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전략 분석]삼성바이오로직스 투자 공세 뒷받침하는 '유동성'②5공장 건립 '2조' 집행계획…1조7000억 여윳돈, 영업현금 확대 '우호적 환경'
박동우 기자공개 2023-09-26 07:28:45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전략은 사업과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사업자금이 필요하면 적기에 조달을 해야 한다. 증자나 채권발행, 자산매각 등 방법도 다양하다. 현금이 넘쳐나면 운용이나 투자, 배당을 택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선택엔 결과물이 있다. 더벨이 천차만별인 기업들의 재무전략과 성과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0일 14:5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업 확장의 근간은 생산능력(캐파) 확대에서 비롯된다. 4공장 완공에 안주하지 않고 '5공장' 조성에 시동을 건 이유다. 2025년 완공을 목표로 2조원을 투입하는 프로젝트다.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격적인 투자를 뒷받침하는 배경에는 '유동성'이 자리잡고 있다. 1조7000억원에 육박하는 여윳돈, 확대된 영업활동 현금흐름 등 우호적 환경이 조성돼 있다. 사내 자금을 최대한 끌어쓰고 금융권 차입을 부분적으로 실행하는 전략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에쿼티→믹스, 기민하게 변화한 CAPEX 대응책
삼성바이오로직스가 5공장 건립의 첫 발을 뗀 건 지난해 하반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송도국제도시 11공구 첨단산업클러스터에 자리잡은 부지를 사들이는 계약을 체결했다. 2025년 7월까지 3년 동안 매매대금 4260억원을 납입하는 내용이 골자다.
산업시설 용지 확보를 거쳐 올해 4월에 5공장 공사가 시작됐다. 완공 시점은 2년 뒤인 2025년 4월로 설정했다. 연간 캐파는 18만리터로 2017년에 완공된 3공장의 생산용량과 동일하다. 순조롭게 완공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 역량은 기존 60만4000리터에서 78만4000리터까지 보강된다.
경영진은 5공장을 둘러싼 설비투자(CAPEX) 금액을 1조9800억원으로 책정했다. 연산 24만리터 규모를 갖춘 4공장 건설에 투입된 자금 1조7400억원과 견줘보면 13.8% 증가했다. 캐파가 동일한 3공장을 지을 때 들어간 실탄 8500억원과 비교하면 2배 넘게 불어난 금액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그동안 생산시설 구축에 필요한 실탄을 확보하는 전략을 복기하면 두 갈래로 나뉘었다. 자본 확충으로 대부분의 소요자금을 충당하는 '에쿼티(equity) 중심' 조달책이 존재한다. 증자에 국한하지 않고 회사채 발행, 은행 차입 등으로 조달 수단을 다각화하는 접근법도 있었다.
에쿼티 중심 조달전략이 연계된 사례 가운데 2015년부터 3년 동안 이어진 3공장 건설 프로젝트가 돋보인다. 전체 투자액 8500억원 가운데 87%인 7400억원을 신주 발행으로 확보했다. 경영진은 기업공개(IPO)로 사내 유입된 유동성 1조4838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을 3공장 공사에 배정했다.
4공장 건설을 진행한 2020년~2023년에는 조달 비중을 여러 수단으로 분산하는 '믹스(mix)' 전략이 적용됐다. 투자금 1조7400억원을 확보한 내역을 살피면 △유상증자 9000억원(51.7%) △회사채 발행 5000억원(28.7%) △은행 차입 등 기타 3400억원(19.5%)으로 구성이 한층 다양해졌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공모채를 찍어낸 시기(2021년)가 이때였다.
◇투자금 '사내자금 활용' 유인 커져
올해 5공장 건설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앞으로 2년간 투자금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관심사로 떠오른다. 3공장, 4공장을 건설하던 때와 올해를 견줘보면 단연 차이가 두드러지는 대목이 유동성이다.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 등을 더한 가용 자금이 2023년 6월 말 별도기준으로 1조6920억원이다. 4공장을 착공한 2020년 말 유동성 8205억원과 비교하면 2배 넘게 불어난 금액이다. 3공장 공사 원년인 2015년 말 당시 여윳돈이 345억원에 그쳤던 점을 상기하면 5공장 건설 국면에서는 사내 자금을 활용할 유인이 한층 커졌다.
자체적으로 현금을 창출하는 역량이 증대된 대목도 긍정적이다. 영업활동 현금흐름(NCF)이 2019년 102억원 유입에 그쳤던 NCF는 △2020년 2026억원 △2021년 4518억원 △2022년 8311억원 등으로 급격히 늘었다. 글로벌 제약사와 수주 계약을 체결하고 생산에 사활을 걸면서 구현한 실적 성장세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과거에 구사했던 에쿼티 의존 전략, 증자·회사채 등 혼합 기조를 벗어나 사내 자금을 최대한 투입하는 기조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올해 상반기에 5공장 시설이 착공에 들어갔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차입, 사채 발행, 증자 등 조달책을 실행하지 않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영업활동 현금흐름 확대 추세가 순조로운 점을 감안해 자체 자금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인식이 사내에 형성돼 있다"며 "필요한 경우에 제한적인 수준에서 은행 등 금융기관 차입을 고려할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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