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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비하이인베스트먼트]'은행 IB 10년' 김판석 부대표, 안정 지향 스페셜리스트산업계 경력 살린 소부장 투자 강점, 농식품·IBKC 펀드 대펀

이기정 기자공개 2023-10-05 08:08:57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6일 12: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비하이인베스트먼트는 딥테크 투자에 대한 전문성을 갖고 있는 벤처캐피탈(VC)이다. 2017년 유한책임회사(LLC)형 VC로 설립 후 임팩트 및 지방기업 투자로 경쟁력을 쌓아왔다. 이후 2020년부터 ICT, 물류, 모빌리티 등으로 투자 섹터를 확장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남정석 대표와 김중완 대표가 회사를 공동으로 이끌고 있다. 둘 다 심사역 출신으로 VC업계 잔뼈가 굵지만, 경영을 병행하고 있어 투자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했다. 비하이인베스트먼트가 김판석 부대표(사진)에게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낸 배경이다.

김 부대표는 엔지니어로 시작해 은행 IB 본부를 거친 이력이 돋보이는 심사역이다.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에 투자를 지향하고 안정적인 운용 전략을 펼치는 비하이인베스트먼트에 딱 맞는 인재다. 이직 3년차를 맞이한 김 부대표는 비하이인베스트먼트에서 딥테크 투자를 이끄는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성장 스토리 : LS전선 출신 엔지니어, 벤처캐피탈리스트 꿈을 꾸다

1975년생인 김 부대표는 서울대 재료공학부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후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에서 MBA(경영학석사)를 수료했다. 전공을 살려 LS전선(당시 LG전선) 중앙연구소에 입사해 FCCL(연성동박적층필름), 커넥터 등 전자부품의 연구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우연한 계기로 투자업계에 관심을 갖게됐다. 연구소 선배가 해외사업 인수를 위한 TF에 차출되는 모습을 보고 기술전략과 기획에 매력을 느꼈다. 그러던 중 IBK기업은행에서 IB 전문인력을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을 결심했다.

김 부대표는 "대학 진학 당시만해도 벤처캐피탈이 무엇인지 몰랐다"며 "금융권으로 이직을 준비하던 시기에도 VC 입사를 목표로 두지는 않았다"고 회상했다.

2008년 기업은행에 입사한 김 부대표는 1년간 지점에서 근무했다. 이후 IB 본부로 자리를 옮겨 미들·백오피스 업무를 담당했다. 기업은행 IB 본부는 벤처투자 외에도 인수금융, 구조화금융, PF(프로젝트파이낸싱) 등 다양한 투자를 진행하는 곳이다.

김 부대표는 2012년 투자팀으로 이동하면서 본격적인 투자 활동에 나섰다. 당시는 국책은행의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역할이 강조되던 시기였다. 김 부대표는 이러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투자기법을 체득할 수 있었다.

그는 기업은행에서 1100억원 규모의 직접투자를 진행했다. 세경하이테크와 자람테크놀러지, 비에이치, 엑시콘 등이 투자한 기업 목록이다. 이 과정을 통해 기업의 투자부터 사후관리까지 폭 넓은 경험을 쌓았다.

VC와 접점이 생기게 된 시작점은 기업은행이 LP(출자자)로 나선 성장사다리펀드의 담당자로 참여하면서부터다. 본격적으로 VC에 뛰어든 건 2018년이다. 인터밸류파트너스 이사로 합류해 시리즈A 이전의 초기 라운드 스타트업 투자를 주로 담당했다. 이어 2021년 비하이인베스트먼트 부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VC로 이직한 이유는 투자영역 외연을 확장하기 싶었기 때문"이라며 "은행에서 근무하던 시기에는 초기 투자에 나서기에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밸류파트너스 재직 시에는 초기 투자를, 비하이인베스트먼트 이직 후에는 중·후기 영역까지 투자 영역을 확대했다"고 강조했다.

◇투자철학 : 고정관념·선입견 경계, 리스크 관리 철저

김 부대표는 투자 검토에 나설 때 '무지'를 강조한다. 직접 만나 스타트업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이전에 생기는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을 경계하기 위함이다.

그는 "산업계를 떠난지 15년이 넘은 상황에서 기존에 가진 잣대를 가지고 스타트업을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대신 더 많은 자료를 검토하려고 노력하고, 스타트업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대표가 선호하는 스타트업은 솔직함을 갖춘 곳이다. 검토 과정에서 숨기는 것이 없는 회사일수록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그는 또 스타트업이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면 평소 쌓아왔던 신뢰 관계가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김 부대표의 투자 철학에는 그간의 경험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엔지니어 출신답게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을 선호한다. 성향적으로는 위험성이 높은 투자보다 안정적인 투자를 집행하는 편이다. 타인의 자금을 받아 운용하는 만큼 리스크 관리에 철저해야 한다는 신조다

김 부대표는 "심사역 개인이 스타가 되는 것에 집중하면 리스크 관리에 소홀해 질 수 있다"며 "LP들에게 기본 수익률을 보장하면서도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투자실적을 제공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랙레코드1 : 바이오·제조업 결합 '센트럴바이오', 둥지 옮겨가며 투자 지속

CRO(비임상시험수탁기관)인 센트럴바이오는 김 부대표가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포트폴리오다. 2017년으로 첫 만남 이후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첫 투자는 2018년 인터밸류파트너스에서 진행했다. 비하이인베스트먼트에서도 지난해 후속 투자에 나섰다. 총 투자액은 130억원 수준이다. 그는 "은행권에서 근무하던 시절부터 회사의 성장성에 대해 관심이 많았지만 직접 투자에 나서지는 못했다"며 "3번 직장을 옮기면서도 꾸준하게 모니터링을 이어가고 있는 스타트업"이라고 말했다.

오랜 시간 지켜봤기 때문에 센트럴바이오에 대한 신뢰도 상당한 편이다. 특히 2016년 설립 초기부터 계획했던 사업들이 착실하게 실행되는 모습에 팔로우온 투자를 결심했다. 김 부대표는 이르면 내년 센트럴바이오의 엑시트에 나설 계획이다.

그는 "CRO 수요는 전방산업의 발전에 따라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특히 센트럴바이오 경영진은 제약·바이오 뿐 아니라 화학물질 부문에도 전문성과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 경쟁사 대비 차별화 포인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CRO 기업은 전문지식과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전문적인 시험 수행을 위한 설비가 매우 중요해 제조업과 같이 장치산업의 성격도 지니고 있다"며 "기대했던 대로 최근 수주가 빠르게 증가하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랙레코드2 : 성장사다리펀드 'LP' 경험, 기업은행 기술투자프로그램 정립

기업은행에서의 활동도 김 부대표의 대표적인 트랙레코드다. 2012년 조성을 시작한 성장사다리펀드의 기업은행 실무 담당자로 참여해 첫 민간 모펀드 탄생에 기여했다. 그는 퇴사 직전까지 성장사다리펀드를 담당해왔다.

김 부대표는 "성장사다리펀드 성과가 좋아 많은 자펀드가 탄생할 수 있었다"며 "당시 촉망받던 스타트업 중 성장사다리펀드의 투자를 받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또 "성장사다리펀드 외에도 5번 정도 블라인드펀드 LP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김 부대표는 기업은행에서 '기술투자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한 주인공이다. 투자용 기술평가에 신용평가시스템을 함께 반영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고, 우수 기술기업에 대한 투자 프로세스 정립을 주도했다.

김 부대표는 "과거 은행의 투자 규모가 크지 않을 때는 은행이 신용평가시스템을 준용하는 것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며 "다만 투자의 중요성이 커지고 규모가 커질수록 여신 중심의 신용평가시스템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마침 정부 주도로 투자용 기술평가가 새롭게 시작돼 참여하게 됐다"며 "당시 경험으로 많은 우수 기업들을 발굴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은행의 투자 성과 역시 크게 증가해 업계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 : 소프트웨어·하드웨어 갖춘 스타트업 발굴, 내실 갖춘 하우스 도약

김 부대표는 그동안 소재·부품·장비 기업 투자를 주로 진행해왔다. VC로 둥지를 옮긴 후부터 다양한 업종의 스타트업으로 시야를 넓혀가고 있다. 산업계에서 나온 지 시간이 상당히 흘렀기 때문에 소부장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그는 '비하이농식품마이크로투자조합'과 'IBKC비하이벤처1호조합'의 대표펀드매니저를 맡고 있다. 김중완 대표가 대펀으로 있는 '비하이스마트지역혁신투자조합'의 핵심운용인력이기도 하다.

단기적으로 투자 집행이 필요한 펀드는 농식품마이크로 펀드와 스마트지역혁신 펀드다. 각 펀드별로 3~4개 정도의 추가 투자 기업을 발굴하는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단순한 서비스보다는 자체 기술력을 사업화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찾고 있다.

그는 "최근 소프트웨어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지만 하드웨어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기업들을 선별하고 있다"며 "다만 하이테크 기술력을 보유한 곳만을 찾는다는 의미는 아니고, 기술력을 토대로 사업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곳을 주의깊게 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자로서는 심사역 역할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김 부대표는 "비하이인베스트먼트가 규모가 큰 회사는 아니지만 내부 역량은 결코 작지 않다는 평가를 받기를 희망한다"며 "운용중인 펀드 성공을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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