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9월 25일 07시3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2023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9월19일 타결했다. 이 소식을 알리는 기사들에는 하나같이 '2019년부터 5년 연속 무분규 타결'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HD현대중공업 노사는 올해 임금교섭을 9월7일 타결했다. 이 소식을 전한 기사들에는 '2013년 이후 가장 빠른 타결'이라며 '2014~2022년에는 해마다 연말이 되거나 해를 넘겨 교섭을 마무리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두 거대 제조기업의 교섭 타결이 무분규와 속도로 각각 포장된 것은 해마다 반복되는 노사 교섭에서 잡음이 발생할 때마다 기업이 느껴야 했던 부담감을 반증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노조에게도 마찬가지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노조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앞에 '귀족' 두 글자를 함께 떠올리는 것이 현실이다.
산업현장에 로봇의 도입이 점차 늘고 있지만 완전한 자동화는 갈 길이 너무나 멀다. 아직 제조업의 기반은 사람인 만큼 노동력의 가치를 과도하게 내려쳐서는 안 될 일이다. 다만 과도하게 올려치는 것도 위험하다. 기업은 미래를 위한 투자를 통해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하지만 이익의 파이는 크기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인기 E-스포츠 종목 리그 오브 레전드를 통해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정신)가 유행어로 떠올랐다. 다만 중꺾마 이전에 '줄 건 줘'가 있었다. 첨예한 대립구도에서 100% 완벽한 승리는 있을 수 없는 만큼 상대에 내줘야 할 것은 내주며 더 큰 이득을 챙겨야 한다는 의미다.
현대차와 HD현대중공업 노사의 올해 교섭은 상호 이득의 파이를 키우기 위한 노사 양측의 '줄 건 줘' 정신이 모범적으로 나타난 형태의 교섭의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양사 교섭에는 임금 관련 내용뿐만 아니라 신규 직원의 채용과 관련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미래를 위해 젊은 피의 수혈이 필요하다는 기업의 요구에 노조도 자기 밥그릇만 챙기지 않는 방식으로 합의를 이끌어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상대를 이겨야 하는 게임이다. 그런 게임에서도 줄 건 준다. 하물며 상생을 전제해야 하는 노사 교섭에서 줄 것을 주지 않는다면 파이를 키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글로벌시장에서 현대차의 위상이 높아지고 HD현대중공업의 수주잔고에 고수익 선박이 쌓여가고 있지만 노사의 합심 없이는 이런 재료를 맛난 파이로 구워낼 수 없음은 당연지사다.
아직 노사 교섭이 타결되지 못한 제조업 현장들도 있다. 이들도 줄 건 주는 정신에 대해 한번쯤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산업계에는 포스트 코로나19의 기회 요인과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위기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 기회 요인을 극대화해 위기 요인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역량을 집중해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내가 먹을 파이도 더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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