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압박에도 카카오-SM 협력은 '굳건' 카카오 본사부터 창업자, 율촌까지 금감원 압수수색, 시세조종 입증 '쉽지 않아'
이지혜 기자공개 2023-08-23 10:26:28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1일 07:46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카카오를 향한 압박의 수위를 높이면서 SM엔터테인먼트와 협력에 금이 갈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이어 최근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까지 압수수색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언론에 직접 나서서 시세조종 의혹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그러나 이런 사법리스크로 카카오와 SM엔터테인먼트의 협력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세를 조종하려 했다는 의도를 입증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데다 판결이 나오기까지 오래 걸려서다.
실제로 금융당국이 시세조종 혐의를 입증해 부당이득 환수에 들어가더라도 이는 카카오와 SM엔터테인먼트의 협력이 무르익었을 때다. 이 때문에 증권업계에서도 당분간 금감원의 압박보다는 당장 카카오와 SM엔터테인먼트가 얼마나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전방위적 압수수색, 압박 강도 높이는 금감원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카카오를 상대로 전방위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금감원은 하이브가 올 2월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대상으로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주가를 의도적으로 높여 공개매수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본사는 물론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개인 사무실과 법무법인 율촌까지 참고인 신분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율촌은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인수건을 놓고 법률자문을 맡은 곳이다.
금감원의 행보가 여기에서 끝이 아닐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카카오와 SM엔터테인먼트 재무조직의 핵심 인물을 대상으로 집중 조사 중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들을 대상으로 조만간 법적 조치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금감원의 자신감은 상당하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7월 중순 신한카드 본사에서 열린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SM엔터테인먼트 관련 수사의 진척상황에 대한 질문에 “실체 규명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올 3월에도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주식 공개매수와 관련해 법을 어겼다면 무관용 원칙을 적용, 경제적 이익을 취할 수 없게 하겠다고 경고했는데 당시보다 발언의 수위가 높아졌다.
금감원이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것은 2월 16일 IBK투자증권 판교점에서 SM엔터테인먼트 발행 주식 총수의 2.9%, 일일거래량의 15.8%에 이르는 매수가 한꺼번에 이뤄진 사건이다. 당시 하이브는 이를 놓고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그때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인수한 기타법인은 사모펀드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인 것으로 드러났다. 카카오는 해당 매수자가 카카오나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냈지만 금감원의 시각은 다르다. 금감원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카카오와 각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본다.
실제로 원아시아파트너스는 카카오VX에 1000억원 투자를 단행했을뿐 아니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최대주주였던 지적재산권(IP) 마케팅기업 그레이고의 경영권을 인수하기도 했다. 원아시아파트너스의 김태영 사장은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 투자 총괄 대표가 과거 CJ그룹에서 인수합병(M&A)업무를 맡을 때부터 친분을 쌓은 것으로 전해진다.
◇시세조종 의혹 입증·판결 시간 걸려, 카카오-SM협력 '이상 무'
그러나 업계는 금융당국의 제재로 카카오와 SM엔터테인먼트가 당장 협력하는 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은 낮다고 바라본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시세조종을 법적으로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며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수준일 뿐 법적으로 책임을 묻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시세조종성 주문을 포착할 수는 있어도 해당 주문에 시세조종의 의도가 깔려있는지 입증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더욱이 판결이 나오기까지도 오랜 기간이 걸린다. 일반적으로 한국거래소에서 시세 조종 혐의를 발견 후 통보, 금융당국이 이를 검찰에 넘기기까지 1년이 걸리고 검찰 수사부터 재판, 판결이 확정되기까지도 2~3년이 소요된다.
카카오도 마찬가지다. 하이브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진정서를 제출한 것은 2월 말이지만 벌써 반년이 지났다. 금감원이 신속하게 조사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시세조종 혐의로 카카오에 대한 판결이 확정되기까지는 앞으로 수년이 더 걸릴 수 있다.
더욱이 시세조종 등 주가조작으로 과징금을 물리거나 부당이득을 환수하기도 쉽지 않다. 국회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돼 시세조종 등으로 얻은 부당이득의 2배를 환수할 수 있도록 징계의 수위는 높아졌지만 법적으로 부당이득 산정 기준은 미비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에서는 사법리스크보다 당장 카카오와 SM엔터테인먼트가 어떻게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시너지의 효과가 얼마나 클지에 더 집중하고 있다. 카카오와 SM엔터테인먼트도 금감원의 행보와는 별개로 북미 통합법인 설립을 발표하는 등 협력 계획을 하루가 다르게 구체화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금감원의 징계 여부나 수위를 아직 알 수 없는 단계"라며 "SM엔터테인먼트와 협력에 영향이 없으며 SM엔터테인먼트의 지배구조가 개선되면서 지금은 좋은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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