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인계열 저축은행, 강제 매각 가시화…행정소송 갈까 심사 절차 변경으로 인한 재산권 침해 등 다툼 여지 있어
이기욱 기자공개 2023-10-06 07:31:11
이 기사는 2023년 10월 05일 16: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매각 시나리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8월 금융위원회가 두 저축은행에 대주주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린지 약 한 달 만에 지분 매각 명령을 내렸다. 상상인그룹은 내년 4월까지 두 저축은행의 지분 대부분을 매각해야할 처지에 놓였다.업계의 관심은 상상인 측의 행정소송 제기 여부로 모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심사 절차 변경과 그로 인한 재산권 침해 등이 다툼의 소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상상인 측은 이와 관련해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대주주적격성 충족 명령 이후 한 달만에 지분 매각 명령
5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일 정례회의를 열고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지분 매각 명령을 의결했다. 지난 8월 30일 두 저축은행에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린지 약 한 달만이다.
두 저축은행의 대주주는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상상인이며 실질적인 소유주는 유준원 상상인 대표다. 유 대표는 상상인의 지분 23.44%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 주주다. 특수관계자 지분까지 더한 지분율은 32.19%다.
두 저축은행의 대주주적격성 이슈는 지난 2019년 처음 발생했다. 2019년 12월 당시 금융위는 불법 대출, 허위보고 등의 혐의로 유 대표에게 직무정지 3개월 중징계를 내렸고 유 대표는 저축은행 대주주 자격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저축은행법 시행령 제7조의 4 8항,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시행령 제7조 2항 등에 따르면 직무정지 징계를 받은 이는 향후 4년 동안 금융사의 임직원과 대주주가 될 수 없다.
유 대표는 이에 불복해 곧장 행정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가처분 이후 본 행정소송이 진행됐고 관련 징계 절차는 장기간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 5월 최종적으로 대법원이 금융위의 손을 들어줬고 절차가 3년 반 만에 재기 됐다.
지분매각 명령에 따르면 상상인은 6개월 내에 두 저축은행의 보유지분을 10% 이내로 남기고 모두 처분해야 한다. 상상인 측에서 아직 매각 의사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또 한 차례 행정소송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들이 제기되고 있다.
◇일반 절차보다 4개월 이상 앞당겨져…매각 협상에 피해
법정 다툼의 소지는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소송까지 진행될 경우 금융당국의 심사절차 변경과 그로 인한 재산권 침해 여부 등이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는 금융사 대주주적격성 심사 안건은 매년 12월에 의결해왔다. 하지만 이번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에 대해서만 이례적으로 8월말에 처리했다. 절차대로 12월에 처리할 경우 유 대표의 직무정지 징계 이후 4년의 시간이 지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대주주적격성 충족명령 이후 지분 매각 명령까지의 기간도 한 달로 매우 짧게 주어졌다. 과거 2020년 11월 고려저축은행의 경우 대주주적격성 충족 명령부터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지분 매각 명령까지 약 4개월의 기간이 주어졌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2019년말부터 상상인 측에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 만큼 상대적으로 빠르게 절차를 진행했다. 의결 시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상인 측에서는 결과와 별개로 절차 변경에 따른 재산권 침해 등을 주장할 수 있다. 4개월 이상 당겨진 매각 기한 등으로 인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입증하며 재판을 끌고 나갈 가능성이 있다. 매각 기한이 정해져 있고 그 기간이 짧을수록 매각 협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2021년 유진기업은 대주주적격성 문제로 유진저축은행을 처분하며 가격에 일부 손해를 봤다. KTB투자증권(현 다올투자증권)은 유진저축은행 지분 60.19%를 2003억원에 매입했다. 당시 자본총계(4297억원)와 인수 직전 배당액(700억원) 등을 고려한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9배 수준이다. 비슷한 시기 매각됐던 스마트저축은행(약 1.2배), 대한저축은행(약 1.4배)보다 낮은 수치다.
한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상상인 측은 대주주 적격성 상실 여부를 떠나 재산권 침해를 문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처분을 하더라도 기간이 원래대로 충분히 보장돼야 가격 요건, 원매자 물색 등에서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차후에 매각을 하더라도 행정소송 등을 통해 시간을 버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현재까지 상상인 측은 행정소송 제기 여부 등에 대해 전혀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두 저축은행의 매각시 인수 후보군으로는 J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금융지주사와 사모펀드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공식적인 움직임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이기욱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대웅제약, 막강한 '신약효과'의 명암 '개발비 손상 확대'
- [온코크로스 IPO In-depth]신약 한방 아닌 플랫폼 통한 성장, 이미 확보된 고객·매출
- 신풍제약, 매출 효자 '피라맥스' 임상 부담 끝 '수익성'도 개선
- '신약 관계사' 지배력 놓은 녹십자, 순이익 대폭 개선 효과
- [2024 이사회 평가]'기본'에 충실한 녹십자, 필요한 건 운영 선진화
- [2024 이사회 평가]'코스닥 대장주' 알테오젠, 시총 규모 걸맞은 체제 정비 과제
- [바이오 스톡 오해와 진실]"성공적 임상인데…" 에스바이오, 엇갈린 파킨슨 임상 해석
- [바이오텍 유증·메자닌 승부수]투자자 변심에도 조달액 지킨 에스바이오 "시장 신뢰 중요"
- 지씨셀의 본질 'CAR-NK', 임상철회에도 기댈 곳 '첨생법'
- [제약바이오 현장 in]지씨셀의 현재와 미래 '이뮨셀엘씨' 만드는 '용인 셀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