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9월 27일 08시3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대표 가치주 하우스 신영자산운용이 최근 쓴맛을 봤다. 이달 초 약 3000억원 가까운 일임 자금이 뭉터기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오래 전부터 국내주식형 섹터에서 일임 자금을 맡겨온 국민연금이 위탁자금 회수 결정을 내렸다. 한때 5조원대를 넘나들었던 신영운용의 일임 잔고는 현재 200억원대로 쪼그라든 상태다.시장에 알려진 바로는 신영운용의 올해 단기 수익률이 벤치마크(BM) 대비 좋지 못했다고 한다. 수익이 났지만 BM을 밑돌면서 회수 결정이 내려졌다. 2차전지주를 포트폴리오에 담지 않았던 게 뼈아팠다. 에코프로, 포스코 그룹주, 금양 등을 필두로 2차전지 테마가 올초부터 시장을 지배하면서 지수를 끌어올릴 때 상승장에 올라타지 못했다.
사실 2차전지주는 올해 내내 전망이 극명하게 엇갈렸던 종목이다. 이미 1~2월부터 펀더멘탈 대비로는 주가가 고점을 찍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상승세를 거듭하면서 모든 분석과 예측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언제 어디서 꺾일지 판단이 불가능해지면서 5월 이후 약 3개월간 에코프로에 관한 증권사 리포트는 아예 자취를 감추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테마에 편승하지 않는 투자 전략을 실력과 연관지을 수 있을까. 올 상반기와 같은 장에서는 밸류에이션과는 상관없이 끝까지 들고 있었던 매니저가 더 수익을 냈다. 숏을 쳐서 손해를 봤지만 늦게나마 추가 매수해 수익을 회복했다는 하우스도 있었다. 결국 이성적 판단과 냉철한 전략은 시장의 광기에 완전히 압도당했다고 볼 수 있다.
펀드 매니저를 평가하는 첫 번째 지표가 수익률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1년간의 단기 수익률이 뛰어나다는 것만으로 매니저의 실력을 가늠하는 것은 무리다. 시장이 매년 달라지기에 올해 벌었더라도 내년에는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매년 맞는 예측을 수십년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핵심은 분석에 기반한 투자다. 근거가 있는 투자를 해야 과도하게 잃거나 버는 일 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다. 근거 없는 매매는 결국 투기밖에 되지 않는다. 가치투자 매니저라면 철저한 분석을 통해 해당 기업의 본질 가치가 얼마인지 평가하고 그에 비해 주가가 싼지 비싼지를 판단해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이러한 기준에선 2차전지가 올 상반기부터 이미 비쌌다는 신영운용의 분석은 틀리지 않았다.
유연성이 없었다고 지적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실력이 없었다고 할 수 있을까. 연금처럼 투자 기간이 긴 자금일수록 더 중요한 건 투자 원칙과 변동성 관리다. 단기적인 수익률과 성과에 집중하기 보다는 나름대로의 운용 철학과 전략을 가지고 흔들림 없이 고객의 돈을 지켜주는 운용사가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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