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드아웃 스토리]삼성의 헤어질 결심, '끈질긴' 그룹 첫 중국 생산법인2018년부터 청산 추진, 올 상반기에도 '미완료'…장부가 1000억 상회
김경태 기자공개 2023-09-05 11:03:25
[편집자주]
모든 법인(法人)의 탄생과 지분 관계 형성에는 배경과 목적이 있다. 기업은 신사업 진출, 해외시장 개척, 합작 등을 위해 국내외에 법인을 만들거나 지분 투자에 나선다. 이는 연결 회계에 흔적을 남긴다. 나름의 이유를 갖고 이뤄지지만 모든 관계가 영속하지는 못한다. 지분을 매각하거나 최악의 경우 청산을 택하기도 한다. 법인을 없애거나 주식을 매도하는 이유도 다양하다. 실적 부진이나 본사의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등 여러 이유로 자취를 감춘다. 이는 기업의 사업 전략을 전망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더벨이 기업의 연결 회계에서 법인이 명멸하는 과정을 내밀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1일 10: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은 한중수교 이후 중국 진출에 속도를 냈다. 가장 먼저 중국에 생산 거점을 마련한 계열사는 삼성전기다. 계열사 최초로 1992년 중국 동관에 법인(Dongguan Samsung Electro-Mechanics Co., Ltd.)을 만들며 사업 확대를 추진했다. 그 후 삼성전기가 사업구조 재편과 해외 생산거점 조정에 나서면서 동관법인의 역할이 크게 줄기 시작했고 2018년 청산을 결정했다.하지만 삼성전기는 동관법인을 쉽게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다. 현지에서 절차가 장기화되면서 5년이 지나서도 동관법인의 청산은 마무리되지 못했다. 삼성전기는 동관법인의 장부가를 1000억원 이상으로 설정하며 여전히 연결 회계에 남아 있다. 완전히 청산되는 과정에서 삼성전기의 회계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룹 최초 중국 생산법인, 2015년 사업재편 이후 굴곡 겪어
삼성전기는 1992년 중국 동관에 생산법인을 만들었다. 이는 그룹 계열사 중 중국에 생산 거점을 마련한 첫 사례였다. 동관공장에서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모터, 전원모듈(파워), MLCC 등의 부품이 생산됐다.
동관법인은 설립 초기부터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이는 삼성그룹의 계열사들이 중국에 생산거점을 마련하는데 선봉 역할을 톡톡히 했다. 삼성전기는 1994년부터 2000만 달러를 투입해 동관 신공장 건립을 추진했다. 1996년 신공장 준공식에는 광동성 부성장, 동관시장 등 500여명의 관계자가 참석하기도 했다.
생산 능력을 키운 동관법인은 삼성전기의 효자로 거듭났다. 1990년대부터 매해 성장을 이어가면서 삼성전기의 연결 종속사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자회사가 됐다. 2009년에는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잘 나가던 동관법인에 큰 변화가 생긴 시점은 2015년이다.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은 2015년 취임 후 파워 서플라이,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모터 사업, 진동 모터 사업 등을 정리했다. 이 여파로 동관법인의 사업은 축소됐다. 중국에서의 무게중심은 천진법인(Tianjin Samsung Electro-Mechanics Co., Ltd.)과 고신법인(Samsung High-Tech Electro-Mechanics (Tianjin) Co., Ltd.)으로 옮겨갔다.
동관법인의 실적도 급격히 악화했다. 2015년 매출은 1조116억원이었는데 2016년에는 5796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그러다 삼성전기의 MLCC 사업이 대폭 성장하며 MLCC 테이핑을 맡던 동관법인은 반전을 이루기도 했다. 2018년에 매출 1조1802억원, 당기순이익 42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공정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동관법인은 결국 사업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정리 대상이 됐다. 삼성전기는 2018년 사업보고서부터 동관법인의 청산 절차가 진행 중이라 밝혔다.
◇동관법인 5년째 청산 절차 진행, 장부가 1000억 넘어
삼성전기가 동관법인의 청산 추진을 밝힌 지 5년이 흘렀다. 하지만 동관법인은 여전히 삼성전기의 연결 회계에 살아 있다. 올 반기보고서에도 동관법인의 청산이 진행 중이라 적시됐다. 이에 대해 삼성전기는 특별한 일이 있는 것은 아니며 현지에서 절차가 오래 걸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중국 현지에서 법인을 청산할 때 현지 채권 회수, 채무 정리, 자산 매각, 인력 구조조정 문제, 세무적인 부분 등에 관한 이슈가 있는 경우 장기화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동관법인 청산도 5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현지에서 리스크에 노출돼 장기화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삼성전기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현지에서 발생한 법적 분쟁 등은 없는 상태다.
동관법인의 청산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면서 삼성전기의 연결 회계에도 아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전기는 올 상반기 말 동관법인의 장부가를 1009억원으로 설정했다. 이 금액은 청산 계획을 밝힌 2018년과 동일한 금액이다.
동관법인과 마찬가지로 청산 절차를 밟고 있는 쿤산법인(Kunshan Samsung Electro-Mechanics Co., Ltd.)도 마찬가지다. 삼성전기는 올 상반기말 쿤산법인의 장부가를 1661억원으로 설정했다. 쿤산법인의 장부가는 삼성전기의 종속기업 중 가장 크다. 동관법인은 네 번째로 크다.
통상 기업은 보유한 비상장사 지분의 가치가 감소하면 회수가능액과의 차이를 손상차손으로 인식하고 금융비용으로 처리한다. 이는 손익계산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향후 동관법인과 쿤산법인의 청산이 완료되는 과정에서 연결 회계에 영향이 불가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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