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니컬 리포트]HLB, 꿈의 항암제 'CAR-T' 개발 속도…유펜과 맞손혈액암 항원 CD19 표적 바인더 라이선스 계약 체결, 연내 IND 제출
차지현 기자공개 2023-08-28 13:44:24
[편집자주]
혁신신약을 노리는 기대주, 즉 파이프라인에 대한 가치 평가는 어렵다. 품목허가를 너머 성공적인 상업화에 도달하기까진 임상 평가 지표 외에도 시장 상황, 경쟁사 현황, 인허가 과정이 얽혀 있다. 각사가 내놓는 임상(Clinical) 자체 결과는 물론 비정형화한 데이터를 꼼꼼히 살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 주요 제약사와 바이오텍의 주력 파이프라인을 해부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4일 07: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이치엘비그룹이 '꿈의 항암제'로 불리는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낸다. 미국 자회사가 혈액암 주요 항원을 표적하는 특정 물질에 대한 권리를 확보했다. 표적항암제에 이어 면역항암제로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힘을 쏟는 것으로 풀이된다.◇신규 바이더 적용 CAR-T 치료제, 연내 FDA IND 신청
에이치엘비그룹은 미국 자회사 베리스모테라퓨틱스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유펜)와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혈액암의 주요 항원으로 꼽히는 'CD19'에 결합하는 바인더에 대한 전 세계 독점 권리를 확보했다고 23일 밝혔다.
베리스모는 노바티스의 CAR-T 치료제 '킴리아'를 개발한 연구팀을 주축으로 설립한 바이오벤처다. CAR-T 치료제는 면역세포인 T세포 유전자를 조작해 암세포를 잘 공격하도록 만든 약물이다. 킴리아는 치료 대안이 없던 말기 백혈병 환자에게 단 한 번의 투약으로 종양을 없애는 극적인 효과를 보이면서 '기적의 항암제'로 불린다.
CAR-T 치료제는 암세포에서 특이적으로 발현하는 항원과 이를 인식하는 수용체가 결합된 형태다. 이때 항원과 수용체를 연결하는 물질이 바인더다.
이번에 권리를 확보한 바인더는 베리스모와 유펜의 협력 결과다. 양사는 지난해 산학 연구 협약을 맺고 공동 연구를 진행해 왔다. 이후 높은 활성을 보이는 두 개의 항 CD19 바인더를 발견했다.
로라 존슨 베리스모 최고 과학 책임자(CSO)는 "바인더는 CAR-T 치료제의 약효와 안전성에 큰 영향을 준다"면서 "그간 모든 치료제가 한 가지 CD19 바인더에만 집중됐는데 베리스모가 새로운 CD19 바인더를 확보하면서 면역 치료 분야에서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베리스모는 두 바인더 중 하나인 'DS191'을 혈액암 CAR-T 치료제 후보물질 'SynKIR-310'에 적용할 계획이다. 올해 말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DS191 바인더를 활용한 SynKIR-310 치료제에 대한 임상시험계획(IND)도 신청한다.
해당 바인더의 기술수출도 타진한다는 목표다. 베리스모 측은 "CD19 바인더를 필요로 하는 다른 신약 개발 기업에 라이선스 아웃을 추진할 방침"이라며 "이와 함께 다른 암 항원을 표적하는 새로운 바인더 발굴 연구도 지속하겠다"고 했다.
◇떠오르는 CAR-T 분야, 자체 기술 앞세워 도전장
에이치엘비그룹은 CAR-T 치료제를 항암 신약 '리보세라닙'을 이을 후속 파이프라인으로 낙점하고 관련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2021년 에이치엘비와 에이치엘비제약이 공동 투자하며 베리스모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이어 올해 그룹이 인수한 에이치엘비이노베이션에겐 베리스모 연구개발(R&D) 자금줄 역할을 맡겼다. 에이치엘비이노베이션은 최근 베리스모 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 지분 11.75%를 약 130억원에 취득했다.
오너 2세가 유일하게 발을 들인 사업이라는 점도 그룹 내 CAR-T 치료제 사업의 위상을 가늠케 한다. 진양곤 회장 차녀 진인혜씨는 베리스모에서 리서치 애널리스트를 맡은 데 이어 3월 에이치엘비이노베이션 사내이사로 새롭게 올랐다.
CAR-T 치료제에 대한 바이오 업계의 시각은 엇갈린다. 우선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덴 이견이 없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전 세계 CAR-T 치료제 시장은 연평균 53.9%씩 성장해 오는 2028년 82억5830만달러(약 9조9471억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노바티스는 물론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길리어드사이언스 등 글로벌 제약사(빅파마)의 관심도 뜨거운 분야다.
다만 높은 비용과 부작용 등으로 널리 상용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CAR-T 치료제는 환자의 혈액에서 T세포를 추출해 유전자를 조작한 뒤 이를 다시 환자 몸에 주입해 만든다. 제조 공정이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든다. 일부 림프종과 백혈병 등 혈액암으로 한정된 적응증과 면역거부 반응인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CRS) 부작용 등도 해결 과제다.
그룹 입장에선 빅파마도 아직 초기 임상 단계인 만큼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존 CAR-T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KIR CAR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NK세포 수용체 구조와 유사한 멀티체인 수용체를 T세포에 발현시키는 기술을 이용하면 T세포 지속력을 높여 고형암 치료제로도 개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브라이언 킴 베리스모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KIR-CAR 수용체의 잠재력을 활용해 환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혁신적인 CAR-T 치료법을 개발할 것"이라며 "CAR-T 기술 개발에 있어 유망 국내 업체와도 전략적 파트너쉽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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