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 지킨 SK바이오사이언스, 엔데믹 첫딜 코로나 백신기업 노바백스 지분 6.45% 1102억에 취득…"협력 강화 목적"
차지현 기자공개 2023-08-11 11:13:40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0일 07: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1000억원을 들여 미국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업 지분을 인수한다. 엔데믹 전환으로 코로나19 백신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진행한 계약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번 인수가 협력 강화 차원으로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추가 인수합병(M&A)는 별도로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노바백스 3대주주로, 코로나백신 공급 계약도 확장
SK바이오사이언스는 9일 미국 백신 개발 전문 기업 노바백스 주식 650만주를 취득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취득 금액은 1101억9645만원으로 지난해 자본의 6.33%에 해당하는 규모다. 10일 예정대로 지분을 취득하면 노바백스 지분 6.45%를 확보, 3대주주에 오른다.
주당 인수 가격은 13달러다. 90일 거래량 가중 평균가(VWAP)에 59% 프리미엄을 반영했다. 이번 인수 소식이 알려지기 직전인 지난 7일(현지 시각) 종가 7.52달러와 비교하면 73%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다. 지난해 8월 42.88달러를 기록했던 노바백스 주가는 지난 3월 5.76달러까지 떨어졌었다.
노바백스는 1987년 창업한 백신 전문 기업이다. 설립 후 30년간 상용화한 자체 백신 제품이 없다가 2021년 코로나19 백신 '뉴백소비드' 개발하며 급성장했다. 이후 SK바이오사이언스에 코로나19 백신 위탁개발생산(CDMO)을 맡기며 인연을 맺었다.
이날 노바백스와 맺은 코로나19 백신 공급 계약을 확장한다고도 발표했다. 기존에 체결한 코로나19 백신 공급 계약을 종료하고, 새롭게 개발 중인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대응 백신 공급 계약을 추가로 체결하는 게 골자다. 엔데믹 시대에 맞춰 계약 조건을 변경해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노바백스가 코로나19 변이 백신을 개발하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의 원액(DS)과 면역증강제(Matrix M)를 경북 안동 백신 공장 L하우스에서 주사기(프리필드 시린지) 제형으로 만들어 공급할 예정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해당 제품에 대한 공급·상업화 생산 권리를 국내에서 독점으로, 태국 및 베트남에서는 비독점으로 갖게 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 측은 "이번 지분 투자는 양사가 팬데믹 시기 맺은 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엔데믹 대응을 위한 새로운 전략적 관계를 설정할 목적으로 결정했다"면서 "이번 공급 계약을 통해 엔데믹 시대에도 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해 선제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엔데믹 상황서 코로나백신에 투자…"추가 M&A도 지속"
바이오업계에선 코로나19 특수가 사라지면서 실적 부진을 겪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엔데믹 이후 첫 딜로 코로나19 백신 기업을 선택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코로나19 백신 CDMO로 매출이 2020년 2256억원에서 2021년 9291억원까지 대폭 늘었다.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 개발에도 성공하며 백신 기술력도 입증했다.
그러나 지난해 매출은 4567억원으로 전년보다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 코로나19 백신 수요 감소로 CDMO 계약 물량이 줄어들면서다. 자체 개발 코로나19 백신 판매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화이자나 모더나가 개발한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이 이미 세계 시장을 장악한 데다 엔데믹 전환으로 코로나19 백신 수요 자체가 감소한 게 원인이었다. 스카이코비원은 유전자재조합기술로 만든 바이러스 항원 단백질을 투여해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합성항원 방식이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백신 사업 비중을 줄이고 주력 사업이었던 대상포진과 독감 백신을 늘릴 계획이었다. 또 앞서 4월 기자간담회에서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mRNA,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등 신성장동력 확보에 5년간 2조4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코로나19 사업보단 기존 주력 사업 및 신사업 강화를 위한 M&A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배경이다.
게다가 노바백스의 향후 성장성도 낮은 편이다. 뉴백소비드 역시 합성항원 방식이다. 코로나19 이후 외형은 확대했으나 아직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조5845억원, 순손실은 8580억원이었다. 특히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공급 계약을 해지하는 등 매출 영속성이 불확실하다. 올 초 존 제이콥스 노바백스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1년 동안 계속기업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지 상당한 의구심이 있다"고 말해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가 노바백스에 투자한 건 당장의 수익 창출보단 코로나19 성과를 공유하려는 목적이 강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팬데믹 시기 구축한 공고한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엔데믹 이후에도 지속해서 접점을 늘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실제 이번 지분 인수 과정에서 양사는 SK바이오사이언스에 대한 노바백스의 부채를 1억9500만달러에서 1억5400만달러로 줄이는 데 합의했다. 표면상 SK바이오사이언스가 현금으로 지분을 취득하는 구조지만, 사실상 노바백스의 미지급 대금 일부를 지분 인수 자금으로 대체한 것과 같다. 현재 노바백스 입장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뉴백소비드의 생산과 제조를 맡은 유일한 공급사다.
일각에선 개발도상국과 저소득 국가에서 뉴백소비드 시장성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는 시각도 나온다. 중저소득국가의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률은 20%대에 그친다. 유통·보관이 쉽고 저렴한 합성항원 방식 백신 경쟁력을 앞세우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영하 20~70도에서 유통해야 하는 mRNA 백신과 달리, 합성항원 백신은 일반 냉장고 수준인 2~8도에서도 보관이 가능하다. 가격도 절반가량 저렴하다.
이번 지분 인수와 별개로 추가 M&A도 검토 중이다. 안 사장이 올해 안으로 M&A를 단행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활발하게 관련 작업이 진행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탄도 충분하다. 2분기 말 기준 2조2200억원의 현금을 보유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노바백스와 협력 강화 차원일뿐 M&A 계획과는 별개의 건"이라며 "신사업 전략을 위한 추가 M&A를 위해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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