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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동남아 공략]이영택 현대차 부사장, 동남아 진출 진두지휘④경력 대부분 해외, 튀르키예·브라질 등 신시장 개척

임한솔 기자공개 2023-09-22 07:40:59

[편집자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건 어느 기업에게나 큰 도전이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일본 브랜드의 아성이었던 동남아시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동남아는 개발도상국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세계 경제의 요충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업계 선두를 노리는 현대차그룹에게 필수적인 신시장이다. 더벨이 현대차그룹의 동남아 공략 현황과 전략을 분석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8일 15: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 첫 완성차 공장을 준공했다. 코로나19라는 범지구적 재난을 이겨내고 전체 15억5000만달러(약 2조원) 규모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대차 동남아 공략의 주춧돌이 성공적으로 놓이기까지는 이영택 아세안권역본부장 부사장의 공이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부사장은 경력 대부분을 해외에서 보낸 인물이다. 터키(튀르키예), 브라질, 러시아 등을 거쳐 이제는 동남아에서 신시장 개척의 중책을 맡고 있다.

◇해외공장 안착 역할...튀르키예 이후 브라질, 러시아, 동남아

1959년생인 이영택 부사장(사진)의 경력은 현대차의 해외 진출 역사와 함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차는 1989년 첫 해외 공장으로 캐나다 공장을 가동했으나 판매 부진으로 1993년 문을 닫았다. 하지만 실패에 굴하지 않고 1997년 새로운 해외 생산 거점인 튀르키예 공장을 세웠다. 이때부터 이 부사장은 머나먼 이국 땅에서 뛰고 있었다.

유럽, 독립국가연합(CIS) 수출 거점으로 주목받던 튀르키예 공장은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공장이 가동에 들어갈 즈음 한국과 튀르키예가 함께 경제위기를 맞으면서 튀르키예 공장의 경영상황도 극도로 경색됐다. 긴축체제에 들어가야 했다.

당시 현장소장으로 일하던 이 부사장을 비롯한 튀르키예 공장 일동은 자동차 생산량을 최소 수준인 연간 5000대 선에서 유지하며 어려운 시기를 버텼다. 가까스로 고비를 넘긴 뒤부터는 지속적으로 생산능력을 확충해 현대차 주력 차종을 시장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이 부사장은 현장소장에서 생산담당 부장을 거쳐 공장장으로 올라갔다.

튀르키예 공장이 궤도에 오르자 현대차는 이 부사장에게 다른 과업을 맡겼다. 현대차의 다른 해외 거점 브라질 공장을 설립하는 일이었다. 이 부사장은 브라질 공장 생산실장을 맡아 소형차 HB20 등 현지용 모델 양산체제를 갖추는 데 기여했다. 2012년 11월 브라질 공장이 준공된 뒤 공장 건립에 힘쓴 공을 인정받아 이사로 승진하며 임원 대열에 합류했다. 이후 현대차는 브라질 공장을 기반으로 시장 상위 5대 브랜드에 진입하는 등 성과를 냈다. 이에 따라 이 부사장은 2013년 상무에 올랐고 2015년에는 전무를 달았다.

한동안 브라질 공장에 머무르던 이 부사장은 2018년 새 임지로 이동했다. 이번에는 러시아였다. 이 부사장은 러시아권역본부장으로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등 대형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며 현대차 브랜드 제고에 앞장섰다.

러시아에서의 임기는 1년 남짓에 불과했다. 이 부사장은 2019년 초 동남아 등을 담당하는 아태권역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대차는 2017년부터 동남아 공략을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해 시장을 조사하는 등 동남아 진출을 모색하고 있었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선봉장으로 해외사업 경험이 풍부한 이 부사장이 낙점된 것이다.

◇코로나19 물리치고 동남아 거점 구축

아태권역본부장에 오른 이 부사장은 취임 직후 내부적으로 현지화 TF를 구축해 인도네시아 공장 프로젝트를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19년 11월 현대차와 인도네시아 정부의 투자협약이 체결되며 본격적으로 공장이 건설되기 시작했다.

공장이 지어지는 2020년 초부터 약 2년여 동안 가장 큰 장애물은 코로나19였다. 이 부사장은 인도네시아 당국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근로자 숙소 문제, 비자 발급 등에 협조를 구해 공장 건설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했다.

덕분에 현대차는 당초 계획했던 2021년 말에서 크게 지연되지 않은 2022년 3월 인도네시아 공장을 준공하고 전기차 아이오닉5를 포함한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만들어진 아이오닉5는 올해 상반기 현지 전기차시장 1위를 차지하는 등 기념비적인 성과를 거뒀다.

인도네시아 판매법인(HMID)과 인도네시아 유통업체 '리뽀몰 인도네시아'가 진행한 전기차 충전소 확장을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식에서 기념촬영하는 모습. 왼쪽부터 이강현 HMID 자문, 프란시스쿠스 HMID COO, 윤상훈 현대차 아세안권역미래사업실장, 차우준 HMID 법인장, 헨리 리아디 리뽀몰 CEO, 이영택 현대차 아세안권역본부장, 대니 크레이튼 리뽀몰 CMO, 펠릭스 알리 찬드라 리뽀 까라와찌 사업개발책임자.

이 부사장은 인도네시아 공장을 짓는 데만 몰두한 게 아니다. 현지 공장을 토대로 현대차 제품이 동남아 전역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공급망을 구상했다. 2021년 3분기 필리핀 판매법인을, 2022년 말 태국 판매법인을 세운 게 대표적이다. 그동안 현지 업체에 위탁했던 판매를 현대차가 직접 맡아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었다.

동남아 사업이 속도감 있게 전개되자 현대차는 이 부사장의 역할에 더욱 힘을 실었다. 2022년 하반기 임원인사로 이 부사장을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시킨 것이다. 이와 함께 기존 아태권역본부를 아세안권역본부와 오세아니아권역본부로 나누고 이 중 아세안권역본부를 이 부사장에게 맡겼다.

동남아 사업에 대한 권한이 커진 만큼 이 부사장 앞에 남은 과제도 많다. 이 부사장은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완공된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공장과 인도네시아 완성차 공장을 연결해 유기적인 생산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쏟아져나올 차량을 판매하기 위한 시장을 확보하는 것도 만만찮은 일이다.

이 부사장이 홀로 동남아 공략을 짊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세안권역본부를 총괄하는 인원만 쳐도 윤상훈 아세안권역미래사업실장, 허준행 아세안권역판매기획실장, 박근영 아세안권역재경실장 등 여러 임원이 이 부사장을 지원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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