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를 움직이는 변호사들]'빅딜 전문가' 태평양 이정훈·홍승일 변호사①더벨 리그테이블 자문실적 1위..."잇딴 빅딜 비결은 구성원의 '전문성'"
안준호 기자공개 2023-09-25 08:46:35
[편집자주]
국내 IPO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법률자문 업무를 맡는 로펌의 위상도 높아졌다. '비용'으로 인식되어 종종 생략되던 법률실사도 이제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로펌이 '리스크 전문가'로서 내부통제 체계와 ESG 경영까지 컨설팅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자본시장에서 활동하는 국내 주요 변호사들을 만나 IPO 시장 진단과 로펌의 역할에 대해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7일 16시0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기업공개(IPO)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펌 중에서도 존재감이 부쩍 큰 곳이다. 법조계를 대표하는 회사 중 하나인 만큼 이전에도 자문 실적은 상위권이었다.최근 기세는 더욱 남다르다. 더벨이 집계한 2022년 IPO 법률자문 리그테이블에서 자문 실적 기준 1위, 건수 기준 2위를 기록했다.
태평양 자본시장그룹의 이정훈·홍승일 변호사가 중심에 있다. 국내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 LG에너지솔루션 상장 과정에 주관사 자문팀에도 나란히 참여했다. 이 변호사는 대형 공모 자문 경험이 풍부하다. 홍 변호사는 리츠(REITs) 상장을 도맡는 등 전문성이 강점이다.
◇빅딜전문가 이정훈 변호사...상장리츠 독보적 경쟁력 홍승일 변호사
이정훈 변호사는 IPO 법률자문 시장의 대표적인 ‘빅딜 전문가’로 꼽힌다. 연간 공모 규모가 현재보다 작던 시절에도 조단위 딜의 자문을 맡았다. 넷마블게임즈(2조6617억원), 오렌지라이프(1조1055억원) 등이 태평양 합류 이전 자문했던 대표적인 공모 사례다. 2019년 태평양에 온 뒤로도 국내 증시 역사에 족적을 남길 주요 공모들에 자문팀으로 참여했다.
최근 자문을 맡았던 기업들을 살펴보면 ‘1호’ 타이틀이 붙었던 공모들이 대부분이다. SK바이오팜과 하이브, 카카오페이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SK바이오팜은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IPO 호황기 시작을 알린 딜이다. 국내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판매 허가를 따낸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같은 해 상장한 하이브 역시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싱글 1위를 기록했던 방탄소년단(BTS)으로 주목을 끌었던 기업이다.
지난해엔 국내 증시 역사상 가장 큰 규모였던 LG에너지솔루션 공모에도 참여했다. 법률실사, 증권신고서 및 해외 투자설명서(OC·Offering Circular) 검토, 심사 대응 지원 등 주관사단 법률자문 업무를 수행했다. IPO 이외에도 자금조달 일반에 대한 업무 경험도 풍부하다. 올해 자본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던 SK하이닉스의 2조원 규모 교환사채(EB) 발행을 자문했다.

홍승일 변호사 역시 SK바이오팜과 하이브, LG에너지솔루션 자문팀에서 주요 역할을 맡았다. 이에 앞서 2019년에는 국내 최초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특례상장 기업이었던 RF머트리얼즈의 상장 법률자문을 맡기도 했다. 일반기업 IPO 이력도 화려하지만 상장 리츠(REITs) 자문에는 독보적인 전문성을 갖췄다.
홍 변호사는 국내외 부동산 거래 자문을 다수 맡은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신한알파리츠의 판교 알파돔시티 인수, 하나대체운용의 런던 생츄어리 빌딩 인수, 미래에셋증권의 파리 마중가타워 인수 자문팀에 참여했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상장리츠 관련 업무를 도맡고 있다.
국내 상장리츠 부활의 ‘신호탄’이었던 롯데리츠, 한국 IPO 역사상 최초의 재간접형 상장리츠였던 NH프라임리츠 등이 대표적인 리츠 자문 사례다. 이외에도 미래에셋글로벌리츠, SK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미래에셋맵스리츠, 코람코에너지플러스 리츠, KB스타리츠 등의 상장 및 유상증자 과정을 자문했다.
화려한 트랙 레코드를 쌓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두 변호사 모두 태평양의 인적 경쟁력을 강점으로 꼽았다. 여타 로펌 업무와 마찬가지로 IPO 자문도 해당 분야 전문가로 이뤄진 워킹 그룹(working group)을 통해 이뤄진다. 구성원의 전문성이 클수록 자문도 원활히 이뤄질 수밖에 없다.
태평양은 자본시장 업무 중에서도 IPO 비중이 가장 크다. 이정훈 변호사는 “태평양은 풍부한 인력 풀(Pool)과 업무 이해도를 갖춰 2019년 IPO 호황기 폭발적으로 자문 업무가 늘었다”고 말했다. 홍승일 변호사 역시 “IPO 자문은 실제 업무에 관여하는 변호사들이 얼마나 많은지가 핵심 경쟁력인데, 이런 부분에선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IPO 시장 로펌 역할 확대될 것"
두 변호사는 IPO 시장에서의 로펌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 규모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국내와 달리 미국 자본시장에서는 공모 서류를 준비하는 과정 대부분을 로펌이 주도해 처리한다. 주관사인 IB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증권의 인수(Underwriting)나 주선을 통한 기관 자금 유치에 있다. 법률검토나 규제 대응은 로펌에 맡기고 자본시장 안에서 이뤄지는 조달 업무에 전념하는 구조다. 규제 풍토나 법률 체계에 차이가 있다 보니 국내 시장과 관행이 다르다.
홍승일 변호사는 “국내는 감독 당국이 증권신고서 심사 단계에서 재무 상황이나 위험 요소들을 보다 면밀하게 검토하기 때문에 주관사와 사전 협의가 많이 이뤄진다”며 “미국은 공모를 위한 등록신고서 기재 항목이나 요건을 주로 심사하고, 상장 이후 부실기재나 정보 누락 등이 문제 되었을 때 부담하게 되는 법률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크다”고 설명했다.
미국 자본시장에선 상장 후 문제가 발생하면 정보 제공이 부실했다는 이유로 집단소송이 제기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홍 변호사는 “집단소송이 제기되면 회사가 흔들릴 만큼 부담이 크다”며 “‘리스크 전문가’인 로펌이 신고서를 작성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손해배상 금액 한도가 직접적인 피해액에 그치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실제 규모보다 더 많은 금액을 추징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보편화되어 있다”며 “형사처벌의 강도도 한국보다 더 엄격하기 때문에 증권사가 부담을 지기보다는 로펌에 맡기는 것이 합리적인 상황”이라고 짚었다.
한국 역시 최근 로펌의 IPO 관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대한변호사회를 중심으로 IPO 법률실사를 의무화하자는 것이다. 상장 증권신고서에 법률검토의견서를 첨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두 변호사 IPO 법률실사를 강화하는 방향성에는 동의하는 편이다. 다만 실사보고서 제출 의무화와 공시 등에는 현실적 어려움도 존재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 변호사는 “IPO 자문은 법률과 자본시장 이해도를 모두 갖춘 변호사들만 가능한 영역”이라며 “의견서 작성과 그에 따른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곳이 많진 않다”고 설명했다. 홍 변호사는 “법률 자문이나 실사가 확대되어야 한다는 방향성은 맞다”면서 “단 실사보고서를 공시하는 것은 법률 리스크의 특성상 명확히 계량화되기 어려운 이슈와 여러 민감한 정보들로 인해 오히려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으므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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