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重, 이의신청 기각됐지만 '한 발' 남았다 기각 전망하고도 이의신청한 속내는…페널티 재논의 노릴 듯
허인혜 기자공개 2023-08-14 09:29:05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1일 17: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D현대중공업이 방위사업청에 제기한 이의신청이 기각됐지만 보안 감점을 축소하기 위한 움직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울산급 배치3 호위함 5·6번함 수주전의 판도를 뒤집을 카드는 마지노선인 법정 공방만 남아있다. HD현대중공업은 5·6번함 수주전 결과를 바꾸기보다 방사청의 페널티와 그 기간을 줄이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선례와 한화오션의 반발 등을 고려하면 HD현대중공업의 이의신청도 결과를 뒤집기 위한 행동은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 감점 규모와 기간을 두고 논쟁의 불을 피우는 데 역점을 뒀다는 분석이다.
◇기각 전망된 이의신청, 왜 했나
HD현대중공업은 지난달 말 방사청에 이의를 제기했다. 울산급 배치3(Batch-Ⅲ) 5·6번함 수주 평가점수를 납득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수주전에서 HD현대중공업은 91.7433점을, 한화오션은 91.8855점을 받아 0.1422점 차이로 한화오션이 승리한 바 있다. 앞서 사업제안서 평가 점수와 사유 등에 대한 설명을 듣는 디브리핑도 신청했다.
이의신청은 최근 기각됐다. 방위사업청은 2019년 무기체계 입찰 과정을 개편하며 업체의 평가결과를 세부적으로 공개하는 한편 후속 행정절차로 디브리핑과 이의신청의 기회를 열어두겠다고 했다. HD현대중공업으로서는 행정적 절차는 모두 밟았고 결과를 뒤집지는 못한 셈이다.
사실 애초부터 HD현대중공업의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게 점쳐졌다. 방사청이 기업의 기각 신청을 전격 수용한 전례가 없어서다. 최근 5년 사이 방사청에 제기된 이의신청은 9건으로 이중 한 건도 결과를 뒤집지는 못했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방사청이 최근 6개월 사이 나라장터에 공고한 입찰만 서른 건에 달하는 점을 미뤄보면 전체 수주전 중 기업이 이의를 신청한 사례 자체도 흔치 않은 셈이다. 만약 이의신청을 수용하면 한화오션의 반발도 예상된 수순이었다.
HD현대중공업으로서는 아쉬운 결과지만, 소수점이 당락을 가른 경우도 많았다. 이번 수주 경쟁의 당사자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도 소수점 때문에 5·6번함 수주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받아 들기도 했다.
2020년 KDDX 기본설계 입찰을 두고 HD현대중공업과 당시 대우조선해양이 맞붙었는데 HD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0.0565점 차이로 앞섰다. 대우조선해양은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방사청에 이의신청을 한 데 이어 법원에 가처분 신청까지 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진짜 의도는 '페널티' 재논의?
HD현대중공업은 결과를 뒤집을 가능성도 높지 않은데 왜 기회비용을 들여 이의신청을 했을까. 업계에서는 두 가지 큰 이유를 든다. 가장 큰 이유는 '1.8점' 감점과 '2025년 11월까지'라는 기간에 대한 재논의다.
HD현대중공업의 다음 스텝은 역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갈린다. 5·6번함 수주전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끝까지 갈 방법은 가처분 신청 등 법정 공방이다. 업계에서는 법적대응까지는 고려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정량적인 점수 책정과 그 결과가 이미 나온 상황에서 승산이 없다는 판단이다.
때문에 HD현대중공업이 궁극적으로 노린 것은 5·6번함 수주가 아니라 앞으로의 수주를 노린 페널티 축소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경우 HD현대중공업이 시도해볼 만한 다양한 경로가 있다. 유관 기관을 통해 제도 개선을 요청하거나 국회 입법 등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유관 기관이 정부의 규제개혁위원회 등이다.
여기에 특수선 건조 기술에 대한 평가기준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자 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수주전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만 해도 HD현대중공업 내부에서는 감점을 감안하더라도 '해볼만하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HD현대중공업이 선도함(1번함)을 건조하는 등 울산급 배치3 사업에서 앞서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술 점수에서 HD현대중공업이 예상했던 만큼의 고득점을 얻지 못했고, 결국 기술점수로 감점을 상쇄한다는 전략도 유효하지 못했다. HD현대중공업은 디브리핑 등을 통해 기술점수에 대한 의구심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 수주, 포기 못 할 전장…사실상 특수선 사업 접어야
라이벌 기업들이 수주 전쟁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미 수주전의 결과가 나온 뒤 이의신청이나 가처분 신청 등으로 저지하는 사례는 앞서 말했듯 흔하지 않다. HD현대중공업이 리스크를 감수하고도 감점에 대한 재논의를 원하는 건 사실상 방사청 사업이 특수선 시장의 유일무이한 매출처라서다.
HD현대중공업은 1.8점 감점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를 실감했다. 페널티 기간인 2025년 11월까지 수주가 막힐 수도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사업부가 약 3년간 방사청 사업에서 고전한다면 특수선 부문을 계속 영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5·6번함 수주 전에는 약 8000억원이 걸려있었다. 배치3을 잇는 울산급 배치4 사업도 곧 진행된다. 장보고 배치2, 군수지원함 배치2도 발주가 남아있다. KDDX 사업의 전체 규모는 7조8000억원에 달한다. 모두 방사청 사업이다.
이렇게보면 특수선 시장의 규모가 적지 않지만 해외로 눈을 돌리면 우리 기업들이 설 자리가 마땅치 않다. 방산 사업의 특성상 수출 제한이 철저해서다. 우리 정부의 허가뿐 아니라 국제 전략물자 수출통제제도도 통과해야 한다. 또 최첨단 기술은 수출할 수 없다. 때문에 거래를 틀 수 있는 국가가 우방국으로 한정돼 있다. 자연히 규모와 수익성, 금액 모두 방사청 사업에 미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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