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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자본이 '메타버스' 스타트업에 투자를 안한다고? [thebell desk]

박상희 벤처중기1부장공개 2023-08-18 08:14:03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6일 08: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마존이 사내 직원을 대상으로 ‘아마존고(Amazon Go)'를 처음으로 선보인 것은 2016년 12월이었다. 아마존고는 계산대와 계산원이 필요 없는 오프라인 식료품 무인매장이다. 고객이 매장에서 카트에 상품을 담으면 컴퓨터 센서가 이를 자동으로 인식해 계산이 된다.

무인 슈퍼 3000개를 만들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던 아마존은 최근 아마존고 사업에서 철수했다. 시범 매장을 연 지 7년 만이다. 아마존은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해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가 됐다. 온라인 비즈니스로 성공한 아마존이 역으로 전통 오프라인 시장에 뛰어든 결과는 패착이었다. 컴퓨터 센서와 딥러닝 등 디지털 기술로 무장해 오프라인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

스마트폰으로 터치 기능 몇 번이면 주문한 물건이 수일 내로 빠르면 몇 시간 안에도 배송되는 시대다. 계산이라는 귀찮은 행위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만으로 고객이 일부러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할리가 없다는 평범한 사실을 아마존은 간과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소비자가, 시장이 필요로 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줬다.

스타트업은 첨단기술이나 참신한 아이디어에 기반해 설립된다. 때문인지 국내외를 막론하고 스타트업은 기술력을 앞세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기술력이 시장에서 서바이벌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실제로 개발은 됐지만 시장의 니즈가 없어 사라진 기술 사례는 차고 넘친다. 기술 우선주의 접근만으로는 스타트업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무엇보다 기술에도 시대적 트렌드가 있다. 2020년 팬데믹 창궐 이후 벤처 캐피탈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기술 중의 하나는 메타버스(가상 현실)였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이 결합해 새로운 세상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페이스북이 2021년 사명을 메타(Meta)로 변경하고 메타버스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것은 상징적인 사건으로 여겨졌다. 국내 스타트업은 모험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너도나도 메타버스 개념을 차용하거나 사업영역을 메타버스로 바꾸는 피봇(pivot)에 나섰다.

신기루였을까. 지난해 12월 챗GPT 등장 이후 생성형 AI가 새로운 게임체인저가 됐다. 이전까지 주목 받았던 메타버스나 블록체인, 대체불가토큰(NFT) 등 최신 ICT 융합 기술은 관심 밖으로 사라졌다. 메타버스 피로증일까. 심지어 메타버스 용어가 들어가면 벤처캐피탈이 투자를 안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사람을 만나거나 장소 이동이 제한됐던 팬데믹 시절에나 메타버스가 주목받았지, 엔데믹 시대까지 유효할리 없다는 회의론도 나온다. 어느 정도 비약은 있겠지만 팬데믹 시대가 종언을 고하면서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수그러든 것은 부인 할 수 없다. 그렇다고 메타버스 기술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메타버스가 내세운 혁신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5G·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확장현실(XR) 등 다양한 ICT 기술과 유기적 연동을 통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우리는 흔히 혁신이 기존의 무언가를 깨부수고 파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지 슘페터가 주창한 ‘창조적 파괴’를 혁신과 동어라고 여기는 탓이다.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의 등장이 오프라인 유통 시장을 파괴하고, 모빌리티 플랫폼 '우버'나 '타다'의 등장이 기존 택시업계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메타버스는 그러나 우리가 발딛고 살아가는 현실 세계를 대체하거나 파괴할 수 없다. 동시에 얼마든지 상호공존이 가능하다. 메타버스에 기반한 플랫폼의 필요성과 효용의 가치를 예단할 수는 없다. 다만 개인이든 기업이든 산업계든 소비자와 시장의 니즈가 존재한다면 사라지지 않을 기술임은 분명하다. 메타버스가 아마존고와 같은 운명을 맞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 모험자본은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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