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거래소 '기업고객' 비중 늘어나는데…국내는 제자리 국내서 법인은 가상자산거래소 원화 거래 불가능…업계 "제도 변경 필요해"
노윤주 기자공개 2023-09-04 13:07:01
이 기사는 2023년 08월 31일 15: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상자산 약세장이 이어지면서 해외서는 가상자산거래소 주 고객 유형에 변화가 생겼다. 과거 개인 고객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기업·기관 고객의 비중이 전체 절반 수준까지 증가했다. 저가에 가상자산을 매수하려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이와 달리 국내거래소들은 기업고객을 쉽게 받지 못하고 있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 이후 법인의 '원화-코인'거래가 사실상 금지됐기 때문이다. 주요 5개 거래소 중 법인 신규 회원가입이 가능한 곳은 업비트와 코빗뿐이다. 이마저도 개인과 달리 절차가 매우 복잡하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국내서도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가 가능하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개인고객에만 의지하는 현 상황에서는 새로운 수입원을 찾지 못해 거래소의 실적이 계속해 악화할 수 밖에 없다. 법인 역시 거래소를 이용할 수 없어 장외거래(OTC)에만 의존 중인데 절차상 번거로움이 많아 가상자산에 쉽게 투자하기 어렵다.
◇불황에도 증가하는 기관의 가상자산 투자 수요…해외는 거래량 절반이 법인
바이낸스 리서치는 올해 1분기 200여 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개별 기업 고객의 가상자산 운용 규모는 2500만달러(약 330억원)이하가 전체 52.5%를 차지하면서 가장 많았다. 1억달러(약 1300억원) 이상 운용하고 있다는 답변은 22.6%를 기록했다.
투자 형태도 다양했다. 가상자산거래소가 제공 중인 여러 기능을 고루 활용하고 있는 양상을 띠었다. 절반에 가까운 44.6%가 '인트라데이 거래 전략'에 맞춰 투자 중이라고 답했다. 하루 안에 다건의 매매를 체결하면서 수익을 내는 트레이딩 전략이다. 장기투자를 한다는 답변은 17.3%였다. 탈중앙금융(디파이) 투자 중 하나인 유동성공급(11.1%), 차익거래(3.8%)도 적지 않게 선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률(42.8%)이었다. '신흥기술을 알아가기 위한 전략적 투자'라는 답변이 37.5%로 뒤를 이었다. 지에슈안차(JieXuan Chua) 바이낸스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운용규모 500억원 이하인 기관은 투자 이유로 대부분 수익률을 꼽았다"며 "이와 달리 운용규모 1000억원에 가까운 기관은 '포트폴리오 다각화'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지에슈안차 애널리스트는 "구체적인 숫자는 밝힐 수 없으나 개인고객과 기관고객의 비중이 비슷한 수준으로 밸런스를 맞춰가고 있다"며 "전통금융권과 유사한 형태로 고객군별 비중이 형성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가상자산 투자 규모 변동에 대해서는 '유지'라는 답변이 47.1%를 기록했다. '증가' 답변은 35.6%를, '감소'는 17.3%였다. 대다수 기관투자자들이 가상자산 투자 포트폴리오를 줄이지 않았다. 이를 통해 해외 가상자산거래소는 약세장에도 거래호가와 수수료수익을 챙기고 있다. 기관 전문 팀을 꾸려 홍콩, 미국 등 국가에서 고객 모집에도 활발히 나서고 있다.
◇법인 고객 못 받는 국내 거래소…"원화 거래 가능해져야"
기업·기관 고객 유치에 한창인 해외와 달리 국내 거래소들은 개인 고객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특금법 시행 이후 원화-가상자산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은행의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가 필요하다. 그러나 '법인통장'은 실명계좌로 인정되지 않아 거래가 불가능하다.
주요 거래소 중 빗썸과 코인원, 고팍스 세 곳은 법인의 신규 가입이 막혀 있다. 코빗과 업비트는 가입을 받고 있지만 절차가 복잡하다. 업비트의 경우 직접 △사업자등록증명원 △법인인감증명서 △법인등기부등본 △주주명부 △재무제표 △법인명 통장사본 △법인인감 △대표자신분증 서류를 지참해 고객센터를 방문해야 한다.
회원가입을 완료하더라도 원화거래는 이용할 수 없다. 외부에서 비트코인을 입금해 비트코인마켓에 상장돼 있는 코인을 매매하는 게 전부다. 코빗이 지난해 제휴사인 신한은행과 자금세탁 위험이 적은 법인고객에 원화거래를 열어줬으나 한 달 만에 중단했다.
업계서는 법인도 가상자산거래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 제시되고 있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는 개인 투자자에게만 의존할 수밖에 없어 하락장에는 실적이 속수무책 하락하고 있다"며 "다양한 고객을 받고, 서비스도 다각화할 수 있도록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메시 네트워크' 메를로랩, 코스닥 출사표
- 에어프로덕츠코리아 예비입찰 흥행 조짐, 대형 PE들 도전장
- SK스페셜티 예비입찰, '한앤코 vs MBK' 붙었다
- [현장 인 스토리]한컴라이프케어, 새 먹거리 '화재진압' 주력
- 폴라리스오피스, '산업단지의 날 기념식'서 이사장상 수상
- [i-point]감성코퍼레이션, 기업가치 제고안 "4분기 중 발표"
- [i-point]ICTK, '서울 유니콘 챌린지' 대상 수상
- 아샘운용 1년만에 수장 또 교체…김대환 대표 사임
- 알펜루트운용 최대주주 교체…김항기 전 대표 엑시트
- 더블유운용, NH증권 루키리그로 랩어카운트 '출격'
노윤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Peer Match Up/업비트 vs 빗썸]라이벌의 등장, 가상자산 투자 대중화에 일조
- '화려한 코인축제' 속 놓치고 있는 것
- 빗썸, 금감원 코인거래소 현장검사 '1번타자'
- 글로벌 뛰어든 숲, '커뮤니티 빌딩' 전략 선택
- [이통3사 본업 전략 점검]'블루오션' 개척, 부가 단말기로 번진 경쟁
- [이통3사 본업 전략 점검]성숙기 접어든 5G, ARPU 돌파구 찾기 사활
- '현금 부족' 코빗, 준비금 어떻게? 금융상품 유동화 관측
- [KBW 2024]샘 알트만의 월드코인, 오픈AI와 거리두기 '성공할까'
- [thebell interview]"라인, 계열 독립 카이아·라인넥스트와 협업 그대로"
- [thebell interview/KBW 2024]a16z·해시드 투자받은 스토리, 한국 IP 시장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