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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하나투어 vs 모두투어]‘도전과 안정 사이’ 다른 사업전략, 1·2위 순위 갈랐다①[출범과 성장]공격적으로 사세 넓힌 하나투어, 안정화 우선 모두투어

김규희 기자공개 2023-08-31 08:00:09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9일 07:4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국내 여행업계를 선도하는 선두주자다. 두 회사는 고려여행사에서 파생된 홀세일(도매) 여행사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사업 전략에 있어서는 차이가 분명하다.

하나투어는 여행사 최초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펼쳤고 모두투어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확장전략을 펼쳐왔다. 후발주자인 하나투어가 모두투어를 앞서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다.

◇ 고려여행사→모두투어→하나투어로 이어지는 독립 계보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관계를 알기 위해선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박상환 하나투어 회장과 우종웅 모두투어 회장은 당시 국내 최대 여행사인 고려여행사에서 연을 맺었다. 1947년생인 우 회장은 우석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입사했다. 1957년생인 박 회장은 중앙대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고려여행사를 통해 여행업계에 발을 들였다.

1989년 2월 영업팀장이었던 우 회장은 고려여행사를 떠나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박 회장 등 사원 14명과 함께 국내 최초의 홀세일 여행 전문기업 국일여행사(현 모두투어네트워크)를 설립했다.

당시 모두투어가 내건 영업전략은 국내 여행업계를 뒤흔들었다. 모두투어 출범 전까지만 해도 단체 패키지 여행은 리스크가 높은 방식으로 운영됐다. 최소한의 인원이 확보되어야 출발이 가능한 구조였기 때문에 여행객이 아무리 많은 시간과 돈을 쏟아부어도 머릿수를 채우지 못하면 해외여행 자체가 취소될 수밖에 없었다.

모두투어는 홀세일 방식을 도입해 난제를 해결했다. 당시 국내 경제상황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었고 해외여행 수요는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던 시기였다. 이에 모두투어는 패키지 상품을 기획하는 역할만 맡고 여행객을 모객하는 역할은 소매(리테일) 여행사에게 넘겼다.

초창기엔 기존과 영업 방식이 달라 혼란이 있었지만 전국 각지에서 여행객이 모이는 탓에 여행이 취소될 걱정이 없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졌다. 덕분에 모두투어는 삽시간에 많은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었고 곧바로 전국구 여행사로 발돋움했다.

박상환 하나투어 회장(왼쪽), 우종웅 모두투어 회장

◇ IPO 두고 '우종웅 vs. 박상환‘ 갈등, 하나투어 분리

승승장구하던 모두투어에 균열이 생겼다. 사업이 안정 궤도에 오르자 박 회장은 모두투어의 상장을 주장했다. 상장을 통해 투자금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낼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우 회장은 박 회장 제안을 거절했다. 우 회장은 안정적인 경영을 지향하는 보수적인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상장이라는 모험을 택하기보다 기존 사업의 내실을 다지는 길을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1993년 박 회장은 모두투어 자회사인 국진여행사(현 하나투어)로 자리를 옮겼고 이후 모두투어에 대한 자신의 지분을 전부 정리, 우 회장으로부터 독립했다.

하나투어는 모두투어와 같이 홀세일 방식을 통해 덩치를 빠르게 키웠다. 기존에 쌓아뒀던 네트워크를 활용해 급증하는 해외여행 수요를 흡수했다.

꾸준하고 빠르게 회사를 키워왔던 박 회장은 곧바로 우 회장에게 제시했던 상장 작업에 들어갔다. 그 결과 하나투어는 2000년 국내 여행업계 최초로 코스닥 시장 상장에 성공했다. 2011년 11월엔 코스피로 이전 상장했다.

상장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한 박 회장은 또다시 ‘승부수’를 던졌다. 점유율 확대와 함께 당시 업계 1위였던 모두투어를 꺾기 위해서는 ‘신의 한 수’가 필요했다. 그는 기존 여행업계의 영업방식을 깨고 ‘항공권 선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당시 여행사들은 패키지 여행 최소인원 미달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항공사로부터 좌석을 먼저 할당받고 상품 판매 후에 대금을 지불했다. 최소한의 숫자를 채우지 못할 경우 항공권을 취소할 수 있어 여행사에 유리한 방식이었다.

하지만 하나투어는 경쟁사들과 달리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선결제에 활용했다. 항공사는 리스크가 적은 데다 즉시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하나투어에 더 많은 좌석을 배정했고 이는 고스란히 점유율 확대로 이어졌다.


◇ ‘승부수’에 뒤바뀐 순위, 코로나에도 격차 유지

한 번 벌어진 차이는 쉽게 극복되지 않았다. 하나투어의 성공을 눈앞에서 목격한 모두투어는 2005년 상장 절차에 착수했다. 사명을 국일여행사에서 지금의 모두투어로 바꾸고 같은해 7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모두투어는 조달한 자금을 사업다각화에 쏟아부었다. 유통채널 확대를 위한 이젠투어 지분투자에서부터 여행 카테고리 확장을 위한 투어테인먼트(투어+엔터테인먼트) 설립까지 사세를 넓혔다.

외국인의 국내여행 수요를 잡기 위한 국내 호텔사업 ‘모두관광개발’(모두스테이) 및 크루즈 총판 크루즈인터내셔널 출범, 교육사업을 위한 서울호텔관광전문학교 인수, 점유율 확대를 위한 업계 3위 여행사 자유투어 인수 등에 나섰다.

모두투어의 노력에도 두 회사의 점유율 차이는 평행선을 달렸다. 하나투어 역시 사업을 확장하며 계속해서 덩치를 키웠기 때문이다. 하나투어도 인바운드·아웃바운드 가리지 않고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코로나19라는 보릿고개를 겪는 동안에도 격차는 유지됐다. 두 회사 모두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없었지만 하나투어의 매출액이 모두투어의 매출액보다 2~3배 더 많았다. 코로나가 극심했던 2021년에도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매출액은 403억원, 138억원이었다. 리오프닝이 본격화된 올 상반기엔 각각 1654억원, 813억원을 기록, 차이를 더욱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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