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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사회에 '글로벌 CEO' 못 오는 이유 thebell note

김슬기 기자공개 2024-12-02 07:15:31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8일 07:1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동안 삼성전자 이사회를 두고 말이 많았다. 경쟁사인 대만 TSMC의 이사회와 비교했을 때 다양성이 떨어졌다. TSMC 사외이사는 대부분 반도체 업계 저명인사이면서 국적도 다양하다. 상대적으로 삼성전자 이사회 멤버 10명은 모두 한국인이고 기술 전문가도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이사회의 다양성은 비단 성별이나 연령, 경험 등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국적 역시 다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여러 나라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하고 있다면 해외에서 경영을 해본 외국인을 이사회에 영입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냐는 뜻이다. 일견 타당한 이야기다.

실제 TSMC의 이사진 절반은 미국인이고 마이클 스플린터 전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최고경영자(CEO), 라파엘 리프 미국 전 MIT 총장, 모셰 가브리엘 로브 전 자일링스 CEO, 어슐러 번스 전 Xorox CEO(전 미국 상무부 공급망 경쟁력 자문위원회 부의장) 등이 속해있다. 이사회도 내년 2월엔 사상 처음으로 미국에서 할 예정이라고 한다.

국내 기업 이사회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다. 하지만 기업이 외국인 CEO 출신을 영입하고 싶지 않아서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다고 봐야 할까. 이에 대해 한 사외이사는 "해외 저명한 인사들이 한국에서 사외이사가 되는 것은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는 답이 돌아왔다.

한국 상장사의 사외이사는 상법상 해당 회사를 포함해 최대 2개 회사의 이사회에만 참여할 수 있다. 이는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고 해외 기업도 여지없이 카운팅이 된다. 가령 해외의 유명한 전직 CEO가 국내 기업에서 사외이사 제안을 받았더라도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외국의 전직 CEO는 왜 한국의 사외이사가 되어야 할까? 특히나 한국에서 영입할 정도면 이미 어느 곳에서든 각광받는 인사일 거다. 결국 충분한 이득이 없다면 한국 상장사의 사외이사가 되길 택하는 경우의 수는 극히 드물다. 그럼에도 영입한 기업이 있다면 칭찬하면 될 일이다.

'이사회에 왜 외국인이면서 CEO였던 인물이 없나요', '사외이사 영입에 노력하지 않는 건 아닌가요', '오너 중심의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어서 말 잘 듣는 사외이사를 꾸리는 게 아니냐'는 등의 비판은 쉽다. 하지만 최소한의 환경도 만들어주지 않고 덮어놓고 비판하는 것도 바람직하진 않다.

미국은 상장사 사외이사 겸직에 대한 법적 제한은 없지만 의결권을 행사하는 기관투자자들은 통상 4개 기업의 겸직을 허용하는 분위기다. 은퇴 후 동종업계 사외이사로 가는 사례도 흔하다. 이사회 다양성을 위해 향후 법적으로 사외이사 겸직 허용을 국내 기업으로 한정 짓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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