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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 이차전지 소재…LS의 뼈아픈 '재도전' 황산니켈부터 재활용까지 LS표 밸류체인으로 승부

정명섭 기자공개 2023-08-08 08:44:59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4일 16: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S그룹이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올해 초 그룹 비전 선포식에서 이차전지 분야에서 성장 기회를 찾겠다고 선언한 이후 엘엔에프와 전구체 합작사 설립, 전북 새만금 산업단지에 1조8000억원 규모 생산공장 설립 계획 등을 연이어 발표했다.

사실 LS그룹에겐 이번이 두 번째 도전이다. 과거 음극재와 동박 등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경쟁사보다 먼저 시작했으나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을 읽지 못해 사업 기회를 놓쳤다는 평가다.

◇포스코에 떠나보낸 음극재 사업, IRA 이후 '몸값' 더 올라

LS그룹이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 처음 발을 들인 시기는 2004년이다. 당시 LS전선은 음극재 개발 기업 카보닉스의 지분 66.7%를 인수했다. 전선 위주의 사업구조를 부품·소재사업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다. 카보닉스는 1999년 포스코(당시 포항종합제철) 출신들이 설립한 소재 스타트업으로 포항산업과학연구원으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아 이차전지 음극재·도전재 등을 생산했다.

음극재는 양극재와 전해액, 분리막과 함께 이차전지를 구성하는 4대 핵심 요소다. 이차전지 원가의 17%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차전지 수요가 지금처럼 크지 않다 보니 수년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향후 사업의 성장 가능성도 확신하기 어려운 시기였다. 카보닉스는 이후 LS엠트론의 음극재 사업부가 됐다가 2010년 포스코켐텍에 인수됐다. LS엠트론이 슈퍼 커패시터 등 다른 소재에 집중하던 시기다. 매각가는 35억원으로 딜 규모는 크지 않았다.

이 때의 선택은 결과만 보면 패착이었다. 음극재 사업부를 인수한 포스코켐텍은 2018년 말 포스코ESM을 흡수합병해 포스코케미칼(현 포스코퓨처엠)로 새출발했다. 이후 자동차산업 패러다임이 전기차로 대전환기를 맞이하면서 기업가치가 37조원까지 올랐다. 무려 1만배 이상 가치가 오른 셈이다.

특히 작년 8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도입 이후 이차전지 소재 부문에서 '탈중국' 기조가 이어지면서 몸값이 더 높아졌다. 양극재의 경우 국내에 경쟁사가 많지만 국내에서 흑연계 음극재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포스코퓨처엠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현재 포스코퓨처엠은 세종에서 7만4000톤의 천연흑연 음극재를, 포항에서 8000톤의 인조흑연 음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음극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포항에 설비 증설도 시작했다. 2030년까지 음극재 생산능력을 연산 37만톤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업계 일각에서는 포스코퓨처엠이 2027년까지의 일감을 확보했다고 본다.

포스코퓨처엠 최근 5년간 주가 흐름

◇SK그룹 품에 안긴 동박 사업, 전기차 훈풍 타고 급성장

LS엠트론의 2017년 동박사업부 매각도 속이 쓰린 선택이긴 마찬가지다. 당시 LS엠트론은 미국계 사모펀드인 콜버그그래비스로버츠(KKR)에 동박 사업부를 3000억원에 매각했다. 동박사업부는 2015년까지 영업적자를 지속했으나 전기차용 이차전지 수요가 조금씩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었다. 실제로 2016년 기준 영업이익률은 8.5%, 2017년 1분기는 12.7%로 전사적으로 가장 높았다.

그러나 LS엠트론에겐 동박 사업은 비주력 사업이었다. 기존 트랙터, 사출기 부문의 경쟁력 강화가 우선순위였다. 결국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고 분할하는 과정에서 동박사업부 매각도 결정했다. 실적 저하로 커진 차입부담을 해소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이후 KKR은 2020년 초에 SK그룹에 동박 사업부문을 1조2000억원에 매각해 네 배의 차익을 실현했다. SK그룹에 편입된 동박 사업부문은 SKC의 자회사 에스케이씨에프티홀딩스가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이후 사명을 SK넥실리스로 바꿨다.


SK넥실리스 또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에 따라 동박 수요가 늘어나면서 매년 실적이 성장하고 있다. 올해만 스웨덴 이차전지 제조사 노스볼트에 1조4000억원 규모의 동박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모회사인 SKC는 올해 연결기준 매출이 작년(3조1389억원) 대비 15~20%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넥실리스는 동박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해외에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 말레이시아 공장 가동을 시작으로 2024년 폴란드 공장 가동, 2025년 북미 공장 2곳을 가동해 글로벌 동박 생산체계를 구축하는 게 최종 목표다.

이차전지 업계 관계자는 "LS그룹이 각 사업부를 매각할 당시 시장 전망이 불투명하고 적자는 누적돼 (매각이) 옳은 결정으로 보는 시각이 더 많았다"면서도 "결과적으로 긴 호흡으로 사업을 영위하지 못한 건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 금속 제련 강점 앞세워 LS표 밸류체인으로 차별화

LS그룹은 아쉬운 과거를 뒤로 하고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 다시 도전한다. 투자 규모나 계획 등을 보면 사업을 대하는 자세는 이전과 확실히 다르다. LS그룹은 범LG 계열인 양극재 제조사 엘앤에프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전북 새만금 산업단지에 1조8000억원 규모의 전구체 생산공장을 짓기로 했다. 양산 시점은 2026년으로 2029년까지 연산 12만톤 규모의 전구체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LS그룹의 강점은 LS MnM를 통해 비철금속과 희소금속, 귀금속 등의 생산 기술과 설비 등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회사는 이를 이차전지에 들어가는 원재료 가공·생산으로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3월 자회사 토리컴 사업장에 연산 5000톤 규모의 황산니켈 생산공장을 준공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그동안 쌓아온 제련 기술을 폐전지 재활용 사업에도 적용해 니켈과 리튬, 코발트 등 핵심 원료 추출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LS그룹이 그리는 큰 그림은 황산니켈→전구체(합작사)→양극재(엘앤에프)→폐전지 재활용으로 연결되는 밸류체인 구축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배터리 소재 기업으로서 입지를 강화해가는 것"이라며 "그룹의 핵심역량인 제련, 소재, 에너지 기술에 부합하는 성장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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