3국 사업장에서 부담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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