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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동남아 공략]일본차 텃밭인데...아이오닉 5 일냈다②현지 생산과 전기차로 경쟁...인니 아이오닉 5 생산 주도권 확보

임한솔 기자공개 2023-09-15 07:30:25

[편집자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건 어느 기업에게나 큰 도전이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일본 브랜드의 아성이었던 동남아시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동남아는 개발도상국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세계 경제의 요충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업계 선두를 노리는 현대차그룹에게 필수적인 신시장이다. 더벨이 현대차그룹의 동남아 공략 현황과 전략을 분석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3일 15: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팝, K드라마는 알아도 'K카(Car)'는 모른다. 동남아시아 자동차시장의 현실이다. 현대차그룹이 야심차게 동남아 공략에 나섰다는 것은 반대로 말해 그동안 현지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동남아 생산시설에 대규모로 투자해 경쟁력 있는 차종을 뽑아내고 있다.

◇동남아 터줏대감 일본 브랜드

동남아 자동차시장 규모는 한국의 약 2배에 이른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에 속한 10개국 중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7개국에서 2022년 판매량 342만여대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판매량은 164만여대였다.

하지만 여기서 현대차그룹이 차지하는 부분은 많지 않다. 국가별로 보면 대부분의 지역에서 한 자릿수 초중반대 점유율에 그친다. 점유율 상위권에는 일본 브랜드들이 버티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판매량이 가장 많은 인도네시아(상반기 50만5985대)에서는 토요타 (31.7%), 다이하츠(19.6%), 혼다(14.8%), 스즈키(8.2%), 미쓰비시(7.8%)가 순위에 올랐다. 현대차는 3.6%, 기아는 0.1%에 그쳤다.

현대차 베트남 합작법인의 프로모션 이미지.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판매량이 많은 태국(40만6131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토요타와 이스즈, 혼다가 시장의 3분의 2를 점유한다. 말레이시아(36만6037대)는 독특하게 국영 브랜드 페로두아와 프로톤이 점유율 약 60%를 거머쥐고 있는데 그 뒤를 토요타와 혼다 등 일본차들이 따라가고 있다. 현대차·기아가 일본차 대비 우위에 있는 나라는 베트남(13만7327대)이 유일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 브랜드가 동남아에서 세력이 강한 까닭은 현대차그룹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투자해 완성차 및 부품 생산체계를 구축하며 소비자 신뢰를 쌓은 덕이 크다. 대표적으로 토요타가 처음 태국 자회사를 세운 시기는 현대차가 설립된 1967년보다 이전인 1962년이다. 이후 토요타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으로 영역을 넓혀 동남아 각지에서 생산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공략 포인트, 동남아산+전기차

최근 현대차그룹이 부진한 점유율을 타파하기 위해 집중하는 부분 역시 현지 생산이다. 그동안 동남아에서 위탁 판매나 반제품 조립(CKD)을 위주로 사업을 진행해온 것과 달리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부어 생산시설을 마련했다.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이 지난해 준공됐고 여기서 생산될 전기차를 위한 배터리셀 공장도 올해 완공됐다. 기아 역시 태국 완성차 공장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생산은 자동차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관세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수입 자동차에 대해 50%의 관세를 매기고 사치세(PPnBM)도 따로 부과한다. CKD 방식으로 생산된 자동차 역시 10%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오롯이 인도네시아 땅에서 생산된 자동차가 시장 장악에 유리해질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생산 과잉에 따른 우려는 비교적 적다. 만들어낸 물량을 아세안 역내에 수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세안 국가들은 2018년부터 회원국끼리의 완성차 수입 관세를 철폐했다. 태국에서 만들어진 자동차를 말레이시아로 수출하면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 식이다. 여기엔 제품에서 지역가치사슬(RVC)의 비중이 40% 이상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아세안에 많이 투자하는 기업만이 충족할 수 있다.

8월 열린 인도네시아국제모터쇼(GIIAS)에 다양한 현대차 차량이 전시된 모습.

기존 일본 브랜드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어떤 차종을 선택할지도 중요하다. 현대차그룹이 내세운 건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인정받은 전기차다.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은 지난해부터 아이오닉5를 생산해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경쟁력을 고려하면 동남아에서 내연기관차로는 일본 브랜드에 밀려도 전기차에서는 확고한 우위를 차지할 공산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올해 상반기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시장에서 현대·기아차는 점유율 10.3%를 차지해 테슬라, 폭스바겐, 스텔란티스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비록 전년과 비교해 점유율 순위는 2계단 내려갔지만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6.3%)와는 여전히 상당한 격차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동남아에서 현지 생산과 전기차를 결합한 전략을 추진한 결과 이미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우링자동차에 이어 2위를 기록했지만, 아이오닉5의 판매 본격화에 힘입어 올들어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자동차 업체 중 처음으로 전기차 아이오닉5의 현지 생산 및 판매 체계를 갖추고, 출시 1년 만에 전기차 1위 업체에 올랐다. 현대차는 올들어 7월까지 인도네시아에서 전기차 3913대를 판매해 시장점유율 56.5%를 달성했다.

이와 함께 인도네시아산 자동차 3만114대를 아세안 등 인근 해외 시장에 수출해 전년보다 수출 물량을 70% 늘렸다.

현대차그룹의 아세안 첫 완성차 공장이 들어선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 경제가 발전된 국가로 꼽힌다. 또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의 원료 니켈이 풍부하게 매장된 지역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은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전기차를 비롯한 자동차를 생산해 먼저 현지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다른 아세안 국가들에 대한 수출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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