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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는 지금]'담합' 혐의 과징금 여파, 현금흐름 ‘옥에 티’③388억 유동부채 계상으로 일시적 적자 전환, 급성장 불구 시설투자 부족 ‘아쉬움’

김규희 기자공개 2023-09-20 07:19:52

[편집자주]

빙과업체 빙그레가 한동안 성장정체에 빠져 고민이 깊었던 시절이 있었다. 해외기업과의 제휴, 신제품 출시 등 노력에도 매출 8000억원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던 중 단행된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는 빙그레의 성장 트리거가 되며 연매출 1조원 기업으로 도약했다. 최근에는 해외시장으로 영토 확장을 계획하며 추가 도약을 꿈꾸고 있다. 빙그레의 경쟁력 등 현 상황을 진단하고 재무현황과 미래 성정전략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4일 10: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빙그레는 해외시장에서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재무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판매 호조가 영업이익 증가로 이어지고 충분한 현금 공급으로 인해 외부 차입을 일으킬 필요가 없어 견실한 자본구조를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3년 전 공정위로부터 부과받은 과징금 영향으로 현금흐름이 악화됐던 점은 '옥에 티'로 꼽힌다. 당시 388억원의 현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당기순손실 전환과 함께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할 뻔했다.

또 최근 가파른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이를 뒷받침할 케펙스(CAPEX, 설비투자)가 동반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시설투자에 인색한 모습이 지속되고 있어 또 한 번의 정체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과징금 388억’ 재무상태 악영향, 현금흐름 첫 ‘순유출’ 전환

빙그레의 최근 성장세는 두드러진다. 2020년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한 이후 가파른 매출 증가를 보이며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2020년 9591억원이었던 매출은 2021년 1조1474억원으로 19.6% 증가했고 2022년엔 다시 10.5% 증가해 1조2677억원으로 커졌다. 올 상반기 매출액 6822억원 역시 전년 동기대비 10%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잠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금세 회복했다. 빙그레의 영업이익은 2021년 전년보다 34.2% 감소한 262억원이었지만 이듬해 50.4%의 증가율을 보이며 394억원으로 회복했다. 올 상반기엔 전년 동기대비 159.9% 증가한 590억원의 흑자를 냈다.

당기순이익은 ‘옥에 티’로 꼽힌다. 빙그레는 실적 호조를 이어가던 2021년 19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과받은 대규모 과징금이 영업외비용으로 처리해 순이익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2월 공정위는 빙그레·롯데지주·롯데제과·롯데푸드·해태제과 등 아이스크림 제조사 5곳과 유통사업자 3곳에 총 135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 조사에서 아이스크림 판매·납품 가격 및 소매점 거래처 분할 등으로 시장 질서를 해치고 소매점 지원율 상한을 정하거나 편의점 마진율을 낮춰 납품가격을 인상하는 등 가격담합에 나선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빙그레가 부과받은 과징금 규모는 388억원으로 징계 대상 중에서 가장 많은 금액이었다. 나머지 회사에게 부과된 과징금은 200억원대였다.

빙그레는 2021년 회계연도 사업보고서 제출기한 마감을 앞둔 지난해 2월 과징금이 부과되자 납부자금을 사업보고서에 미리 반영했다. 388억원을 기타영업외비용으로 계상해 부채로 인식했다.

이에 빙그레의 유동부채 규모는 과징금만큼 불어났다. 실제 유동부채 중 미지급금 항목이 2020년 319억원에서 2021년 707억원으로 388억원 증가했다. 미지급금은 제품 생산과 직접 연관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지급해야 할 금액으로 재무제표에는 부채로 인식된다.

대규모 과징금은 다시 현금흐름 악화로 이어졌다. 빙그레는 2022년 25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뛰어난 현금창출 능력을 보였지만 2021년 반영해 둔 잡손실 388억원 영향으로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순유출 흐름으로 전환했다.

빙그레가 영업현금흐름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현금흐름 파악이 가능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현금창출 능력은 문제없지만 순간적으로 자금흐름이 위축돼 유동성 위기에 빠질 뻔한 셈이다.

해외매출 커가지만, 생산공장 건설 등 시설투자 계획 ‘無’

빙그레는 메로나 등 빙과류의 선전으로 뛰어난 매출 증가율을 보이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케펙스 집행이 저조해 성장세가 머지않아 둔화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빙그레의 매출액과 케펙스를 비교해보면 최근 설비투자가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2021년 매출액은 1조1474억원으로 전년대비 19.6% 증가했지만 케펙스는 468억원을 기록하며 0.2%(1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2년 역시 매출액은 전년대비 10.5% 증가해 1조2677억원으로 껑충 뛰었지만 시설 투자 금액은 223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해 52.4% 감소한 수치다.


이같은 흐름은 해외 생산기지 건설에 대한 빙그레의 소극적인 모습과 궤를 같이한다. 빙그레는 해외 수출액이 2018년 493억원에서 2019년 632억원, 2020년 711억원, 2021년 823억원, 지난해 1043억원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현지 생산공장 건설 등 시설투자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만 아이스크림 ‘메로나’ 판매로만 270억원의 매출을 올린 미국에서도 직접 생산 대신 현지 식품기업과 계약을 맺고 OEM(주문자상표 부착생산)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빙그레가 현지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건 미국이 유일하다.

빙그레 관계자는 “해외 현지에서 생산하는 건 미국 워싱턴주 벨뷰에서 OEM으로 생산하는 게 유일하다”며 “자체적으로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 등은 검토하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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