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평가를 움직이는 사람들]염성오 본부장, 40년 '사업가치평가' 노하우 잇는다④부동산·인프라·기업·ESG 전 영역 평가, 신사업 발굴 '집중'
김슬기 기자공개 2023-08-28 13:56:41
[편집자주]
한국기업평가는 올해로 설립 40주년을 맞이했다. KDB산업은행에서 분사한 후 국내에서 가장 오랜 시간 사업가치평가 사업을 진행해왔고 1987년부터 회사채 신용평가기관으로 지정된 후에는 신용평가업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자본시장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는만큼 늘 보고서로 시장과 소통해왔다. 더벨은 보고서 대신 한국기업평가를 이끌고 있는 인물들에 주목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8일 0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흔히 신용평가사라고 하면 기업의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것으로 한정짓기 쉽다. 하지만 신용평가 외에 사업가치평가 업무도 상당히 비중이 크다.특히 한국기업평가는 경쟁사 대비 가장 많은 인력을 보유하고 있고 있고 노하우도 가장 많이 쌓여있다. 출발점이 신용평가가 아닌 사업성평가였기 때문이다.
사업가치평가본부는 인프라, 부동산, 기업 뿐 아니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최근 시장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토큰증권발행(STO·Security Token Offerings) 영역에도 선제적으로 진출, 여러 증권사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염성오 사업가치평가본부장은 미래먹거리 발굴을 위해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움직여왔다. 그가 본부장으로 선임된 후 부동산전담부서가 신설됐고 글로벌파이낸스(GF)실, ESG센터도 만들어졌다. 올해는 시장 환경으로 본부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끊임없이 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태생부터 사업성평가 'DNA' 보유, 50여명의 초대형 본부
사업가치평가본부는 총 인원만 50명이 넘는 초대형 본부다. 기업평가본부나 금융본부를 합친 인원보다 많은 인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는 한국기업평가의 시작과 관련이 있다. 1983년 KDB산업은행의 여신심사기능이 분사하면서 만들어진만큼 인원이 많았다.
출범 당시 사명은 한국경영컨설팅이었고 1987년 회사채 신용평가기관으로 지정되면서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됐다. 결과적으로 신용평가 업무보다도 사업성 관련 업무를 더 오래한 것이다. 관련 업무만 40여년을 했다. 신용평가업무 관련 부서와 사업가치평가본부는 철저하게 분리 운영되고 있다.
2000년에도 인력이 40여명 정도였고 주로 중공업이나 석유화학 등 중후장대 기업에 나가는 대출이 상환가능한지 등을 평가했다. 현재는 보다 역할이 확대됐고 3부문 1실, 1센터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크게 부동산(PF)·기업(CF)·에너지&인프라 부문으로 나뉘어져 있고 GF실, ESG센터도 해당 본부에 속해있다.
해당 본부는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서 필요한 인수금융 상환가능성 평가, 기업가치평가, 도로 발전소와 같은 인프라 자산의 투자 타당성평가, 부동산 상품별 상환가능성평가, 해외 투자 타당성평가, ESG인증평가 등 국내 금융기관 대출 및 투자의사결정을 위한 사업성평가 업무 전체를 취급한다.
◇ 5년차 맞은 염성오 본부장, 시장흐름 맞춰 조직 신설 '박차'
현재 사업가치평가본부를 이끌고 있는 이는 염성오 본부장이다. 그는 1996년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영화회계법인(현 EY한영) 감사본부에서 회계사로 일했다. 2000년 한국기업평가로 이동했고 쭉 사업가치평가본부에서 일을 했다.
그는 "1990년대 중후반부터 인프라라고 하는 도로, 발전 등에 대한 PF가 이뤄졌고 전담부서도 2000년대에 생기면서 해당 업무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인프라 민자사업 담당 연구원을 오랜기간 해왔고 2010년 부동산 및 인프라 담당 실장, 2017년 인프라부문 부문장을 거쳐 2019년 본부장이 됐다.
그가 본부를 이끌면서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 바로 부동산 전담부서를 만든 것이다. 한국기업평가는 2000년부터 부동산PF 평가 부서를 설치했지만 2008년 리먼사태 이후 부동산 부서를 해산했었다. 대신 인프라나 CF에서 부동산도 함께 들여다보는 구조로 바뀌었다.
10여년을 전담 부서없이 부동산PF를 평가하다보니 한계도 있었다. 2019년 본부장 취임 첫해 부동산실을 만들었고 현재의 PF부문이 만들어졌다. 고민도 있었다. 부동산만 전담할 경우 2008년과 같은 위험이 있을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는 대성공이었다. 부서 신설 후 실적이 큰 폭으로 늘었고 직원 개개인의 전문성을 제고할 수 있었다.
그는 "부동산은 특히나 경기에 민감한데 리먼사태가 터진 후 의뢰가 급감하면서 자연스레 해체가 됐다"며 "초기에는 실 단위에서 지금은 본부단위로 성장했고 전문성을 키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어려움은 있지만 부동산 정상화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2020년에는 GF 조직도 만들었다. 그가 느끼기에 최근 10년간 금융시장에서는 자산과 기업 구분의 모호성이 커지고 있었고 국내 투자은행(IB)들이 해외 인프라나 부동산으로도 관심을 키우고 있었다. 해외 부동산은 모르겠지만 해외 인프라 쪽으로는 승산이 있다고 봤다.
그는 "2018~2019년 관련 분야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2020년에 신설을 했지만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고전했었다"면서도 "재무재표 분석을 통한 CF와 계약서 기반 현금흐름 분석을 통한 PF를 모두 아우르는 하이브리드형 조직이 필요했고 현재는 자리를 잘 잡아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 '고금리·유동성 축소'로 사업환경 악화…STO 사업으로 확장
다만 올해 사업가치평가본부를 둘러싼 사업환경은 좋지 않다. 금리상승과 시장의 유동성 축소로 인해 먹거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는 자산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부동산PF 평가와 기업가치평가에 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로 이를 돌파하고 있다.
특히 STO 영역에 선제적으로 뛰어들었다. 한국기업평가는 퍼스트무버 전략의 일환으로 지난해에 관련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토큰증권에 대한 해외사례 조사를 시작했다. 부동산, 선박, 인프라 등의 실물자산 평가 뿐 아니라 브랜드가치 등 무형자산 평가에 대한 경험이 STO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그는 "부동산, 선박 뿐 아니라 음원, 고가품, 서화 등 기초자산 등이 다양한데 그간 해왔던 경험들을 살려 밸류에이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며 "올해 1월에 제도화되면서 이슈가 됐고 이미 1년여를 준비했기 때문에 여러 증권사로부터 러브콜을 받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현재 NH투자증권이 주도한 토큰증권 협의체 'STO 비전그룹'에 속해있다. 또 음원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토큰증권 가치평가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수행했다. 올해 STO 파트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낸다면 향후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는 "비재무적인 요소가 기업과 자산에 미치는 영향이나 무형자산 평가가 확대되는 등 비즈니스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만큼 이에 맞게 본부를 꾸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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