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9월 27일 08시2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3년 전 전기차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사업 진출 여부에 대해 물어보면 국내 이차전지 업계 관계자들을 하나같이 이렇게 답했다. "굳이 왜 만들어야 하나요."이야기인즉슨 이랬다. LFP 배터리 자체가 최신 기술개발 트렌드와는 거리가 멀다. 에너지 밀도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무겁고 저온에서 주행할 경우 성능 저하가 심각해 전기차용으로는 맞지 않다는 설명이었다.
당시 국내 기업들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니켈을 기반으로 하는 삼원계(혹은 사원계) 배터리 제조에 강점을 보였다. 삼원계 배터리는 LFP 배터리보다 더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보다 성능이 좋은 삼원계 배터리를 개발하는데 모든 역량을 쏟으며 경쟁했다. 니켈 함량을 80%에서 80% 중반대, 여기에서 나아가 90%까지 늘리며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 위해 골몰했다.
상위 제품에서 초격차를 만들고 있었던 만큼 LFP 배터리로 역행할 이유를 찾지 못했던 셈이다. LFP 배터리 제조 기술 자체가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는 점도 이런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한몫했다. 언제든 손쉽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여겼던 것 같다.
고성능 제품의 성능을 더욱 강화하는 데 집중해 온 우리나라 이차전지 업체들의 기술개발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는 일은 굉장히 중요하다. 성능이 좋은 하이엔드 제품은 수익성은 물론 브랜드 가치를 높여주는 역할까지 한다. 하지만 중저가형 제품 개발에 지나치게 낮은 우선순위를 두지는 않았는지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전기차 사업의 핵심이 결국 원가의 40%에 달하는 배터리 가격의 절감에 달려있다는 점은 업계에서도 익히 알고 있던 사안이다. 원가절감을 위해 전기차에 LFP 배터리를 채택하겠다고 밝히는 완성차 업체들의 숫자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결국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전기차용 LFP 배터리 사업 진출 계획을 공식화했지만 현재 발표된 가장 빠른 양산 시점은 2025년이다.
물론 전기차 시대는 본격적으로 개막하지도 않았다. 지금의 상황을 가지고 평가를 내리는 것 자체가 섣부른 일일 수 있다. 시장이 급변하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다만 LFP 배터리에 대한 고객사들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 점 자체에 대해서는 생각해볼만 하다. 낮은 가격으로 시장을 파고드는 '로엔드(low-end) 파괴형 혁신'도 혁신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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