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 Blue]'시간'이 필요한 롯데케미칼시황 '바닥' 치고 점차 회복, 승부수 건 동박 사업 성장 관건
박기수 기자공개 2023-09-05 09:16:07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31일 16:06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국내 대표 화학사 롯데케미칼의 주가 흐름은 비교적 정직했습니다. 영업이익 등 현금창출력 기반 실적이 우수하면 주가도 상승했고, 실적이 나빠지면 주가도 내려갔습니다. 삼성그룹에서 롯데정밀화학을 인수하는 '빅딜' 등 실적 외 재무적 이벤트가 없는 곳은 아니지만, 보수적인 경영 기조의 대명사라는 시장의 평가를 받는 기업답게 주가에 영향을 가장 크게 미치는 요소는 바로 '실적'이었습니다.
아래 그래프를 볼까요. 이 그래프는 롯데케미칼의 연결 영업이익 추이입니다. 2015년 이후 2019년까지 매년 영업이익으로만 1조원 이상을 뽑아냈던 기업이 롯데케미칼이었습니다. 2017년에는 거의 3조원을 영업이익으로 기록했네요.
주가도 덩달아 올라갑니다. 최고가를 기록했던 시점은 3조원 가까이 영업이익을 뽑아낸 2017년 직후인 2018년이었네요. 롯데케미칼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극대화했던 시점이었습니다. 롯데케미칼 보통주 1주당 최고 가격은 2018년 3월2일 기록한 45만2440원이었습니다. 현 주가(13만원대)의 4배 수준이네요.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롯데케미칼의 주가는 실적과 맞물려 귀신같이 날개가 꺾입니다. 바로 영업이익이 하락한 시점입니다. 2017년 약 3조원, 2018년 약 2조원, 2019년 약 1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롯데케미칼은 2020년 영업이익 3569억원이라는 '비교적' 부진한 성적표를 기록합니다.
또 이때는 코로나19가 주식시장을 강타했던 때이기도 했습니다. 롯데케미칼 말고도 코스피 지수가 1500대로 하락해 '조선시대로 돌아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던 때였죠. 롯데케미칼의 주가는 10만원대 후반으로 급락합니다.
이후 2010년대 중후반의 기세를 일부 회복하면서 영업이익 1조5356억원을 기록했다가 작년부터 금리 인상과 수요 부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등으로 다시 한번 영업에 난항을 겪습니다. 주가도 2021년 이후 살짝 반등했다가 이후부터는 쭉 내리막길입니다. 롯데케미칼의 이달 30일 종가는 13만4000원입니다.
◇Industry & Event
그렇다면 롯데케미칼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롯데케미칼이 생산하는 화학 제품은 다양해서 열거하기 힘들지만 주력은 '에틸렌'과 '프로필렌' 계열의 기초화학소재 제품입니다. 우리가 실생활에서 접하는 플라스틱 등 각종 범용 소재에 롯데케미칼의 화학제품이 쓰입니다. 산업 전반에 걸쳐 '쌀' 역할을 한다고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이런 기초화학 제품들은 글로벌 수급 상황에 따라 국제 가격이 정해집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면 롯데케미칼의 제품은 가치가 높아지고, 반대로 공급이 과도하면 적자를 보기도 합니다. 물론 납사(Naphtha) 등 원재료 가격 추이도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니 굉장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기초화학업의 시황은 예측이 가능할까요? 유가 향방의 예측이 '의미없다'고 평가받는 것 처럼 앞으로 글로벌 기초화학 제품의 수급 상황을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입니다. 팬데믹이 전 세계를 덮칠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할지 정확히 예측했던 사람이 있었을까요.
널뛰기 실적에 덩달아 움직이는 주가는 롯데케미칼에도 오랜 고민이었습니다. 주주들도 마찬가지였겠죠. 주주 환원 정책 등 ESG 경영을 강화하는 것 만으로는 롯데케미칼의 주가 흐름을 보다 일관적으로 바꾸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주주들은 줄곧 '신사업'을 외쳐댔습니다. 그도 그럴법 한게, 국내 화학사 '맞수' 였던 LG화학은 배터리다 양극재다 하면서 바쁜 모습을 보여줬거든요. 2010년대 후반 화학업 초호황기가 끝나자마자 양 사의 행보는 극명히 갈렸습니다.
LG화학은 현재 시총 40조원급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그에 비해 롯데케미칼의 움직임은 너무 더뎠습니다. 뭔가 시도는 했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가시적인 성과가 부족했습니다. 오히려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건설 등 기존 기초화학 사업을 오히려 강화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2018년 말 대비 시총은 오히려 쪼그라들었죠.
그러다 롯데케미칼도 결국 '한수'를 던졌는데 그게 바로 최근 인수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입니다. 지분 53.3%를 2조700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이차전지 소재인 '동박'을 생산하는 기업입니다. 시장 반응은 어땠을까요. 큰 호응이 없는 모습입니다. 인수 직후 주가가 소폭 반등하기는 했지만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너무 비싸게 샀다는 인식 때문일까요. 혹은 동박은 양극재처럼 크게 매력적이지 않은 사업이라는 판단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일까요.
결국 롯데케미칼 주가 반등은 기초화학 사업의 수익성 반등과 자회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성장, 롯데케미칼의 또 다른 신사업 향방 등에 달려있는 듯 합니다. 작년 기초화학 시황이 '바닥'을 친 후 올해는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어렵습니다. 롯데케미칼에는 시간이 필요해보입니다.
◇Market View
롯데케미칼을 둘러싸고 증권가는 대부분 '바닥은 벗어났다'는 평가를 내립니다. 10만원대 후반을 목표주가로 내세우는 비교적 보수적인 증권사(한화투자증권)가 있는가 하면 목표주가를 31만원(!)으로 제시한 증권사(유안타증권)도 있습니다.
롯데케미칼은 1분기와 2분기 모두 연결 기준 영업적자를 냈습니다. 상반기 영업적자가 총 1032억원인데 2분기에만 77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3분기 전망도 좋지는 않습니다. 한화투자증권은 3분기 영업손실로 534억원을 예측했습니다. 적자폭이 축소될 것이라는 멘트를 달았네요.
한화투자증권은 수익성 개선 폭을 제한적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아직 수요가 부진하고, 역내 공급과잉이 더욱 심화할 위험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여전히 PBR은 0.4배로 저평가받고 있고, 올해 중국 아시안게임(9월), 국경절(10월), 광군제(11월) 등이 수요 회복의 트리거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분석했습니다.
메리츠증권은 LG화학 등 사업 대전환을 선언한 경쟁사와 달리 롯데케미칼이 석유화학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강점'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미국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주요 글로벌 거점을 중심으로 석유화학 사업과 경쟁력을 유지한 상태로 수소와 모빌리티, 배터리 소재 등에서 2030년 실적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이는 롯데케미칼이 밝힌 '비전 2030' 내용이기도 합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본 궤도에 올라왔을 때 주가 상승 여지가 있다고도 내다봤습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2028년 글로벌 하이엔드 동박 시장 점유율 30%를 달성해 1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습니다.
◇Keyman & Comments
지금 롯데케미칼에 '사업', '영업'보다 중요한 것이 있을까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로 재무 부담이 늘어난 것도 맞지만 그렇다고 유동성 위기가 닥치고 당장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기업은 아닙니다.
그룹 오너인 신동빈 회장을 제외하면 사업 영역의 수장이자 최종결재자인 대표이사보다 중요한 인물은 없을 것입니다. 이에 THE CFO는 현 롯데케미칼 주가 향방의 '키맨'으로 김교현 롯데케미칼 부회장과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부사장을 뽑았습니다.
김교현 부회장은 1957년생으로 중앙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했습니다. 롯데케미칼에 입사한 시점은 1984년으로 무려 40여년 전입니다. 한 회사에서만 쭉 경력을 쌓아왔던 김 부회장은 롯데케미칼 신규사업본부장과 LC타이탄 대표이사를 거쳐 2017년부터 롯데케미칼 대표이사를 맡았습니다. 롯데 화학 사업을 총괄했던 허수영 전 부회장의 후임자이자 현 롯데 화학 사업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인물이 김 부회장입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인수했지만 여전히 기초화학 사업 수익성에 전사 수익성과 주가가 흔들리는 구조는 여전합니다. 기초화학 사업에 대해 수익성을 회복함과 동시에 사업 구조의 약점을 극복하는 것 모두 김 부회장의 과제입니다.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부사장은 1963년생으로 서울대 화학공학과 출신입니다. 김 부사장은 1990년 현대석유화학에 입사했습니다. 이 회사는 1990년대 IMF 사태로 급격히 재무 상황이 악화하면서 2000년대 초반 롯데케미칼에 인수됐습니다.
이후 롯데케미칼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김 부사장은 2010년대 중반 삼성 화학사 빅딜 TFT에서 활약했고, 실제 인수해온 롯데첨단소재에서 경영기획본부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이후 롯데케미칼이 롯데첨단소재를 흡수 합병하면서 롯데케미칼 경영지원본부장과 ESG경영본부 부문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국내 SK넥실리스에 이어 2위권 기업으로 꼽힙니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단위에서 1위 자리를 약속한 만큼 김 부사장이 해결해나가야 할 과제도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주가에 대한 회사의 입장은 어떨까요. 약간 뻔한 답변을 내놨는데요. 향후 사업과 주가 전망에 대한 THE CFO의 질문에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주가 반등은 주요 사업인 석유화학 산업의 업황 개선과 현재 추진 중인 신사업의 성과 가시화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답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현재 PBR 기준 역사적 저점에 있는 상황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추후 업황 개선 시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업황에 대해서도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반등 시점을 예측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중장기 산업 사이클 관점에서는 신증설이 감소하고 있어 글로벌 가동률이 점진적 상승과 그에 따른 수익성 회복 전망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신사업인 전지소재 및 수소사업의 경우에도 롯데케미칼은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습니다. 이 관계자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수급상황 및 업황이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믿고 있다"고 전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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