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부품 작은 거인들]정호섭 동아화성 상무 "'선제적 R&D' 경쟁력 원천"②재료·제품개발 투트랙 체제…플라스틱 인터쿨러파이프·난연성 고무 대표 성과
서하나 기자공개 2023-09-07 10:31:24
[편집자주]
전기차(EV) 시대의 개막은 자동차 산업 생태계에 적잖은 변화를 몰고 왔다. 국내 완성차 제조사들은 앞장서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겠다고 예고했고, 정부도 관련 부품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책을 내놓으며 발 맞추기에 나섰다. 변화의 기로 속에 자동차 부품사들도 덩달아 새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더벨에서 수혜가 기대되는 주요 EV부품사를 조명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6일 15: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아화성의 가장 큰 경쟁력은 고객사의 요구보다 먼저 제품 사양과 환경 등 필요한 부문을 찾아내고 선행개발하는데 있다. 고객이 필요한 제품이 생겼을 때 이미 개발된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제품의 장·단점을 설명해 고객사에 선택권을 부여하고 있다."정호섭 동아화성 기술연구소 본부장겸 상무(사진)는 6일 더벨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동아화성만의 경쟁력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동아화성은 현대차그룹 인테이크 호스와 도어가스켓 등 차량용 고무 제품 거의 대부분을 도맡아 생산하고 있다. 50년 가까이 고무 소재 개발에만 매진하면서 쌓은 두터운 신뢰는 가장 큰 자산이다. 그 중심엔 정 상무가 이끄는 기술연구소가 있다. 다양한 종류의 고무 소재 개발, 국책과제 수행 등으로 경쟁력을 만들어냈다.
◇작지만 큰 조직, 특수 소재 잇따라 개발
동아화성 기술연구소는 1997년 8월 설립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 등록됐다. 조직은 크게 재료개발만을 전담하는 재료개발 부문(재료개발팀, 내구시험 평가팀, 신뢰성 평가팀)과 실제로 제품을 개발하는 제품개발 부문(연료전지팀, 자동차 부품팀, 실링 부품팀)으로 나뉜다.
총 26명의 인원이 재직 중인 기술연구소는 규모가 크다고 보기 어렵지만 동아화성의 브레인 역할을 톡톡히 수행 중인 핵심 부서다. 동아화성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총 1700여명(사무직 292명, 생산직 1382명)의 종업원과 국내 4곳, 해외 9곳 등 총 13곳의 생산 공장을 두고 있다.
기술연구소는 선행개발 단계부터 고객사와 협업해 제품을 설계한다. 현대차 납품용 하이브리드 차량용 플라스틱 소재 인터쿨러 파이프(Intercooler Pipe)가 대표적인 선행개발의 성과다. 인터쿨러 파이프는 자동차 엔진의 성능 향상을 위해 제작된 차량용 부품 소재다.
정 상무는 "자동차 엔진에 연료를 주입할 때 공기를 밀어넣는 과정에서 빠르게 주입을 하다보면 공기가 아주 뜨거워진다"라며 "이 때 공기를 한 번 식혀주는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인터쿨러 파이인데 그동안 알루미늄 소재였던 부품을 플라스틱으로 대체해 가벼우면서 단가도 낮은 제품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동아화성 기술연구소는 국내 최초로 난연성 고무 부품 개발에도 성공했다. 전기(EV)차 배터리 화제가 큰 이슈인 만큼 기존에 화재에 취약했던 고무 소재를 불에 잘 타지 않는 소재로 대체했다. 해당 부품은 중국 현지에서 생산 중인 차량에 납품되고 있다.
국책과제를 통해서도 많은 성과를 일궜다. 동아화성은 기존 수입에 의존하던 고무재료 약품을 국산화해 상당한 수준의 원가절감을 이뤄냈고 몇년 전 글로벌 물류 대란 상황에서도 국내 생산 제품을 쓰다보니 다양한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소할 수 있었다.
동아화성의 주력 제품이 된 배터리용 가스켓은 국책과제를 통해 개발에 성공한 사례다. 정 상무는 "기술연구소에서 개발한 세탁기 패킹 제품은 지난해 연간으로만 글로벌 고객사에 780만개를 납품했다"며 "만약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이 없었다면 연간 1000만개를 공급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진동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가전제품용 신소재 개발에도 성공해 지난해부터 초도 양산에 돌입했다. 내년부터 납품처를 글로벌 고객사로 확대할 예정이다.
◇연구개발·비즈니스 일원화…"수소연료 사업 과제"
정 상무는 1997년 동아화성에 입사해 초기 개발팀장을 맡았다. 조직의 세팅부터 시작해 가장 오랜 기간 기술연구소를 이끈 산 역사라고 볼 수 있다. 현재는 동아화성에서 기술연구소에서 개발 본부장과 영업총괄을 겸직하며 R&D와 영업이란 두 가지 역할을 함께 소화하고 있다.
정 상무는 "(자동차 부품) 업계는 워낙 신속한 의사결정이 중시되다 보니 개발과 영업 함께 총괄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됐다"며 "제품을 가장 잘 이해하고 강점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보니 고객 미팅 현장에서 곧바로 의사결정이 이뤄지곤 한다"라고 말했다.
동아화성의 목표는 기존 내연기관차 위주였던 생산·R&D 시스템을 시장 변화에 맞춰 EV차와 수소차 등으로 안정적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특히 자회사 동아퓨얼셀에서 추진 중인 수소연료 등 친환경 사업이 궤도에 오르는 것도 과제다.
정 상무는 "동아화성은 현재 현대차, 기존 업체 한 곳과 선행개발을 진행하고 있고 내년 1월부터 프로토타입(Prototype)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의 선행개발이 상당히 많이 진행돼 일단 매출이 발생하면 기여도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화성은 현재 임경식 회장과 성락제 사장의 공동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성락제 사장은 1984년 동아화성에 입사해 내부에서 발탁된 최고경영자(CEO)로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한다. 업계에서 내부 승진으로 대표이사까지 오르는 일이 흔치 않다는 게 정 상무 설명이다.
정 상무는 "임 회장은 직원들이 하고자 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서포트하는 인자한 경영자 스타일"이라며 "반면 성 사장은 시장을 내다보는 인사이트가 있어 장기 비전 수립이나 대규모 프로젝트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동아화성을 이끌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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