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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업계, 엔데믹에 서다]SD바이오센서로 큰 바이오노트, 계열 지배구조 '핵' 부상코로나 1년 새 영업익 56배↑…SD바이오 유증 참여로 최대주주 등극

차지현 기자공개 2023-09-27 09:22:39

[편집자주]

진단 분야는 코로나19 수혜를 입은 대표 업종이다. 코로나19 확산 직후 발 빠르게 진단키트 개발에 성공하면서 위상을 높였다.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몸집을 불렸고 현금 곳간도 넉넉히 채웠다. 문제는 포스트 코로나 전략이다. 엔데믹 상황에서도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 부호가 붙는다.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나선 진단업계의 생존 전략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6일 07: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이오노트는 에스디바이오센서 덕분에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업은 동물용 진단 사업인데 코로나19 시기 에스디바이오센서에 인체용 진단 시약을 납품해 외형을 대폭 키웠다. 팬데믹 전후로 일 년 새 영업이익은 56배가량 불어났고 작년 말 증시 입성에도 성공했다.

이런 바이오노트가 최근 에스디바이오센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진행한 유상증자에 사실상 단독으로 출자하면서다. 계열 지배구조의 '핵'으로 부상한 셈이다. 창업자이자 최대주주는 개인 회사를 통해 바이오노트 지분을 늘리며 지배력 강화의 고삐를 죄고 있다.

◇SD바이오 덕 성장, 엔데믹 후 의존도 줄이기 사활

바이오노트는 조영식 에스디바오센서 이사회 의장이 2003년 설립했다. 조 의장은 서울대 수의학과(학·석·박사) 졸업 후 녹십자에서 13여년간 진단 시약 개발 및 마케팅을 담당했다. 이 같은 경험을 살려 1999년 인체진단용 시약 기업 에스디(현 한국애보트진단)를 세웠다. 이어 4년 뒤 창업한 동물용 진단 기업 에이젠이 바이오노트 모태다.

팬데믹 이전까진 동물 진단 사업에서 입지를 다져 왔다. △개 인플루엔자H3N2 세계 최초 확인 △조류인플루엔자 항원 진단 키트 및 낙타 MERS-CoV 간이 진단 키트 세계 최초 상용화 △개 바베시아 항체 신속 진단 키트 및 아프리카돼지열병 간이 진단 키트 국내 최초 개발 등의 성과를 냈다. 연 매출도 2015년 200억원대에서 2019년 400억원대로 꾸준히 증가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폭풍 성장의 계기가 됐다. 주문이 몰리면서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인체용 진단 시약 생산이 시장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자 바이오노트도 팔을 거들었다. 바이오노트가 에스디바이오센서에 주요 제품의 원재료와 부재료를 공급하면 에스디바이오센서가 해당 반제품을 진단키트로 조립해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그 결과 2020년 연결 기준 매출이 전년보다 1479% 성장한 6315억원을 기록했다. 그해 영업이익은 558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88%에 달했다. 2021년의 경우 성장세는 주춤했지만, 연결 기준 매출 6224억원, 영업이익을 4701억원 올리며 호실적을 거뒀다. 이는 지난해 12월 증시 입성으로도 이어졌다.

하지만 성장의 일등공신이었던 코로나19 진단 부문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했다. 높은 에스디바이오센서 매출 의존도는 리스크 요인이기도 했다. 전체 매출에서 에스디바이오센서 매출 비중은 2020년과 2021년 각각 82%, 81%였다. 실제 엔데믹 전환으로 에스디바이오센서와 바이오노트 매출은 동시에 급전직하했다. 올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554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전환했다.


현재 바이오노트는 주력 사업인 동물 사업을 확장하면서 에스디바이오 매출 의존도를 낮추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현지 유통사와 협업하거나 학회 등에 활발하게 참여하며 기존 제품의 해외 판로를 개척하는 모습이다. 항체 신약 개발 기업 상트네어바이오사이언스에 투자, 동물용 항체 신약 개발에도 나섰다. 이로써 에스디바이오센서 거래 비중을 지난해 57%→상반기 20%까지 끌어내린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바이오노트 관계자는 "미국 시장 진입 확대, 바이오콘텐츠 포트폴리오 확대, 동물 진단 포트폴리오 확대 등을 중심 전략으로 삼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 중"이라며 "유바이오로직스와는 백신 사업, 상트네어는 동물용 항체치료제 사업과 관련해 협업하고 있다"고 했다.

◇바이오노트, 계열 핵심 등극…오너 지배력 강화 '눈길'

이런 상황에서 바이오노트가 최근 에스디바이오센서 최대주주로 올라선 점이 눈길을 끈다. 에스디바이오센서가 미국 체외진단 업체 메리디언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하며 발생한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7월 말 2280억원 규모로 진행한 유상증자에 바이오노트가 참여하면서다. 바이오노트는 총 사실상 물량 대부분인 2260억원어치(발행주식 2000만주·발행가 1만1390원)를 출자했다.

유상증자 직전 6월 말 기준 조 의장은 계열 핵심 3대 기업인 SDB인베스트먼트(100%), 바이오노트(49.78%), 에스디바이오센서(31.2%)의 최대주주였다. 여기에 SDB인베스트먼트가 바이오노트 지분 13.09%, 에스디바이오센서 지분 3.05%를 가진 구조였다. 또 바이오노트가 에스디바이오센서 지분 23.6%를 보유 중이었다.

이번 유상증자로 에스디바이오센서에 대한 바이오노트 지분율은 35.76%로 확대됐다. 반면 조 의장 지분율은 26.2%로 축소됐다. 결과적으로 바이오노트가 조 의장을 제치고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에스디바이오센서를 엎고 성장했고 현재는 의존도 줄이기에 한창인 바이오노트가 계열 지배구조의 '핵'으로 부상한 셈이다.

조 의장은 SDB인베스트먼트를 통해 계열 지배력을 한층 강화하는 모습이다. 유상증자 시점에 맞춰 SDB인베스트먼트는 7월 10일부터 12차례에 걸쳐 바이오노트 지분 87억6445만원가량을 매입, 8월 4일 기준 지분율을 15.23%까지 끌어올렸다.


조 의장 장녀 조혜임 에스디바이오센서 전무가 지난달 바이오노트 주식을 추가 매입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조 전무의 바이오노트 지분율은 6월 말 1.57%에서 8월 4일 기준 1.70%로 소폭 높아졌다.

그의 주식 매수는 바이오노트 상장 후 처음 진행됐다는 점, 바이오노트의 계열 내 입지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승계 무게추가 조 전무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간 조 전무의 동생 조용기 바이오노트 이사와 동등하게 바이오노트 지분 1.57%씩을 보유하다가 이번 주식 매입으로 조 이사 지분율을 앞지르게 됐다.

조 전무는 에스디바이오센서 상장 전 2020년 이사 직급을 단 이후 2021년 상무, 2022년 전무로 초고속 승진한 인물이다. 글로벌사업전략실 소속으로 해외시장 확장 전략 전면에 나서고 있다. 바이오노트에서 진단시약본부 S&M 국내영업본부를 총괄하고 있지만, 대외 활동엔 적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조 이사와 비교되는 행보다. 특히 조 전무는 자녀 중 유일하게 에스디바이오센서 주식(0.1%)을 확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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