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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TC인베스트먼트를 움직이는 사람들]35년간 CEO 단 3명, 파란만장 부침 속 성장동력 '끈기'①2016년 '컬리' 투자 기사회생, 운용자산 7000억 돌파…톱티어 하우스 도약 목전

이기정 기자공개 2023-09-14 08:37:28

[편집자주]

'실적과 신뢰를 최우선 가치로 투자자와 스타트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 설립 35년차를 맞이한 UTC인베스트먼트가 또 한번의 도약을 위한 날개짓을 시작했다. 그동안 사람과 기술, 시장이라는 세가지 기준을 중심으로 UTC만의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겠다는 포부다. 더벨은 UTC인베스트먼트의 비상을 이끌고 있는 핵심 구성원들의 면면을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2일 08: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UTC인베스트먼트의 성장 히스토리는 파란만장함 그 자체였다. 미래를 내다본 투자로 큰 주목을 받는가 하면, 투자 실패로 회사의 존망을 걱정해야 했던 시기도 있었다. 시련을 극복하고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끈기다. 어려운 상황마다 끝내 돌파구를 찾아내며 대형 VC(벤처캐피탈)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다.

◇대상그룹, 지분 100% 보유...손바뀜에도 투자 전문가 독립경영 보장

UTC인베스트먼트는 청정원과 종가집 브랜드로 알려진 대상그룹의 투자 부문 계열 회사다. 대상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대기업이 벤처캐피탈을 보유한 경우는 있지만 대상처럼 오너가가 직접 거느리고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VC업계에 진출한 것은 1988년이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이 당시 사재를 활용해 삼승투자자문(당시 국제투자자문)을 인수했다. 이어 1998년 유티씨벤처로 상호를 변경하고 창업투자조합을 설립했다. 현재의 사명을 갖게 된 것은 2004년이다.


대상은 UTC인베스트먼트의 독립경영을 철저하게 보장하고 있다. 특히, 2016년 임 명예회장이 차녀인 임상민 대상 부사장에게 지분을 전량 양도하며 손바뀜이 있었을 당시에도 같은 기조를 유지했다. 공동 대표 시기가 있기는 했지만, UTC인베스트먼트의 수장은 35년간 단 3명에 불과하다. 장기투자라는 모험자본 투자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UTC인베스트먼트의 역대 대표들은 모두 투자 전문가 출신이다. 초대 대표인 김훈식 전 대상홀딩스 대표는 LG투자자문 출신으로 투자 및 M&A(인수합병) 전문가다. 또 2016년 김 전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에 오른 박근용 전 대표도 사모투자(PE) 분야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2022년 단독 대표에 오른 김세연 대표는 UTC인베스트먼트에서 바이오와 ICT 분야에서 굵직한 트랙레코드를 보유하고 있다.

◇바이아웃 투자로 주목, 일반 벤처로 영역 확장해 '위기 극복'

UTC인베스트먼트는 2000년대 초반 벤처 활황기가 도래하며 1차 전성기를 맞이했다. 이 시기는 펀드가 아닌 본계정으로 벤처투자가 이뤄지던 시절이었다. UTC인베스트먼트는 CRC(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 인가를 확보하며 바이아웃 명가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투자 사례로는 콘크리트 파일 및 위생도기 판매업체 아이에스동서가 있다. UTC인베스트먼트는 2003년 아이에스동서에 1200억원을 투자했다. 이어 2006년 엑시트를 통해 총 2343억원의 수익을 달성했다.

또 2006년 진행한 교통카드 업체 마이비에 대한 투자도 우수한 성과를 기록했다. UTC인베스트먼트는 마이비에 총 330억원을 투자해 3년만에 670억원을 회수했다. IRR(내부수익률)은 28%였다.


승승장구하던 UTC인베스트먼트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2007년 CRC 펀드인 '유티씨기업구조조정7호조합'으로 김종학프로덕션에 수백억원을 투자했지만 실패를 맛 봤다. 김종학프로덕션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드라마 태왕사신기가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UTC인베스트먼트의 위기관리 능력이 빛을 발했다. 당시 상황은 회사의 존폐를 걱정할만큼 좋지 않았다. 다만 UTC인베스트먼트는 바이아웃 투자와 함께 일반 벤처투자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반전을 도모했다.

결정적으로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의 농림축산식품업 출자사업을 따낸 것이 주효했다. 당시 농식품 출자사업은 앵커 출자비율이 높지 않고 투자 범위가 좁아 VC들에게 인기가 없었다. UTC인베스트먼트는 출자사업이 2개월 미뤄진 상황에서 유일하게 지원서를 제출한 VC였다. 앞선 실패로 UTC에 대한 농금원의 걱정이 있었지만 펀드 운용에 대한 자신감으로 설득에 성공했다.

해당 출자사업을 통해 결성한 '그린바이오투자조합'은 올해 말 만기가 다가온다. UTC인베스트먼트는 2016년 이 펀드를 활용해 마켓컬리에 40억원을 투자한 이력이 있다. 이미 투자금 일부를 회수해 원금을 확보한 상태로 추가적인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그린바이오투자조합의 대표 펀드매니저인 이강학 상무는 "컬리 투자는 벤처 투자를 하면서 처음으로 ‘Bass Diffusion Model’을 적용해 시장 수요 예측을 진행한 사례"라며 "이를 통해 정성적인 전략이나 시장 환경뿐 아니라 수학적 모델이 기업 평가에서 적극적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바스 확산 모델이란 기술 성장 곡선중 하나로, 보통 신기술이 나왔을 때 어느정도의 성장을 가지는가를 예측할 때 사용된다.

◇본부별 맞춤형 C레벨 포진, 신뢰 바탕 성장 도모

한차례 홍역을 치른 UTC인베스트먼트는 이후 파죽지세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15년 475억원 규모였던 AUM은 올해 상반기 7000억원을 넘어서며 8년만에 16배 불어났다.

또 최근 10년간 누적 IRR도 23.4%로 우수한 트랙레코드를 쌓고 있다. 현재 UTC인베스트먼트가 운용중인 펀드는 올해 상반기 결성한 '스마트대한민국비대면투자조합'과 '유모빌리티2023사모투자합자회사'를 포함해 총 26개다.

성장가도 이면에는 오랜시간 UTC인베스트먼트에 몸 담고 있는 핵심 인력들의 역할이 상당했다. UTC인베스트먼트는 업계에서도 장기근속 인력이 많은 하우스다. 실제 김세연 대표를 포함해 이강학 상무, 정진우 상무 등 C레벨급 인사들의 근속연수는 10년을 가볍게 넘어선다. 이는 UTC인베스트먼트가 일관적인 투자 철학을 고수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UTC인베스트먼트는 현재 바이오와 라이프스타일, IT·반도체를 중심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대표 포트폴리오로는 ICTK홀딩스, 마켓컬리, 이뮨메드, 엔젠바이오, 큐라클, 넥셀, 매버릭, 마이비, 마크프로, 제이니텟, 크리에이츠, 세림비앤지 등이 있다

이에 맞게 내부 조직도 VC운용 1~3본부와, 그로스캡운용본부, CV운영본부, 경영지원본부로 구분해 운영하고 있다. 각각 부서에 전담 C레벨 임원을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세부적으로 조직 구성을 살펴보면, 먼저 라이프스타일 기업에 투자하는 VC 1본부를 이강학 상무가 담당하고 있다. 바이오 섹터를 담당하는 VC 2본부에는 김세연 대표와 김승용 이사가 포진돼 있다. 김 대표는 이와 함께 VC 3본부에서 반도체·IT 분야도 책임지고 있다. 주로 중후기 라운드의 투자를 담당하는 그로스캡운용본부는 정진우 상무가 수장을 맡고 있다.

김세연 대표는 "단기적인 실적을 중시하기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모든 구성원들이 각자가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도록 신뢰를 바탕으로 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회사의 AUM을 높이고, 안정적인 투자성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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