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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직 64년 '현역임원' 강신호 떠난 동아쏘시오그룹은 제약 원로 중에서도 '맏어른', 상근 명예회장…강정석 회장 경영복귀 시동

최은진 기자공개 2023-10-05 13:48:36

이 기사는 2023년 10월 04일 0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재직기간 64년. 동아쏘시오그룹에 있어 고(故) 강신호 명예회장(사진)이 단순 오너 2세라는 타이틀보다 더 무게가 실렸던 건 그의 오랜 업력 때문이다. 그룹서는 물론 업계, 더 나아가 재계서도 손꼽히는 '원로 경영인'이라는 데 있어 '구심점' 역할이 됐다.

표면적으로 그가 경영서 손을 뗀 이후에도 동아쏘시오홀딩스의 현역 임원으로 활약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그룹 내 오너 구심점이 사라진 상황에서 후계자인 강정석 회장의 경영활동을 막던 법적규제가 사라졌다. 강 명예회장의 역할을 강정석 회장이 대체할 지 여부가 관심사다.

◇제약 넘어 재계서도 손꼽히던 '경영인', 제약 부동의 1위 도약

고(故) 강정석 동아쏘시오그룹 명예회장
강 명예회장이 3일 새벽 향년 96세로 타계했다.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1927년생인 그는 제약업계 원로모임이던 '팔진회'에서도 가장 맏어른이었을 정도로 상징적인 인물로 추앙됐다. 재계로 넓혀보더라도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을 역임했을 정도로 업권을 넘어선 영향력 있는 경영진으로 꼽혔다.

그도 그럴 것이 강 명예회장은 당시 동아제약을 업계 1위로 올려놓은 건 물론 업계선 생소하던 신약연구소를 설립해 새로운 활로를 뚫었다. 그가 대표이사에 오를 당시 140억원 안팎에 불과하던 매출은 현재 2조원대로 성장했다. 제약업계 부동의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시장을 만들어나간 주역이 됐다.

좁게는 제약업계, 넓게는 재계서도 존경받던 그는 공식적으로는 2017년 경영에서 손을 뗐다. 그러나 그 이전인 2007년 당시 핵심 계열사인 동아제약의 대표이사에서 내려오고 후계자로 낙점한 4남 강정석 당시 부사장에게 대표이사직을 물려줬다. 그는 회장으로 상근 미등기임원으로만 남았다. 그리고 10년 뒤 강정석 부사장이 회장이 된 2017년 명예회장직으로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난다는 선언을 했다.


그럼에도 동아쏘시오그룹에서 강 명예회장의 영향력은 여전했다. 경영에서 물러난 뒤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는 그룹의 최정점인 지주사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상근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했다. 1959년 입사한 그는 재직기간 64년을 꽉 채웠다.

고령으로 직접 경영현장을 뛰진 못하지만 노련한 경영역량을 기반으로 중요 의사결정 순간에 조언을 하거나 지지를 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전해진다. 2018년까지 13억원의 급여를 수령한 것으로 공시된 것도 그의 역할을 가늠하게 해준다.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임원급여 테이블에 따라 '명예회장' 직급 및 '근속기간'을 고려해 급여를 산정했다.

◇강정석 회장 복귀 명분·조건 충분, 전문경영인 체제는 유지

동아쏘시오그룹의 '최장수 직원'이던 그가 떠나면서 경영 리더십도 다소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우선 후계자 자리를 물려줬던 강정석 회장의 거취가 주목된다. 그는 현재 사실상 경영에서 손을 뗀 상태이기 때문이다.
강정석 동아쏘시오그룹 회장
강정석 회장(사진)은 불법 리베이트 등의 혐의로 2017년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받고 2020년 출소했지만 5년 취업 제한 규정에 걸렸다. 다만 8월 광복절 특사로 복권 조치를 받으며 경영 활동엔 일단 제한이 풀린 상태다.

그는 출소 후 대외활동을 하지 않고 공식적으로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 상근 미등기임원으로도 등재하지 못한 상태다. 그룹서 필요한 오너 역할을 공식적으로는 강 명예회장이 해왔던 셈이다.

모든 경영활동은 전문경영인들에 맡겼다. 강정석 회장의 역할은 정재훈 동아쏘시오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이 대신하는 형태였다.

그룹 내 구심점이 돼 주던 오너 강 명예회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강정석 회장은 경영복귀 제한의 법적규제가 사라졌다. 강정석 회장이 복귀를 해야 할 명분도 조건도 갖춰진 상황이라는데 주목할만하다.

특히 동아쏘시오그룹은 현재 과거의 영광을 재건하기 위한 도약을 준비 중이다. 신약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박재홍 동아에스티 사장 등을 영입하며 리더십도 재편했다. 다른 한축으로는 원료의약품 CMO(위탁생산) 사업자인 에스티팜의 활약도 기대되고 있다. 더 판을 키우기 위한 강력한 리더십이 절실한 시점에 놓였다.

하지만 현재 구축된 전문경영인 체제가 흔들릴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ESG경영을 강화하고 그룹 문화를 선진화 하기 위해 전문경영인 체제 및 이사회 중심 의사결정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존경받는 기업으로의 이미지를 재건하는 전략 상 현 구도가 쉽게 변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완전한 경영복귀보다는 강 명예회장이 재직하던 방식 그대로 강정석 회장이 이어받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공식적으로 동아쏘시오그룹은 강정석 회장의 '지속가능협의회 위원장(Chief Sustainability Officer·CSO)'으로 경영활동에 참여할 것으로 소통하고 있다. 일반적인 경영전략을 담당하는 게 아닌 지속가능성, 즉 ESG활동의 일환으로 경영상 한 부분의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강정석 회장이 공식적인 일정을 다니고 있기는 하지만 완전한 경영복귀를 점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등을 위해 선도하는 역할 정도의 공식직함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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