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불린 교보증권, '금융지주사 전환' 히든카드 될까 교보생명의 지원의지는 '충분', 자기자본 확충 이후 성과 주목
김슬기 기자공개 2023-08-30 13:36:04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8일 14: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교보증권이 모회사인 교보생명으로부터 두 번째 유상증자를 받게 됐다. 1994년 교보생명에 인수된 후 별다른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으나 2020년 이후 본격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에서는 교보생명의 지원의지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관심이 모인다.모회사인 교보생명은 기업공개(IPO)를 여러차례 추진했으나 재무적투자자(FI)와의 갈등으로 실행에 이르지 못했다. 교보생명이 금융지주사 전환 카드를 절충안으로 꺼내든만큼 증권의 역할이 중요하다. 교보증권이 유상증자 이후 유의미한 성과를 내야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한 주주 설득에 도움이 될 수 있다.
◇ 교보생명, 지주사 전환 위해 사업다각화에 집중
교보증권은 이달 말 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신주 배정 대상은 모회사인 교보생명으로 증자 후 지분율은 73.06%에서 84.72%까지 높아진다. 이번 유상증자는 2020년 6월(2000억원 규모) 두 번째다. 교보증권의 자기자본은 상반기말 1조6179억원에서 1조8679억원으로 늘어난다.
모회사인 교보생명에 있어 교보증권에 대한 지원은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자본 11조4000억원을 보유, 이번 유상증자가 교보생명의 재무안정성 지표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봤다. 다만 교보증권 외에도 교보자산신탁에도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예정이다.
교보생명이 올해 초 금융지주사 전환을 발표한 것과 무관치 않다. 그간 교보생명은 IPO를 추진하려고 했으나 2대주주인 어피니티 컨소시엄의 반대로 무산됐다. 어피니티 측은 IPO보다는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고, 양측은 아직까지 풋옵션 가격에 대한 이견 때문에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의 중재과정 중에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현재 자본이 10조원 이상이어서 교보증권 지원 자체가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다"라며 "생명보험업계의 성장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자회사들이 튼튼해지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추진 중인 손해보험사 인수도 그 일환이며 교보증권을 추가적으로 지원할 의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사업다각화를 통한 금융지주사 설립이 궁극적으로 FI들의 엑시트에 더 도움이 된다는 컨센서스를 형성해야 하는 것이다. 주주총회를 통해 인적분할을 승인 받은 후 금융지주사가 설립되면 지주사 IPO나 교보생명 IPO 재추진 등 또 다른 엑시트 선택지가 생기게 된다.
다만 금융지주사 설립에 모든 주주가 동의한 것은 아니다. 신창재 회장을 비롯, 우호 지분은 36.91%이고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24.01%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생명 측은 주주 설득과정을 진행 중에 있으나 어피니티 컨소시엄의 경우 아직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이철주 어피너티 전 회장의 경우 최근 회사에서 물러나면서 교보생명 사외이사직에서도 사임했다.
◇ 금융지주사 전환 설득 카드 되나, IB 영업 성장 증명이 관건
금융지주사 설립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가운데 교보증권에 대한 중요도는 커질 수 밖에 없다. 올해 1분기 교보금융복합기업집단 현황을 보면 총 11개의 소속금융회사 총 자산은 121조1625억원이었다. 이 중 교보증권의 자산은 12조6247억원으로 10.4%으로 생명(약 107조) 다음으로 크다. 이익기여도 비중 역시 비슷하다.
결국 교보생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여타 계열사를 키워야 하는 것이다. 증권을 키우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바로 자본을 늘리는 일이다. 증권업을 하는 데 있어서 자본의 규모는 업무 범위를 결정할 뿐 아니라 위험인수여력, 영업순수익 창출력에 차이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교보증권은 국내 1호 증권사라는 상징성이 있는 곳이지만 생명에 인수된 이후 경쟁력이 오히려 떨어졌다"며 "최근 몇 년간 교보생명이 증권에 증자를 하는 것을 보면 내부적으로도 키우겠다는 의지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교보생명은 1994년 교보증권을 인수했고, 2020년 6월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증권에 대한 유상증자(2000억원 규모)를 진행했다. 이 때 자금여력이 부족할 때마다 돌았던 매각설 역시 불식시켰다. 이번 유상증자는 표면적으로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합투자금융사(종투사)를 목표로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한 설득수단으로도 읽힌다.
현재 유상증자 규모로는 3조원까지 도달하려면 한참 시일이 남아있다. 경쟁사인 대신증권이 본사 사옥을 팔아서 내년 상반기 중으로 종투사를 신청하겠다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당장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 교보증권에 대한 가치가 올라가야 금융지주사 전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또한 유상증자 이후 IB에서의 성과도 중요하다. 현재 교보증권 사업구조를 보면 상반기 위탁매매업과 자기매매업, 장내외파생상품업에서는 일정한 수익이 창출되고 있지만 IB 쪽에서는 적자를 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에서 충당금을 쌓았던만큼 여타 IB 사업을 통한 회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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