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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3사 엔진 전쟁]글로벌 시장 흔드는 'HD현대·한화' 격돌①'원톱' HD현대 위협하는 한화의 참전…상쇄 전략 고심하는 삼성重

허인혜 기자공개 2023-08-18 07:29:02

[편집자주]

선박엔진 산업은 국산끼리의 경쟁이 곧 글로벌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분야다.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점유율 상위권을 독식하고 있어서다. HD현대가 '원톱'으로, 중견 3사를 더해 4곳의 기업이 경쟁해 왔던 국산 선박엔진 시장에 최근 변화가 감지된다. 또 다른 대기업 한화의 등장 때문이다. HD현대와 한화가 엔진 전쟁으로 맞붙으면서 조선업계 빅3에도 파동이 예상된다. 더벨이 조선3사의 선박엔진 히스토리와 경쟁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4일 13: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90년대 미쓰비시중공업은 콧대가 꽤 높은 기업이었다. 미쓰비시중공업의 자신감은 일본 최대 조선사라는 타이틀에서도 나왔지만 핵심 부품인 선박엔진을 오로지 일본 생산에만 맡긴다는 점도 큰 자랑거리였다. 그랬던 미쓰비시중공업이 해외산 선박엔진에도 문호를 개방했다. 일본이 기술과 제품을 주로 팔기만 했던 한국도 선박엔진을 사올 대표적인 나라였다.

일본을 빼고 1990년대 국내 산업을 논할 수 있을까. 당시 산업기술과 부품의 상당수는 일본에서 사들여야 했다. 지금은 전자와 자동차 분야를 우리가 선도하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국산 동력장치들은 걸음마 수준이었다. 자동차는 대부분의 핵심 부품을 일본 등에 의지했고 다른 기계류도 다르지 않았다. 일반 기계의 제품설계 기술이 선진국의 30% 수준에 머무른다는 분석도 나왔다.

선박엔진은 달랐다.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일찌감치 장악한 분야다. HD현대를 필두로 국내 선박엔진이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한 때가 1989년이다. 때문에 선박엔진은 오랜 기간 '국산 부품'의 자랑이 됐다. 이 명성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엔진 기업들의 변화는 곧 산업 자체의 변화다.

최근에는 변화가 감지된다. HD현대를 선두로, 중견 중공업사들이 뒤를 따르는 구도가 뒤바뀌면서다. HD현대가 글로벌 엔진 시장 점유율 3위인 STX중공업을 안았고 한화그룹은 2위 HSD엔진을 손에 넣었다. 조선업계 빅3 중 2개의 조선사가 엔진사업 주도권을 두고 경쟁하게 된 셈이다. 삼성중공업도 엔진 전쟁에 대비할 때가 왔다.
3월 HD현대중공업이 진행한 대형엔진 누적 2만마력 행사에서 공개한 7만4720 마력급 대형엔진의 모습. 사진=HD현대중공업

◇HD현대·한화, 엔진사업 인수전 '빅매치'

엔진은 선박 건조의 기초가 되는 부품이자 가장 중요한 부품이다. 가격도 가장 비싸다. 선박엔진만 건조 원가의 약 10%를 차지한다. 그만큼 선박엔진 생산·매수 능력은 조선사의 수주 단가를 좌우하는 경쟁력이다.

국내 주요 엔진기업으로는 네 곳이 꼽힌다.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 HSD엔진, STX중공업, STX엔진이다. 체제가 흔들린 건 올해부터다. 지난해 말부터 STX중공업 인수를 두고 HD현대와 한화그룹이 경쟁에 나선 바 있다. HD현대가 지난해 12월 먼저 인수전에 참전했고 한화그룹이 뒤이어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양쪽 모두 실사까지 진행할 만큼 인수 의지가 뚜렷했다.

한화그룹은 2월 인수전의 방향을 대폭 수정했다. 중소형 선박엔진을 주로 생산하는 STX중공업 대신 대형 선박엔진이 대표 포트폴리오인 HSD엔진으로 방향타를 틀었다. 한화그룹은 올해 인수를 마무리한 한화오션(대우조선해양)과의 선박 건조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7월 HD한국조선해양이 약 813억원을 투입해 사모펀드(PEF) 운용사 파인트리파트너스와 STX중공업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다. HD현대는 이 인수전으로 현존하는 선박엔진 제품과 기술력을 모두 보유하게 됐다. 기존에 영위하던 대형엔진과 중형엔진에 더해 중소형 선박엔진을 더했다. 결과적으로 HD현대가 1위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에 3위 STX중공업까지 갖게 됐고, 한화그룹이 2위 HSD엔진을 가져갔다.

◇'원톱' HD현대 위협하는 한화그룹, 대안 고심하는 삼성重

HD현대는 '라이벌전'이라는 말이 억울할 수 있다. 현재까지의 스코어가 독보적이라서다. 인수 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HD현대에 라이벌은 없었다. 국내 기업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시작이 빨랐다. 1979년 첫 대형엔진을 내놨다.

HD현대의 엔진기계사업부는 STX중공업을 인수하기 전에도 대형엔진과 중형엔진 분야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대형엔진 시장 점유율은 36%, 선박용 중형엔진(4-Stroke) 분야에서는 점유율 30%다. 중형엔진은 '힘센엔진'이 대표 제품이다. 대형엔진은 1989년부터 현재까지 1위를 지키고 있다.
HSD엔진의 선박용 대형엔진. 사진=HSD엔진

하지만 한화그룹의 참전은 흐름을 바꿀 만한 여지가 충분하다. 그동안 대기업인 HD현대와 중견 중공업사들의 대결이었다면 이제는 'HD현대 vs 한화'로 흥미진진한 싸움이 돼서다. 한화그룹의 의지도 만만치 않다. 한화그룹이 당초 STX중공업을 매수하려다 HSD엔진으로 계획을 수정하며 투입 자금을 3배가량 늘린 데서도 알 수 있다. 한화그룹은 HSD엔진 인수에 2269억원을 썼다.

삼성중공업도 엔진사업을 영위한 바 있다. 한화오션이 사들인 HSD엔진의 뿌리가 삼성중공업과 두산중공업 엔진사업부다. 이미 엔진사업을 해봤던 삼성중공업은 이번 전쟁에 참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직접 제작하지 않더라도 엔진은 조선사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삼성중공업은 엔진 직접 생산의 효율성을 상쇄할 방안을 고심 중이다.

◇대전은 왜 시작됐나…수직계열화 목표·'돈 되는' 그린오션

대기업들이 엔진 제조에 거듭 시동을 건 배경은 우선 선박 제조 수직계열화다. HD현대의 STX중공업 인수는 한때 매수자와 매각자의 입장 차이가 커 최종 불발까지 예상됐었다. 지분 인수의 주체였던 HD한국조선해양은 1분기 기업설명회(IR)에서 STX중공업과의 협상 일시 중단을 선언하는가 하면 2분기 IR에서 '접점이 없고 갭이 크다'는 설명까지 덧붙인 바 있다.
STX중공업의 터보차저. 사진=STX중공업
어려움 속에서도 결국 인수전을 끝까지 완주한 건 한화그룹의 HSD엔진 매수가 원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이 한화임팩트를 통해 HSD엔진을 사들이면서 한화오션의 약점이었던 자체 엔진 생산시설 부재가 단박에 해소됐다. 한화오션이 선박 제조 수직계열화를 이루면서 HD한조양과 같은 구도를 만들어내자 HD현대는 엔진 라인업 확대로 한번 더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HD현대는 한화가 HSD엔진 인수를 공식화하기 이전인 지난해 12월 STX중공업의 예비입찰에 참여하는 등 인수를 검토해왔다"며 "STX중공업은 기존 HD현대중공업 엔진사업을 비롯한 그룹내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위해 추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3사에게 선박엔진이 중요해진 이유는 또 있다. 친환경 엔진으로의 전환이다. 본래 벙커유를 동력의 재료로 삼은 디젤엔진이 주를 이뤘는데 LPG·LNG가스 추진선과 메탄올 추진선 등 친환경 연료 엔진으로 선회 중이다. 가스에 수소를 섞어넣은 혼소 엔진도 개발 단계다. 가스 추진선은 벙커유 엔진 선박보다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크게 낮다.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국제해사기구(IMO) 등 국제적으로 영향력이 큰 각 기관들이 선박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고 있어서다. 30% 수준이던 친환경 선박 발주는 최근 40%에 근접했다. 2035년부터는 친환경 선박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전환기는 한국에는 기회다.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건 명분보다 수익성이다. 친환경 엔진은 돈이 된다. 일반 컨테이너선과 친환경 선박의 발주 가격만 20%가량 차이가 난다. 엔진으로 좁히면 친환경 엔진이 1.5배 비싸다. 기존에도 국내 기업의 선박엔진 점유율이 높았고 기술개발 업력도 긴 만큼 국제적으로는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을 따라올 곳이 많지 않다. 덕분에 점유율도 디젤엔진 시절의 영광을 그대로 재현하는 중이다.
STX중공업 직원들이 2019년 12월 세계 최초 LPG 이중연료엔진 시운전에 성공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STX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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