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이낸스 2023]“철저한 사명감으로 KB 글로벌 성공시대 연다”(4)이우열 KB부코핀은행장 “옛 영광 재현 넘어 새로운 시장 지배자 될 것"
자카르타(인도네시아)=고설봉 기자공개 2023-10-17 07:12:53
[편집자주]
국내 금융사의 해외사업 전략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경영 트랜드도 크게 변화하는 모습이다. 은행과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해외시장에 이식해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 각 지역별로 책임자를 세워 권한을 부여하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급변하는 상황에 맞춰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다. 더벨은 전략의 진화를 모색하고 있는 우리 금융사들의 해외사업을 집중 조명한다. 글로벌 확장을 시도하는 금융사들의 해외 사업장을 둘러보고 글로벌 전략과 경영 노하우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05일 11: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우열 KB부코핀은행장(사진)은 과거와 완전히 단절한 새로운 은행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몇시간 동안 그는 KB부코핀은행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설명했다. 경영전략을 설명하는 순간 그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화이트보드 앞에 섰다. 그의 손끝에서 펼쳐진 도표에는 각종 통계와 수치가 질서정연하게 나열됐다.원고도 없이 칠판 앞에선 이 행장은 보드마카를 들고 연신 경영 현안과 미래 성장전략을 써 내려 갔다. 숨쉴 틈도 없이 다양한 수치와 현황들을 설명하는 그의 모습에서 열정과 헌신이 엿보였다. 2022년 5월 취임 뒤 1년 2개월이 지난 시점에 만난 이 행장은 KB부코핀은행에 완전히 몰입해 있었다.
이우열 은행장은 “작년 5월 취임 전후 인도네시아 은행업과 KB부코핀은행의 현황 및 앞으로의 전략에 대해 BOD(Board of Directors)와 BOC(Board of Commissioners) 등 내부인사 및 외부 인사들과 수많은 토론과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수차례 거듭된 고민과 회의 끝에 이 행장은 몇가지 경영 전략의 대원칙을 세웠다. 그는 “은행 기본의 재건, 과거의 영광 재현, 인도네시아 혁신산업 지원을 KB부코핀은행의 미래전략 방향으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단순하게 표현된 3대 경영전략이 탄생하기까지 수많은 조사와 분석, 회의가 이어졌다. 이 행장의 집무실 책상 옆에는 검은색 철재 선반이 서 있다. 각 줄별로 A4 용지 다섯 장을 옆으로 나열할 수 있다. 선반 한 개당 8줄이니 총 40개의 서류를 늘어 놓을 수 있다. 이 행장은 매일 이 선반과 책상을 오가며 각종 서류를 검토하고 결재하고 전략을 수립한 뒤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결재를 마친 서류는 다시 그 옆을 따라 길게 늘어선 은색 철재 선반에 보관된다. 사무실 깊숙한 곳까지 이어진 은색 선반은 대략 십여개에 달한다. 그간 이 행장이 KB부코핀은행의 정상화를 위해 들인 시간과 노력이 빼곡하게 쌓여 미래를 향한 단단한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행장 취임 후 1년 2개월이 지난 시점의 KB부코핀은행은 이미 과거와 단절해 있었다. KB부코핀은행은 올 6월 월간 흑자를 달성하며 경영 정상화의 문을 열었다. KB금융이 제시한 연간 영업흑자 데드라인은 2025년이다. 이 행장은 이 보다 더 빨리 KB부코핀은행을 흑자은행으로 돌려 놓겠다고 다짐했다.
이 행장은 “단기적으로는 그동안 관리되지 못해 상대적으로 열위한 IT시스템과 은행의 프로세스를 재건하는 ‘SHINE 프로젝트’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은행으로 재정비할 것”이라며 “2024년 말까지 ‘기본을 재건‘하고 동시에 한국에서 인니에 진출한 대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행장의 중장기 목표는 KB부코핀은행의 과거 영광 재건이다. 그는 “KB부코핀은행이 과거 인도네시아 10대 은행으로 명성을 떨칠 당시의 주고객 층이었던 SOE(State-Owned Enterprise, 정부소유기업)를 다시 고객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중장기적으로 기술 발전으로 인해 형성되는 새로운 생태계를 먼저 고민하고 시장 형성에 참여해 인도네시아와 현지 국민의 발전을 위한 산업의 발전에 KB부코핀은행이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는 동시에 국가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행장의 경영 비전은 단순히 구호에만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경영 비전은 철저한 조사와 연구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반에 쌓인 수많은 자료들을 바탕으로 여러 의사결정 기구와 협의가 모여 잘 정돈된 경영전략에 따라 구상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 행장이 주목하는 부분은 인도네시아 시장의 특성이다. 인도네시아 시장은 역사적으로 성장률과 수익률이 높은 곳이다. 그만큼 현재 과거 부실만 잘 걷어낸다면 향후 고속성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행장은 “이미 부코핀은행의 과거 성과에서 높은 성장률과 수익성을 자랑하는 시장임을 보여준 바 있다”며 “경제 성장 가능성과 낮은 은행 침투율을 고려하면 앞으로의 기회 또한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 과정은 치열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는 대형은행(BCA, MANDIRI, BRI 등) 및 중형은행, 인터넷 은행 등 다양한 은행들이 영업을 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또 디지털 기술(모바일뱅킹 등) 및 상품 또한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어 금융소비자들의 수준이 매우 높다. 그만큼 은행에 요구하는 사항도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다.
더불어 인도네시아 금융 당국의 규제도 강하다. 이 행장은 “인도네시아에서 금융업, 특히 은행업을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것이 OJK와 BI 등 금융 당국과의 소통과 협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을 극복할 이 행장만의 전략과 노하우도 충분하다. 이 행장은 한국에서 오랫동안 전략과 조직관리 등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이다. 그는 KB금융그룹 최고전략책임자(CSO)와 최고인사책임자(CHO)를 지냈다. 또 KB국민은행 IT그룹 대표 등을 역임하면서 차세대은행시스템(NGBS)을 도입해 업무 효율을 높인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 행장은 “모든 일의 기초는 기본이며, 기본을 잘 지키고 일관되게 밀고 나가면 못할 일은 없다”며 “OJK와 소통하는 것이 까다롭다고 보는 시각이 있긴 하나 적극적인 의사소통과 상호 ‘WinWin’ 커뮤니케이션으로 오히려 좋은 결과를 보인 적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매년 은행의 경영목표를 OJK와 소통하고 그 결과를 평가받게 되는데 평가의 결과에 따라 은행이 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가 달라지는 등 영향력이 지대하다”며 “연중 계속해서 OJK와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감독 당국에서 요구하는 바와 은행의 경영방향을 잘 맞추어 나가는 것이 은행의 지속 성장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이 행장은 “은행업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 그 핵심은 IT이고, 우리는 IT에 있어 현지 은행들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라며 “단순히 은행업의 재건을 뛰어 넘어 KB부코핀이란 플랫폼을 통해 고객 접점을 넒힐 수 있는 영업활동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궁극적으로 이 행장이 KB부코핀은행을 통해 이루고 싶은 비전은 KB금융의 글로벌 성공시대를 열어 나가는 것이다. KB금융은 국내 1등 금융지주로 발돋움했지만 유독 해외사업에선 경쟁사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단기적으로 이 행장은 KB금융 해외사업 순이익 증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국내 순이익을 뛰어넘는 것이 목표다.
이 행장은 “단순히 KB부코핀은행을 경영 정상화 하는 단계를 넘어 KB금융의 글로벌 신 성공시대를 열어가는 핵심 법인으로 KB부코핀은행을 만들겠다”며 “어는 순간에는 한국 모행보다 더 많은 순이익을 기록하는 글로벌 핵심 근거지로 육성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 MNC솔루션 고속성장, 'K-방산' 피어그룹 압도
- [DB금투 밸류업 점검]"PIB로 '투자 플랫폼' 기업 도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