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AI 리포트] AI 무장한 네이버웹툰, '스토리테크 플랫폼'으로 진화④2019년부터 AI 투자 가속화, AI&Data 조직 신설…도구와 놀이 '투트랙' 개발
이지혜 기자공개 2023-09-06 10:17:44
[편집자주]
“위기는 곧 기회다”. 네이버는 이 진부한 말을 진리처럼 여겨 성장한 국내 대표 빅테크다. 글로벌 빅테크가 점령한 검색 시장에서도, 모바일로 패러다임이 바뀔 때도, 이커머스로 세상이 변할 때도 네이버는 살아남았고 더 강력해졌다. 이번에도 그럴 수 있을까. 네이버는 생성형 AI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봤다. 그리고 AI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더 높은 곳에 오르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네이버가 그리는 AI의 미래는 무엇인지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4일 13: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나를 웹툰 캐릭터로 표현하면 어떨까?” 웹툰 이용자라면 누구나 떠올려봤을 질문이다. 웹툰 캐릭터가 실제 사람이라면 어떤 모습일지, 나를 웹툰 캐릭터로 표현하면 어떨지에 대한 독자의 관심은 늘 뜨겁다. 웹툰 기반 드라마가 캐스팅 논란을 일으키며 독자가 싱크로율을 따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그래서 네이버웹툰은 툰필터 서비스를 내놨다. AI(인공지능)기술을 활용해 인물사진을 ‘유미의 세포들’, ‘연애혁명’ 등 웹툰의 그림체로 바꿔주는 서비스인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전세계 30여개국 독자가 툰필터에 접속했고 출시 일주일 만에 2000만장의 이미지가 생성됐다. 이는 네이버웹툰의 신규 유입자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고리도 만들어냈다.
이런 성과를 이끈 주역이 네이버웹툰의 AI 조직이다. 네이버웹툰은 AI기술이 성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최근 AI&DATA센터를 설립했다. AI기술이 창작자에게는 효율적인 도구가, 독자에게는 즐거운 장난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봤다. 창작자와 독자를 만족시키면서 ‘스토리테크 플랫폼’으로 진화하기 위한 단계를 착실히 밟아나가는 셈이다.
◇개발인력이 전체의 절반에 육박, AI 중심으로 조직개편 힘 실어
“저희는 글로벌 넘버원 스토리테크 플랫폼입니다.” 김준구 대표가 8월 24일 열린 DAN23(단23) 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스토리테크 플랫폼’은 네이버웹툰의 정체성을 요약하는 키워드다.
네이버웹툰은 웹툰에서 출발해 웹소설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 글로벌 IP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네이버웹툰을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네이버웹툰은 다른 플랫폼과 달리 기술력으로 무장했다.
대표적 기술이 AI다. 네이버가 전세계에서 손꼽히는 AI기술 기업인 만큼 네이버웹툰도 여기에 발맞춰 AI기술에 일찍부터 투자해 왔다. 그 시초가 바로 2019년 12월 31일 이뤄진 비닷두(V.DO) 인수다. 네이버웹툰은 네이버가 투자한 컴퓨터 비전 분야 AI스타트업 비닷두를 인수하면서 AI기술 개발의 포문을 열었다.
그리고 2020년 11월, 테크(Tech)조직 산하에 웹툰AI실을 만들었고 지난해 2월에는 웹툰AI 조직을 테크조직에서 별도로 떼어냈다. 동시에 데이터 관련 조직도 꾸준히 정비했다. 지난해 11월에는 4개팀으로 W데이터(data)조직을 신설하고 그해 말 5개팀으로 재정비했다.
네이버웹툰은 AI기술만 가지고서 제대로 시너지를 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기술을 활용해야 스토리테크 플랫폼으로서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올 7월 AI조직과 데이터조직을 합쳐 웹툰AI&Data 조직을 만든 이유다.
웹툰AI&Data는 네이버웹툰의 조직 단위 가운데 가장 상위인 ‘센터’에 해당한다. 그 아래 ‘실’ 격인 W데이터 조직과 '팀' 격인 5개 조직을 뒀다.
웹툰AI&Data조직이 최대 단위로 승격할 수 있었던 데는 인력구성도 뒷받침된 덕분이다. 실상 네이버웹툰은 기술기업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인력구조를 갖췄다. 개발자가 전체 직원의 절반에 육박하며 웹툰AI 조직은 석박사 비율이 63%에 이른다.
김 대표는 단23에서 “네이버웹툰은 AI팀을 오래 전부터 구축해왔다”며 “네이버그룹에서 이미지형 콘텐츠를 가장 많이 다루고 있는 데다 생성형 AI가 가장 빨리 혁신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오래 전부터 준비를 해왔다”고 말했다.
◇"AI, 창작자에겐 도구, 독자에겐 놀이"
네이버웹툰은 AI기술을 투트랙으로 개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하나는 크리에이션(Creation) 파트, 다른 하나는 플레이(Play)파트”라고 말했다.
창작자를 위한 대표적 서비스가 네이버웹툰이 2021년 10월 출시한 ‘웹툰AI페인터’다. 이를 놓고 작품 ‘칼부림’을 연재한 고일권 작가는 “기존 방식으로 작업하면 한 컷당 족히 한 시간은 걸렸는데 이 프로그램을 쓰면 5분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웹툰AI페인터는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된 1500여 작품의 12만 회차 분에서 30만 장의 이미지 데이터를 추출해 AI에게 다양한 채색 기법을 학습시킨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말 기준 웹툰AI페인터를 활용해 채색한 작품은 누적 72만 장에 이른다.
서충현 네이버웹툰 AI 모델링(Modeling) 리더는 “완성된 기술이 실제 창작과정에 쓰이면 전체 작업시간을 30%에서 최대 50%까지 줄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AI기술이 창작자에게만 보탬이 되는 것은 아니다. AI기술은 독자들에게도 친숙하게 다가서고 있다. 인물 사진을 웹툰으로 형상화하는 툰필터가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네이버웹툰은 AI를 독자 맞춤형 작품 추천기술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 이른바 ‘AI큐레이터’다.
종전까지 네이버웹툰은 네이버쇼핑의 검색 등 다양한 도메인에 범용적으로 쓰이는 에어스(AiRS)를 활용해 독자에게 작품을 추천해왔다. 그러나 웹툰에 특화하지 않은 만큼 독자 맞춤형 작품을 추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자체 기술을 개발했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작품이 늘어나면서 독자 개개인에게 맞춤형 추천을 해주는 것이 락인(Lock-in)을 위해 더 중요해졌기에 작품 추천 기술을 고도화했다”며 “유사한 작품, 독자가 좋아할 만한 작품, 높은 평점을 받은 작품 등 다양한 추천방식을 노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웹툰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AI큐레이터는 네이버의 웹소설과 웹툰, 전자책 플랫폼인 네이버시리즈에 적용돼 올 6월 내재화가 끝났다. 네이버웹툰에도 올 하반기 유사작품 추천 방식부터 내재화할 예정이다.
글로벌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영어, 인도네시아어, 태국어, 중국어번체 등으로 네에버웹툰은 유사작품 추천 서비스를 7월 내재화했으며 앞으로 이용자가 좋아할 만한 작품 추천 서비스도 연내 도입할 예정이다.
또 AI기술은 이용자를 락인하는 데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탈 가능성 높은 이용자의 특성을 정형화해 이들을 집중 관리한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AI기술을 네이버웹툰에 지속적으로 더해서 콘텐츠를 발굴하고 소비하는 것을 넘어 누구나 창작자로 활동할 수 있고, 누구나 콘텐츠로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꿈꾼다”며 “이것을 글로벌 세상에서 해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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