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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반도체의 삼성전자 본진 침투, 득이냐 독이냐 작년부터 분위기 조성, 협력자이자 경쟁자…JY 참여 'S-LCD' 합작, 삼성에 더 큰 이익으로

김경태 기자공개 2023-08-07 12:29:30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3일 10: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본 소니(Sony)가 한국 반도체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삼성그룹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와 소니는 최근 한일관계 개선 바람을 타고 우호적인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소니 경영진은 방한해 삼성전자 사업장을 직접 둘러보기도 했다.

과거 삼성전자와 소니는 LCD 사업을 위해 국내에 합작사를 만들며 글로벌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하지만 합작사는 최종적으로 문을 닫으며 협력의 어려움을 절감했다.

삼성전자와 소니가 상부상조할 수 있어도 기본적으로 이미지센서 분야에서 경쟁자다. 과거 합작사의 경영에 관여했던 이재용 회장이 소니의 속성을 꿰뚫고 있는 만큼 치밀한 접근법을 선보일지 주목된다.

◇'한일관계 개선' 소니 한국 반도체시장 공략 '최적 타이밍' 조성

소니의 한국법인인 소니코리아는 지난달 국내에 반도체 사업 법인을 만들었다. 상호는 '소니세미컨덕터솔루션코리아(Sony Semiconductor Solutions korea)'로 자본금은 10억원이다. 소니코리아에서 분할해 설립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소니는 그간 한국에서 전자제품 판매 위주의 사업을 펼쳤다. 반도체사업을 전담할 법인을 설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움직임이 최근 한일관계 개선 속에 이뤄졌다는 점이 주목된다. 삼성과 소니는 지난해부터 경영진이 교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DS부문장)은 지난해 11월 소니 본사를 방문해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 회장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경 사장은 개인 SNS에 "1980년대 초에 소니 워크맨(1979년 첫 출시)은 청춘들의 드림이었다"며 "그랬던 소니에서 자율주행차를 (혼다와 함께) 만들고 있다"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 후 소니 경영진이 답방했다. 요시다 겐이치로 회장을 비롯한 소니 경영진은 올 3월 6일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을 방문했다. 경기 평택캠퍼스와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 등을 찾았다. 당시 경계현 삼정전자 대표(DS부문장)와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등 반도체 부문 경영진을 만났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삼성전자와 소니의 행보를 볼 때 이번 소니의 반도체사업 법인 설립도 양측의 교감 속에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된다. 소니코리아는 올 3월부터 반도체 관련 인재 채용을 진행했다. 이를 고려할 때 소니가 법인 설립을 알리지 않았더라도 삼성전자에서 충분히 인지했을 수도 있다.

소니세미컨덕터솔루션코리아의 기능은 사업목적을 고려할 때 반도체 판매와 연구개발(R&D)에 국한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 목적에는 △반도체 전자부품 및 제품의 수출입업과 애프터서비스의 업무 및 이들에 관한 도매, 대리 및 중개업무 △소프트웨어 개발 및 설계용역업 등이 포함됐다.

이번 법인 설립을 계기로 소니가 국내 이미지센서 고객사 확보와 공급 물량 확대를 공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니는 이미 삼성그룹 계열사에 이미지센서를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이미지센서를 비롯한 센서 IC 1조743억원어치를 구매했는데 삼성전자와 소니로부터 공급받았다. LG이노텍도 소니의 고객사다. 소니는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이미지센서 최대 수급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협력과 경쟁 '이중적 관계', 합작사 'S-LCD'의 소환…JY의 '치밀한 접근법' 주목

과거 삼성전자와 소니는 국내에서 합작사까지 만들 정도로 긴밀한 협력을 한 역사가 있다. 구다라기 켄 소니 부사장은 2003년 초 삼성전자 LCD 천안 사업장을 방문했다. 한 달 후 소니는 삼성전자에 TV용 LCD 패널의 합작 생산을 제안했다. 2004년 4월 합작사인 'S LCD'가 탄생했다. 글로벌 TV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양사가 손을 잡았다는 사실 자체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역사적 합작'은 양측이 치밀하게 계산기를 두드린 결과였다. 당시 소니는 LCD 패널의 안정적 확보와 조달 비용 절감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던 시기다. 삼성전자는 소니라는 글로벌 톱티어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하면서 디스플레이 기술에 강력한 경쟁력을 지녔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과시할 수 있었다.

S-LCD는 글로벌 TV시장의 판도를 뒤흔들었다. 2005년 4월 시계 최대 7세대 LCD 생산라인이 본격 가동되기 시작했다. LCD TV 시장에서 40인치, 46인치의 표준화를 주도하는 등 TV시장의 질서를 만들었다. 점유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2000년대 LCD TV시장의 최강자는 샤프였다. 소니는 S-LCD를 통해 안정적으로 패널을 확보하면서 세계 대형 LCD TV시장에서 점유율 40%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삼성전자가 더 큰 이익을 얻었다. 삼성전자는 S-LCD를 통해 소니라는 글로벌 기업을 안정적인 고객사로 확보해 LCD 사업 경쟁력을 크게 강화했다. 동시에 자체적으로 TV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했다. 2007년 이후 TV시장에서 소니를 제치고 글로벌 1위에 올랐고 공교롭게도 소니의 TV사업은 후퇴했다.

삼성전자와 소니의 합작사는 결국 2011년 말 소임을 다하고 사라졌다. 삼성전자가 소니가 가진 S-LCD 지분 50%(3억89999만주) 전량을 1조6500억원 가량에 인수하면서 단일 최대주주에 올랐다. 삼성디스플레이가 2012년 7월 S-LCD를 흡수합병하면서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추게 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소니와의 합작을 그룹 내에서 누구보다도 내밀하게 꿰뚫고 있다. 향후 소니의 국내 사업 확대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고객사에 대한 충돌이 우려되지만 치밀한 접근법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배경이다.

이 회장은 S-LCD가 만들어지던 2004년부터 사내이사로 참여했다. 당시 상무 직급이던 이 회장은 삼성전자와 소니 양사 경영진과 이사회 구성원으로 주요 경영 상황을 챙겼다. 그는 2008년 5월까지 4년간 등기임원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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