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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차기 리더는]양종희 부회장은 어떻게 강력한 후보를 제쳤나'비은행·글로벌 설계' 등 경영비전 영속성 최적 후보

고설봉 기자공개 2023-09-11 07:10:14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8일 18: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금융그룹을 이끌어갈 차기 회장에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이 낙점됐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가동된 초반만 해도 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많았다. 그외 유력한 내외부 후보들도 많았다. 뚜껑을 열자 양 부회장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양 부회장은 어떻게 강력한 후보를 제치고 KB금융의 리더로 올라섰을까.

8일 KB금융 회추위는 신임 회장에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을 내정했다. 앞서 회추위는 지난달 29일 2차 숏리스트를 발표해 차기 회장 후보군 3인을 발표했다. 양 내정자와 함께 최종 후보자에 오른 인물은 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과 김병호 베트남 HD은행 회장이다.

회추위가 시작된 지난 7월말과 1차 숏리스트가 발표된 지난 8월초, 2차 숏리스트가 발표된 지난 8월말까지 과정을 살펴보면 이번 양 부회장 내정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그동안 KB금융 안팎에선 허 부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자로 보는 견해가 많았다.


허 부회장은 KB국민은행장을 지낸 인물로 경력 면에서 양 부회장에 앞서 있단 평가를 받았다. 은행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금융지주 특성상 은행장 출신을 그룹 회장에서 배제하는 것은 조직 안정화 측면에서도 장점이 많다.

특히 최초의 3연임한 은행장이란 타이틀에서 적수가 없다는 뒷말도 나왔다. 허 부회장은 2017년부터 2021년 말까지 국민은행장을 지내다가 지난해 초 부회장에 올랐다. KB금융이 출범한 후 회장 자리는 모두 행장 출신에게 돌아갔던 만큼 허 부회장이이 회장에 오를 가능성도 높게 점쳐졌다.

허 부회장은 영업그룹 부행장을 지낸 영업통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88년 한국장기신용은행에 입행한 이후 당행이 KB국민은행으로 합병된 이후 부회장에 오를 때까지 줄곧 KB국민은행에서 영업 관련 업무를 이어왔다. 국민은행 여신심사본부 상무, 경영기획그룹 전무, 영업그룹 부행장을 거쳤다.

양 부회장이 회장 후보로 내정된 원동력은 은행이 아닌 비은행 주력이란 점이다. 은행은 이미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만큼 비은행포트폴리오 강화에 오히려 가점이 매겨졌다.

양 부회장은 주로 전략부문에서 윤 회장을 보좌해왔다. 양 부회장은 2010년 KB금융지주 전략기획부 부장을 역임했는데 당시 윤 회장은 지주 부사장으로 전략부문을 이끌었다.

부장에서 상무로 다시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내내 양 부회장은 주로 전략파트에서 윤 회장을 보좌했다. 양 부회장은 2015년 KB금융 내 최고의 M&A(인수합병) 사례로 꼽히는 LIG손해보험 인수전에서 일등공신으로 활약했다. 지주 상무였던 그는 인수 실사 총괄 지휘를 맡아 인수에 성공했다.

굵직한 딜을 성사시킨 양 부회장은 곧바로 부사장에 임명됐다. 전무 단계를 생략한 파격적인 인사였다. 이듬해엔 KB손해보험 대표를 맡았다. 양 부회장이 대표를 맡은 뒤부터 KB손해보험은 매년 큰 성과를 내며 KB금융 핵심 자회사로 거듭났다.

이 같은 전략부문에서의 활약으로 양 부회장은 주로 전략통이란 평가를 받는다. 이에 더해 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통으로도 불린다. 오히려 전략부문에서 활약하기 이전 국민은행 재무부문에서 착실히 숫자 감각을 익힌 재무통이다.

윤 회장이 재무적 역량이 뛰어난 양 부회장을 전략통으로 기용한 것은 윤 회장 특유의 경영 스타일 때문이다. 윤 회장은 평소 임원들에 ‘숫자로 보고 숫자로 말하고 숫자로 증명하라’는 주문을 많이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가에게 중요한 것은 미래를 보고 비전을 설계하고 이를 현실화하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윤 회장은 ‘숫자’로 일을 풀어가는 임원을 우대했다는 후문이다. 비전과 경영전략을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고 숫자로 간결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경영진을 믿었다. 이런 차원에서 양 부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낙점됐다는 평가다.

더불어 양 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가장 큰 이유는 KB금융의 경영 비전과 전략의 영속성이다. 양 부회장은 그룹의 비은행과 글로벌 전략을 전면에서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윤 회장이 큰 틀의 비전을 설계하면 그 뼈대 위에 살을 붙이고 색을 입히는 역할은 양 부회장의 몫이었다.

양 부회장은 윤 회장 곁에서 KB금융의 부족한 비은행과 글로벌을 채워나갔다. 그 결과 KB금융은 올해 완전히 압도적인 성과로 신한금융그룹을 누르고 리딩금융으로 발돋움했다. 과거 항상 은행에선 이겼지만 비은행과 글로벌에선 크게 뒤쳐졌던 성과를 최근 몇 년 뒤집은 것이다.

윤 회장 입장에선 그동안의 경영 비전과 전략을 그대로 이어 받아 착실히 수행할 후임자가 필요했다. 향후 3년간의 플랜이 이미 완성돼 계획대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경영진이 와서 그룹의 종합 포트폴리오 전략을 뒤집을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의 비은행과 글로벌 전략은 이제 7부 능선을 넘어 완성 단계에 다다랐다. KB손해보험과 KB증권, KB생명보험 등 비은행 핵심 자회사들은 매년 실적이 개선되면서 그룹 내 중추로 자리잡고 있다.

또 KB부코핀은행으로 대표되는 글로벌의 경우 이제 막 긴 터널을 지나 안정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수조원대 투자가 단행된 프로젝트인 만큼 기존의 치밀한 경영전략을 그대로 밀고 나갈 수 있는 수장이 필요했다는 평가다. 중간에 방향을 틀거나 전략이 수정된다면 초기 투자비용만 날리고 정상화 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깔려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 회장의 사퇴는 KB금융의 경영 안정성에 위협이 되는 요소였다”며 “이런 차원에서 보면 윤 회장이 가장 믿을 수 있고 경영 비전과 전략 측면에서 영속성을 갖고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경영진이 낙점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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