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경영수업 중]'나홀로' 한화그룹 키운 김승연 회장의 선택은③맨몸으로 체득하며 그룹 일군 김승연 회장…철저하게 교육받은 김동관 부회장
조은아 기자공개 2023-09-21 09:15:40
[편집자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후계자를 잘 키워내는 건 수성을 위한 최고의 과제다. 국내 재계 역시 마찬가지다. 창업주 세대부터 현재의 3~4대에 이르기까지 좋은 후계자를 만들기 위해 개인은 물론 그룹 차원에서도 공을 들여왔다.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상이 바뀌면서 경영수업의 양상 역시 달라지고 있다. 더벨이 과거 국내 주요 그룹의 경영수업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살펴보고 현재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5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아버지 김종희 창업주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29살의 이른 나이에 총수에 올랐다. 사실상 경영수업을 제대로 받을 기회가 없었다. 청소년 시절 주요 공장을 돌아보며 일찌감치 후계자의 꿈을 키우긴 했지만 제대로 된 경영수업이라고 보긴 힘들다.준비 없이 올라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승계 과정에서는 '연착륙'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가정 교육, 조기 유학, 군복무, 빠른 입사 이후 바로 주어진 태양광 미션까지 촘촘한 후계자 플랜이 짜여진 이유 역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리고 현재로선 연착륙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쉽지 않았던 경영수업을 무사히 마치는 데 성공했다. 아직 그룹 내 직함은 부회장이지만 김승연 회장이 두문불출하는 사이 그룹의 얼굴로도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2대를 아우르는 공통점 '조기 유학'과 '공군 장교'
김 회장이 본격적으로 아버지 곁에서 수업을 받기 시작한 건 1977년이다. 그러나 4년 만인 1981년 김종희 창업주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며 그룹 총수라는 무거운 짐을 지게 됐다. 김동관 부회장과는 대조적으로 맨몸으로 부딪쳐가며 냉혹한 경영의 세계를 배운 셈이다.
그렇다고 부자간 공통점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한화그룹에서 김 회장과 그의 세 아들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바로 조기유학이다. 김 회장은 1967년 당시 최고의 명문고였던 경기고에 진학했으나 2학년 때 부친의 권유에 따라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 일찍이 해외 견문도 넓히고 혼자서 자립심도 키우라는 뜻이었다. 김 회장이 들어간 학교는 미네소타주에 있는 사립 기숙학교(보딩스쿨) '샤턱-세인트메리즈스쿨'이다.
김 회장의 세 아들은 고스란히 김 회장과 같은 길을 걸었다. 모두 조기 유학을 떠나 보딩스쿨을 졸업했다. 김동관 부회장과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최고 명문 보딩스쿨인 세인트폴스쿨을 졸업했다. 막내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및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무는 미국 태프트스쿨을 나왔다.
또 하나 한화그룹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공군 장교다. 남녀도 가리지 않았다. 김승연 회장과 동생 김호연 빙그레 회장, 누나인 김영혜씨까지 모두 공군 장교 출신이다. 김동관 부회장과 김동원 사장 역시 공군 장교로 임관했다. 김호연 회장의차남 역시 공군 장교 출신이다.
특별한 이유는 전해지지 않는다. 김영혜씨가 1971년 스타트를 끊었고 자연스럽게 동생들과 조카들까지 뒤를 이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화그룹이 항공방위 사업은 물론 항공우주 사업까지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신기한 우연인 셈이다.
두 집안 모두 장남은 빠르게 경영수업을 시작한 점 역시 눈에 띈다. 김동관 부회장은 학교를 졸업하고 군복무를 마친 뒤 다른 곳을 거치지 않고 바로 한화그룹에 입사했다. 김호연 회장의 장남 역시 비슷하다. EY한영에 입사했으나 1년여 만에 그만두고 빙그레에 입사했다.
한화그룹에 장자승계라는 원칙이 있는 건 아니지만 창업주가 세상을 뜬 뒤 김승연 회장이 총수에 오르게 되면서 사실상 장자승계 관행이 어느 정도는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
◇'완벽하게 만들어진 후계자의 길'
김 부회장은 현재 재계에서 가장 잘 자란 후계자로 꼽힌다. 태양광 사업을 한화그룹의 간판 사업으로 키운 공신으로 꼽히며 최근 몇 년 사이엔 석유화학과 방산, 항공우주 사업 등 금융과 유통을 제외한 한화그룹의 사업 전반을 아우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혹독한 경영수업이 있었다. 김 부회장은 아직 20대이던 2011년 말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으로 선임됐다. 2010년 초 비서실 차장으로 입사한 지 채 2년도 되기 전이다. 기획실장이라는 직책에서 알 수 있듯 상당한 식견과 경험이 필요한 자리였다.
김승연 회장 세대까지만 해도 입사 때부터 기획실이나 전략실로 배치돼 얼마 지나지 않아 기획실장 혹은 전략실장 등 요직에 오르는 사례가 많았으나 당시엔 다소 파격적 결정이었다. 더구나 태양광 사업은 이제 막 시작한 단계로 경험이 짧은 후계자에겐 결코 쉽지 않은 자리였다.
김 부회장은 현재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솔루션에서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한화오션에서는 기타비상무이사를 지내고 있다. 이들 회사 모두 최근 몇 년 사이 굵직굵직한 사업 재편을 진행한 회사들이다. 김 부회장이 그룹의 명운을 결정짓는 중대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다. 이미 신년인사회나 청와대 만찬, 경제사절단 등 굵직굵직한 외부 행사에서 김 회장을 대신해 모습을 드러낸 지 2~3년이 됐다.
특히 김 부회장은 경영능력은 물론 인성 등 사적인 영역에서도 잡음이 불거진 적이 없다. 경영수업과 더불어 가정교육 역시 철저히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는 "언론 등 외부에 비춰지는 모습과 실제 모습이 다르지 않다고 보면 된다"며 "말수가 많거나 혹은 적은 편은 아니지만 자신의 의견은 정확하게 얘기하는 편이며 생각도 많고 고민도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운전기사도 없이 직접 운전을 하며 출퇴근을 하는 것으로도 전해진다. 현재 한화그룹 사옥이 위치한 서울 중구 청계천로 주변에서 가끔 수행원 없이 혼자 다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한다.
◇전문경영인 신뢰하는 김승연 회장, 아들 멘토 역시 전문경영인에게
한화그룹 승계 과정에서 또하나 눈에 띄는 건 멘토의 존재다. 한화그룹에는 시대에 따라 김 회장의 지근거리에서 그를 보좌해온 전문경영인들이 있다. 2015년 그룹을 떠난 김연배 전 한화생명 부회장과 올해 초 ㈜한화 대표이사에서 내려온 금춘수 부회장이 대표적이다.
김승연 회장은 회장 취임 초반에는 그룹에 눈에 띄는 2인자를 두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어린 나이에 총수 자리에 오른 만큼 카리스마로 그룹 내 장악력을 키우는 데 집중했기 때문이다. 실제 그결과 그룹 내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지닐 수 있었다.
그러나 본의 아니게 자리를 비우게 되면서 자신이 부재한 사이 그룹을 지킨 전문경영인 전반에 대한 신뢰가 상당히 높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경영수업 과정에서도 엿볼 수 있다.
김희철 한화임팩트 대표이사 사장은 김동관 부회장의 멘토로 통한다. 김희철 사장은 김동관 부회장이 한화그룹에 입사해 회장실에 근무할 때 경영기획실 전략팀장으로 근무했다. 김 부회장이 그룹에 적응하던 시기에 실무자였던 셈이다.
이후 2011년 말 김 부회장이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으로 배치될 때 김희철 사장도 한화솔라원 총괄임원로 이동했다. 한화그룹이 독일 큐셀을 인수한 후에는 김 부회장은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과 영업실장, 김 사장은 한화큐셀 대표를 맡았다.
김동원 사장에겐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이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여 부회장이 경영기획실에 있을 때 김동원 사장이 한화그룹에 입사해 경영기획실 디지털팀장으로 근무했다. 현재도 여 부회장이 한화생명을 대표이사로서 이끌고 있고 김 사장은 최고글로벌책임자를 맡고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조은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반환점 돈 진옥동 체제]톱티어 부족한 '비은행'…전략 마련 고심
- [반환점 돈 진옥동 체제]제2의 '베트남' 찾을 수 있을까
- 미국 증권사 인수한 한화생명…자산운용 시너지 겨냥
- [반환점 돈 진옥동 체제]높은 주가 상승률…'의지'가 '타이밍'을 만나면
- [반환점 돈 진옥동 체제]불리한 출발선…'내실'은 챙겼다
- [반환점 돈 진옥동 체제]'연착륙' 끝났다…'연말 인사'에 쏠리는 시선
- [반환점 돈 진옥동 체제]후반전 시작, 남은 과제는
- [금융지주 밸류업 비교]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균형점은
- [금융지주 밸류업 비교]'결과'로 말한다, 달랐던 시장 반응
- [한화 금융 계열사는 지금]한화생명, 본업 경쟁력과 미래 먹거리 '이상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