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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켐비로 보는 치매 시장]'알츠하이머 복합제 드롭' 현대약품, 요원한 새판짜기⑨'BPDO-1603' 개발비 전액 손상… 중요도 고려 기밀 부쳐온 라인업서 CNS 성과 부진

최은수 기자공개 2023-08-09 13:27:38

[편집자주]

2만6000달러의 기적. 에자이와 바이오젠이 아두헬름에 이어 내놓은 '두 번째' 알츠하이머 신약 레켐비를 둔 해외시장의 평가다. 레켐비는 효능과 안전성에 의문부호가 붙어 있다. 그러나 근본 치료제로서의 위상을 흔들 이슈로는 보기 어렵다. 국내 시장 역시 레켐비를 구심점으로 급변하는 시장 분위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제 막 열린 치매 시장에 선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대응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7일 15: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레켐비의 출시는 후발주자들에겐 퇴행성질환 시장에서의 분전을 요구하는 도전으로 다가왔다. 이들은 앞서 출시된 약물을 활용한 '대증요법'을 앞세워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생존을 위한 또 다른 실마리를 찾으려 움직였다.

혁신신약을 도전하기엔 재정이나 인프라 부담이 큰 국내 중견 제약사 가운데도 마찬가지다. 현대약품 역시 '알짜 복합제'에 특화한 사업 전략을 알츠하이머 치료제 덧입히며 반등을 노렸다. 다만 그간 복합제 영역에서 수많은 성과를 창출해왔지만, 중추신경계, 특히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한정하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철저히 기밀' 지키던 BPDO-1603, 130억 손상 인식으로 사실상 개발 종료

현대약품의 그간 외부 도입 물질이 아닌 복합제를 기반한 개량신약 프로젝트에 주력해 왔다. 특히 기존 출시 약물을 활용해 새 판로를 노리는 개량신약 개발에선 사업 경쟁력을 입증해왔다.


그러나 적어도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중추신경계 복합제 개발 사업에서는 고배를 마시고 있다. 가장 최근 무위로 돌아간 도전은 치매치료 복합제 파이프라인 'BPDO-1603'이다. 임상 3상에서 사실상통계적 유의성 확보에 실패했고 올해 상반기 그간 투입한 130억원 이상의 BPDO-1603개발비용에 대한 손상처리를 마쳤다.

BPDO-1603은 오랫동안 현대약품의 신성장동력 발굴을 담당해 온 기대주였다. 5년 간의 개발 이력 속에서 화학합성 개량신약인 해당 파이프라인은 현대약품의 주요 전략자산으로 분류돼 왔다. 개발 내용 대부분을 기밀에 부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현대약품은 BPDO-1603 3상 임상시험 결과에서 통계적 유의성에 도달하지 못했다. 해당 임상은 앞서 알츠하이머 환자에서 도네페질염산염 대비 BPDO-1603의 우월성을 검증하기 위한 시험이었다. 총 713명의 대상자를 모집해 다기관, 평행설계, 무작위 배정, 이중 눈가림 형태로 임상을 수행했다.

현대약품이 설정한 두 개의 1차평가지표는 △중증치매환자의 중증장애점수(Severe Impairment battery, SIB)의 6개월 후 기저치 대비 변화량, △중등도 환자를 임상 면접 기반 중중도 인상 평가(CIBIC)의 24주 시점의 평균차였다.

현대약품은 제24주에 투여군을 기준으로 우월성 가설을 입증하는 1차평가변수의 p밸류는 0.025로 설정했다. 여기에서 두 개의 평가지표 모두 기준치(<0.025)를 충족하지 못했다. 세부적으로 SIB의 P밸류는 0.6621, CIBIC의 P밸류는 0.3620이었다.

◇CNS서 반복되는 개발 난항… 야심작 연이은 개발중단 속 흐릿해진 미래먹거리

현대약품의 BPDO-1603은 치매약 성분인 도네페질과 메만틴에 대한 국내 첫 복합제 파이프라인이었다. 특히 두 성분의 복합제는 유럽에선 승인된 전례도 있다. 이는 국내에서의 개발에 따른 출시 기대감도 높았다는 뜻이다. 다만 BPDO-1069의 손상을 인식한 현재로선 사실상 개발 실패라는 결과를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CNS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다시금 임상 실패가 나온 것은 특기할 만하다. 역시 노인성 질환 복합치료제를 타깃하는 HDDO-1604 역시 국내 임상1상을 준비하던 중 돌연 과제를 중단하기도 했다. 이는 CNS 치료제 개발 자체를 두고 제기되는 내부 회의론을 이겨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2021년 자산화했던 또 다른 파이프라인 자폐범주성장애(ASD) 치료제 '부메타나이드'의 손상을 경험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당시엔 부메타나이드 임상 3상에서 통계적 유의성 입증을 못하면서 판권과 자산화 일체를 손상 처리했다. 역시 임상 3상에서 위약 대비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한 결과다.

현재 남아 있는 파이프라인 가운데 CNS를 타깃하는 영역은 사전피임으로 미국에서 출시된 약물의 가교임상(LINO-1713) 정도다. 도네페질의 경구용 제품인 HDDO-1728의 경우 출시가 완료됐다. 다만 제형 측면을 보면 붙이는 형태(패치)로 도네페질 시장이 빠르게 이관되는 상황에서 전망을 낙관하긴 쉽지 않아보인다.

이번 임상 실패가 '복합제'를 통한 개량신약 출시라는 전략의 연장선이 있었던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현대약품은 작년 초엔 고지혈증 복합제 시장에서 1000원이 넘는 높은 보험수가를 받으며 성과를 냈던 터다. 복합제 전략을 회사의 확실한 컬러로 자리매김시킨 계기였는데, CNS에선 여러 차례 고배를 마시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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