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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평가를 움직이는 사람들]정원현 본부장, 신용평가의 '기준'을 만들다⑥ 분석본부 잇는 컨트롤타워..."신용평가의 표준 완성할 것"

김슬기 기자공개 2023-08-28 13:57:18

[편집자주]

한국기업평가는 올해로 설립 40주년을 맞이했다. KDB산업은행에서 분사한 후 국내에서 가장 오랜 시간 사업가치평가 사업을 진행해왔고 1987년부터 회사채 신용평가기관으로 지정된 후에는 신용평가업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자본시장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는만큼 늘 보고서로 시장과 소통해왔다. 더벨은 보고서 대신 한국기업평가를 이끌고 있는 인물들에 주목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5일 14: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기업들이 부채자본시장(DCM)에서 조달을 하기 위해서는 신용등급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하지만 신용등급을 내는 과정은 단순하지 않다. 이는 내부 평가기준과 평가방법론에 따라 만들어진다. 해당 역할은 각 신용평가사의 평가정책본부에서 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가 내는 등급에 대한 신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한국기업평가는 국내 최초로 평가기준실을 만들었고 업계 최초로 관련 출판물을 출간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는 신용평가사의 리서치 요구가 커지고 있는만큼 한국기업평가 역시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현재 평가정책본부를 이끌고 있는 이는 정원현 본부장이다. 그는 다양한 업종을 분석하는 크레딧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다가 평가기준실이 만들어질 때 합류했고 이후 의미있는 행보를 보여줬다. 지난해까지 기업본부장으로 있다가 올해 평가정책본부장이 된 것이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 방법론 만드는 평가정책본부, 대내외 소통도 전담

한국기업평가의 신용평가 부문은 평가정책본부, 기업본부와 금융본부, SF본부, BRM본부 등 5개 본부가 있다. 이 중 발행사 소통과 계약을 담당하는 BRM본부를 제외하면 4개의 본부는 분석조직이다. 이 중 평가정책본부는 분석조직 내 브레인이라고 할 수 있다. 평가기획실, 평가기준실, IS실 등 3개의 실로 나뉘고 총 28명이 근무하고 있다.

평가정책본부는 여타 본부들이 평가를 하는데 필요한 방법론이나 프로세스 운영, 대내외 소통을 담당한다. 평가기획실은 신용평가 업무 전반에 연계된 대내외 규정을 관리하고 신용평가 프로세스의 전반적인 운영을 담당한다. 감독기관이나 정부기관 등과의 소통도 평가기획실의 몫이다.

평가기준실은 신용평가 부문의 평가기준, 평가방법론, 가이드라인의 기획과 실행을 담당하고 현업(기업·금융·SF본부)의 신용등급을 결정하는 평정위원회를 총괄한다. 등급결정에도 직접적으로 참여한다. 신용평가의 최종 결과물인 신용등급과 관련된 다양한 분석자료를 작성한다.

IS실은 금융시장 참여자 전반에 대한 소통을 담당한다. 평가기획실과 평가기준실이 대외 기관과 내부 이해관계자와의 업무가 중심이라면 IS실은 포괄적인 신용평가 정보이용자와 소통하는 것이다. 신용평가 업무 전반에 대한 시장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슈가 되는 리서치 주제 등을 평가본부에도 전달한다.

◇ 2002년 평가기준실 신설 당시 합류, 신용평가 관련 서적도 출간

평가정책본부는 정원현 본부장이 이끌고 있다. 서강대학교 경영학과에서 학사 학위와 석사 학위를 받았고 1995년 한국기업평가에 입사했다. 입사 후 정유·화학, 전기·전자, 자동차·중공업, 건설 등 다양한 파트에서 연구원 생활을 했다. 2002년 한국기업평가가 업계 최초로 평가기준실을 만들었고 그도 이 때 이동했다.


그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겪은 후 신용평가업무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이어서 내부적으로 평가기준이나 평가방법론 등 객관성과 투명성 확보가 화두였다"며 "애널리스트로 10년도 채 안 됐기 때문에 평가기준실로 이동할 줄 몰랐지만 당시 경험이 잊지 못할 도전이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글로벌 신용평가사의 평가기준이나 방법론을 살폈고 그간 축적된 경험을 접목해 현재의 평가기준이나 평가방법론의 기초가 된 신용평가일반론과 산업별 신용평가 가이드라인을 작성했다. 또한 2007년 외부적격신용평가기관(ECAI) 지정과 관련한 업무도 담당했다.

그는 "당시 은행도 내부적으로 신용평가 체계가 있는데 은행별로 등급체계가 달랐다"며 "바젤Ⅱ가 도입되면서 외부적격신용평가기관이 필요했고 이를 금융감독원이 지정하는만큼 그간 해왔던 평가기준이나 평가방법론을 체계화해 외부에 공시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 외부로 등급기준이 공개된 것이다.

과거 신용평가 업무나 등급 결정은 '블랙박스'라는 평을 받아왔으나 2007년을 기점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는 2008년 업계 처음으로 신용평가 관련 서적을 출간했다. 책 이름은 '신용평가의 이해와 활용'이었다. 이후 한국기업평가에서 신용파생상품, 자산유동화증권(ABS) 등과 관련된 서적도 나오는 계기가 됐다.

2011년에는 기업본부 내 평가1실장으로 이동했고 2014년에는 다시 평가정책본부로 돌아와 평가기준실장을 맡았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는 기업본부장을 맡았고 올해에는 평가정책본부장으로 왔다. 그는 "신용평가 업무의 논리적 근간이 되는 평가기준이라 평가방법론에 대한 관심이 컸다"고 밝혔다.

◇ '우리나라 신용평가 역사' 자부심, 앞으로도 이어간다

신용평가사의 경쟁력은 오랜 기간에 걸쳐 누적된 '평가경험, 확립된 시스템, 인적자원' 삼 박자가 맞아야 한다. 신용평가사 3사는 비슷한 시점에 신용평가 업무를 개시했고 대상도 비슷하기 때문에 차이도 크지 않다. 그럼에도 통계적 경험치인 평균누적부도율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사 내에서는 '한국기업평가의 역사가 우리나라 신용평가의 역사다'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며 "누적부도율은 의도적으로 관리한다고 할 수 없고 평가방법론, 프로세스, 연구원의 역량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A등급의 24년간 누적 평균부도율은 0.93%로 타사 대비 낮다.

고민도 있다. 최근 들어 글로벌 거시환경이나 산업구조가 급변하면서 평가 업무가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어서다. '신용등급은 경기주기를 일관한다(rating, through-the-cycle)'는 말이 있다. 이는 채권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장기적인 안정성을 위해선 꼭 필요한 전제다.

그는 "코로나19로 유발된 산업구조의 변화와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경쟁으로 유발된 공급망 가치사슬의 변화, ESG 경영,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금리변동 등으로 글로벌 거시환경과 산업사이클의 변동성이 매우 크다"며 "이를 빠르게 반영하고 개별기업의 모니터링을 연장하는 등 새로운 크레딧 사이클을 설정하는 평가정책 사이에서 고민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국기업평가는 향후에도 구조적인 변동성을 주목하고 장기적으로 신용등급의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에 대해 시장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시장에서 신용평가업계에 요구하는 리서치 종류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 적시에 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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