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를 움직이는 변호사들]고객 위한 ‘맞춤형 자문’ 지평 이행규 변호사③로펌 IPO 시장 개척…올해 기가비스·파두 등 발행사 자문
안준호 기자공개 2023-09-25 08:47:22
[편집자주]
국내 IPO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법률자문 업무를 맡는 로펌의 위상도 높아졌다. '비용'으로 인식되어 종종 생략되던 법률실사도 이제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로펌이 '리스크 전문가'로서 내부통제 체계와 ESG 경영까지 컨설팅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자본시장에서 활동하는 국내 주요 변호사들을 만나 IPO 시장 진단과 로펌의 역할에 대해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9일 14시1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법무법인 지평의 이행규 변호사는 자본시장 참여자들에겐 친숙한 얼굴이다. 자본시장법 제정 이전부터 증권업계와 인연을 맺으며 법률자문 서비스를 선도한 변호사로 꼽힌다. 기업공개(IPO) 컨설팅을 시작으로 20년 이상 경력을 이어오며 현재 지평의 자본시장·PE그룹을 총괄하고 있다.IPO 자문 시장 초창기부터 활동한 만큼 수많은 트랙 레코드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더벨이 집계한 IPO 리그테이블에서 가장 많은 딜을 자문했다. 공모주 시장이 침체기를 맞은 올해는 더욱 큰 존재감을 보이는 중이다. 오랜 기간 축적한 경험을 통해 실질적 문제 해결이 가능한 실천적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도 강점이다.
◇IPO 자문 개척 ‘스타 플레이어’…해외 자회사 SPC 상장 등 최초 제안
제38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행규 변호사는 2002년 지평 합류 이후 쭉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로 활약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력과 달리 당초 증권업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았다. 당시 신생 로펌이던 지평이 증권업협회(현 금융투자협회) 자문을 맡으며 자연스럽게 자본시장과 접점을 늘려갔다.
변호사들의 역할이 큰 크로스보더(Cross-border) IPO 경험 역시 일찌감치 쌓았다. 한국거래소와 함께 해외기업 유치 태스크 포스(TF)에 참여해 국외 자본시장을 직접 돌았다. 국내 최초로 미국기업, 라오스기업, 베트남기업, 싱가포르기업을 거래소에 상장시킨 경험도 있다.
초창기 트랙 레코드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딜은 코라오그룹의 한국 상장이다. 라오스의 한국계 기업으로 초기 유치부터 상장까지 전 과정에 관여했다. 직상장이 어렵다 보니 케이만 군도에 지주사인 코라오홀딩스(현 LVMC홀딩스)를 만들어 이를 상장시켰다.
이 변호사는 “라오스가 사회주의 국가이다 보니 거래소 상장위원회의 심사 과정에서 배당송금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거론되며 상장 승인이 연기되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며 “크로스보더 IPO는 양국의 법과 규제 차이를 조정하고, 상장에 필요한 제도적 요건을 갖추는 과정에서 로펌의 역할이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자문 과정에서 창의적 솔루션을 제시한 경우도 많다. 국내 기업의 해외 자회사 IPO를 위한 특수목적회사(SPC) 설립을 처음 고안한 것도 이행규 변호사다. 국내에 설립한 SPC에 해외 자회사 지분을 현물출자해 상장하는 구조다. 해외가 아닌 국내에 SPC를 설립해 상장할 경우 적격물적분할, 적격현물출자로 인정되어 과세 이연이 가능했다.
그는 “해외 SPC 구조를 택할 경우 과세 부담으로 상장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국내 SPC 설립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금융당국과 협의를 거쳐 거래소 상장 규정도 개정했다”며 “제도 개선 직후엔 활용 기업이 없었지만 이후 LS전선아시아, 화승엔터프라이즈 등 성공 사례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SPC 설립을 통한 자회사 상장은 현재도 국내 기업들이 애용하는 제도다. 설계 당시부터 이행규 변호사 역할이 컸기 때문에 관련 자문도 지평 IPO팀이 주로 맡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2차전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는 중이다. 글로벌 제조사와 협업을 위해 해외 자회사를 보유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GS건설의 글로벌 수처리 계열사인 GS이니마 IPO도 자문 중이다.

지평은 지난해 더벨 IPO 리그테이블에서 자문 건수 기준 1위를 차지했다. 상장을 완료한 IPO만 추려도 총 18개 딜을 자문했다. 국내 증시 역사상 최대 공모였던 LG에너지솔루션 상장엔 참여하지 못했지만,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코스피 합병상장과 다수 코스닥 IPO에 참여해 공모 규모 기준으로도 2위를 기록했다.
올해 역시 기세가 심상치 않다. 연초 한주라이트메탈을 시작으로 최근 코츠테크놀로지 상장까지 총 13개 딜을 자문했다. 리스트에 오른 기업들도 화려하다. 상반기 최대 공모였던 기가비스(954억원), 올해 첫 조단위 시총 IPO였던 파두(1938억원)를 자문했다. 기가비스와 파두의 경우 모두 발행사 의뢰로 자문을 맡았다.
이행규 변호사는 실질적인 솔루션을 제공해주는 자문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자평했다. 법률실사를 거쳐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을 넘어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법리나 지배구조개편 및 공모 구조 변화까지 고민한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스틱인베스트먼트 증시 입성 과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모회사인 디피씨(DCP)와 합병을 통한 증시 입성이라는 형태를 택해 일반적인 IPO 이상의 공을 들였다. 특히 사모펀드 운용사의 첫 코스피 상장에 의문 부호를 갖는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핵심 논리를 고민하고, 선진국 사례를 리서치했다.
이 변호사는 “사모펀드 운용사가 왜 상장하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KKR이나 블랙스톤 등 해외 사모펀드의 상장 사례를 모두 조사하고 대응 논리를 준비했다”며 “업무집행사원(GP)으로서 책임 운용을 위해 자기 자본이 필요하다는 점, 펀드 운용을 통해 얻은 과실을 공모 시장의 투자자들과 함께 향유하겠다는 점을 적극 내세웠다”고 말했다.
수십년 동안 축적한 경험도 지평 IPO팀이 가진 강점이다. 다양한 자문을 통해 쌓은 ‘경험치’로 해당 기업의 법률적 상황에 맞춰 솔루션을 제공한다. 그는 “한 해 100개 정도 IPO가 이뤄지고 그 중 절반 정도가 로펌의 법률 자문을 받는다”며 “지난해 18개 IPO를 자문했으니 공모가 완료된 건수 기준으로 점유율이 40~50% 정도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행규 변호사는 향후 IPO 법률자문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다수 해외 증시에선 상장 시 법률 실사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거래소 설립을 자문한 동남아시아 증시에서도 이는 마찬가지다. 자본시장 규모를 고려해 보면 투자자보호는 물론 상장예비기업도 상장회사로서의 지속가능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로펌의 IPO 자문이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변호사는 “법률실사와 법률자문은 예비 상장사 임원진과 구성원들이 준법경영과 컴플라이언스 및 공시 의무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라며 “최근 상장사의 도덕적 해이가 문제 되는 만큼 IPO 법률자문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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