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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경영수업 중]'회장' 수업 직행했던 최태원 회장, 진로 탐색 중인 3세②예외없이 유학파…3세들, 각자 영역서 경험 쌓기 주력

조은아 기자공개 2023-09-19 07:30:13

[편집자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후계자를 잘 키워내는 건 수성을 위한 최고의 과제다. 국내 재계 역시 마찬가지다. 창업주 세대부터 현재의 3~4대에 이르기까지 좋은 후계자를 만들기 위해 개인은 물론 그룹 차원에서도 공을 들여왔다.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상이 바뀌면서 경영수업의 양상 역시 달라지고 있다. 더벨이 과거 국내 주요 그룹의 경영수업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살펴보고 현재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3일 08: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전형적인 후계자의 길을 밟아왔다. 국내에서 학부를 마치고 바로 유학길에 올랐고 그룹의 컨트롤타워였던 SK상사 경영기획실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다. 비슷한 연배의 오너들이 대부분 그랬듯이 입사 이후 계속 승진 가도를 달렸다. 최 회장뿐만 아니라 그의 동생이나 사촌 등 SK그룹의 다른 2세들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3세들은 어떨까. 최근 몇 년 사이 최 회장의 자녀들이 모두 SK그룹에 입사하면서 3세들의 경영수업도 본격화했다. 최 회장 시절과 비교하면 비슷한 점도 많지만 달라진 점 역시 찾을 수 있다.

◇선대 회장부터 미국 유학 필수...이공계 전공 눈길

세대를 관통하는 공통점은 유학이다. SK그룹에선 특히 유학이 필수였다. 최태원 회장과 동생 최재현 수석부회장,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은 모두 국내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바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거슬러 올라가면 최 회장의 부친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 역시 유학이 흔치 않던 1950년대 이미 유학길에 올랐다. 수원농고와 서울대 농대를 거쳐 1956년 미국 위스콘신대 생화학과를 졸업했고 1959년 3월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석사학위 받았다. 무려 10년에 걸친 유학생활이었다. 이후 귀국해 1962년 11월 선경직물 부사장으로 취임했다.

기존에는 무조건 미국으로 떠났다면 3세부터는 중국이 새롭게 등장하기 시작했다. 최 회장의 장녀 윤정씨는 중국 베이징에서 국제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차녀 민정씨는 중국 베이징대를 졸업했다. 중국 유학은 재계를 통틀어서도 아직은 흔치 않다. 딱히 사업적 목적을 염두에 뒀다기보다는 개인의 선택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공계 전공이 많다는 점 역시 눈에 띈다. 최종현 선대회장, 최태원 회장, 최재원 수석부회장 모두 학부에서 과학을 전공했다. 최 선대회장의 뜻이었다. 최 선대회장은 "경제의 기본원칙은 '합리(合理)'라며 "경제를 잘 알려면 리, 즉 물리나 화학, 생물 가운데 하나를 공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는 다음 세대까지 이어졌다. 윤정씨는 생물학을 전공했으며 최 회장의 장남 인근씨는 물리학을 전공했다. 민정씨만 경영학을 전공하며 다른 길을 선택했다.

윤정씨와 인근씨는 컨설팅회사에서 근무했다는 공통점 역시 갖고 있다.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기에 앞서 컨설팅회사에 입사하는 건 흔한 사례다. 윤정씨는 베인앤컴퍼니, 인근씨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근무했다.


◇삼남매 모두 20대에 입사…사라진 초고속 승진

최 회장의 세 자녀는 아직 임원은 아니다. 20대 중후반에 회사에 입사해 아직 나이가 어린 편이다. 최태원 회장이 아직 한창인 만큼 굳이 초고속 승진이 필요하지도 않다.

장남 인근씨는 2020년 9월 계열사 SK E&S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외아들이 처음으로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한데다 오너 아들이면서도 평사원으로 입사했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인근씨는 경영지원부문 산하 기획본부 전략기획팀에 몸담았으나 지난해 말 SK E&S의 손자회사이자 미국 내 에너지솔루션 사업을 담당하는 '패스키'로 소속을 옮겼다. 입사 만 3년을 코앞에 둔 현재도 내부 호칭은 매니저다.

민정씨와 윤정씨 역시 임원은 아니다. 윤정씨는 2017년 SK바이오팜에 입사해 2019년 휴직하고 미국 유학길에 오른 바 있다. 이후 2년 만인 2021년 7월 복직해 SK바이오팜 전략투자팀 팀장으로 근무 중이다.

민정씨는 2019년 SK하이닉스에 입사했으나 지난해 초 휴직한 뒤 스타트업 업계에 2년째 몸담고 있다. 휴직 전 직급은 TL(테크니컬 리더)이다. TL은 리더, 선임·책임·수석으로 나뉘어 있던 기술사무직 직원 직급을 통합한 직급이다.

앞서 2세의 경우 최태원 회장은 1991년 부장으로 입사해 1996년 부사장까지 승진했다.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1994년 SKC에 입사해 2년 만에 임원이 됐다. 가장 승진 속도가 느렸던 건 최신원 전 회장이다. SK그룹 2세 4명 가운데 가장 빠른 1980년에 입사했는데 당시 우리나이로 27살이었다. 이후 입사 7년 만에 이사로 승진했다.

◇'회장' 수업 받은 최태원 회장, '진로 탐색중'인 3세

처음부터 주력부서에서 근무하며 그룹 전반을 보는 눈을 키웠던 최 회장과 달리 자녀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차근차근 전문성을 쌓고 있다.

최 회장은 1991년 SK상사 경영기획실에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당시 SK상사는 지배구조 정점에 있었다. 1996년부터는 SK(유공)의 상무 겸 경영기획실 사업개발팀장으로 근무했다.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우기보다는 처음부터 그룹 전반을 살피는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회장 수업을 받았다. 최 회장은 최종현 회장이 세상을 뜬 뒤 회장으로 공식 추대됐는데 이전부터 이미 차기 회장으로 승계구도는 굳힌 상황이었다.

반면 3세들의 경우 윤정씨는 바이오, 인근씨는 에너지 쪽에서 차근차근 경험을 쌓고 있다. 민정씨는 학창시절부터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았는데 현재 미국에서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등 관련 분야를 한창 경험 중이다. 전공 선택은 물론 계열사를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개인의 의사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에 입사한 뒤 해외 근무지로 나가는 경향 역시 엿볼 수 있다. 인근씨가 지난해 뉴욕에 위치한 패스키로 이동했고 민정씨 역시 SK하이닉스 미국법인에서 근무했다. 그만큼 글로벌 감각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은둔의 후계자' 대신 자신을 드러내는 데 적극적

지금이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까지 맡는 등 대외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지만 최 회장 역시 한때는 '은둔의 후계자'였다. 30대 중반 상무로 후계자 수업을 한참 받을 때도 최 회장에 대해 알려진 사실이 그리 많지 않았다. 최종현 회장의 장남으로 평소 소탈하다는 점, 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위라는 점 등만 알려져 있었다.

처음 사업 쪽에서 두각을 드러낸 건 1992~1994년 정보통신(휴대폰)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 주역으로 지목되면서다. 이후 아버지의 타계로 38세의 나이에 그룹을 짊어지게 되면서 자의든 타의든 많은 주목을 받게 됐다.
최태원 회장의 차녀 민정씨

보통의 후계자들이 구설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경영수업을 받는 동안 최대한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며 조용히 지내는 것과 달리 대를 내려갈수록 자신을 드러내는 데 적극적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민정씨는 자신의 근황 등을 SNS를 통해 활발히 알리고 있다. SK하이닉스에 휴직계를 내고 1년 반 넘게 복직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과거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던 후계자들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최 회장은 1960년생으로 활발하게 경영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아들이 한 명밖에 없지만 나이가 어린 데다 삼남매가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어 자녀들이 그룹을 물려받을지를 얘기하는 건 시기상조로 보인다. 인근씨를 비롯해 삼남매 모두 지주사인 SK㈜의 주식을 한 주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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