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이낸스 2023]"돌다리도 두드려볼 시기, 내실 경영으로 위기 대응"(8)김남수 신한캄보디아은행 법인장 "유일한 오가닉성장, 자부심 있어"
프놈펜(캄보디아)=이기욱 기자공개 2023-10-19 07:25:30
[편집자주]
국내 금융사의 해외사업 전략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경영 트랜드도 크게 변화하는 모습이다. 은행과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해외시장에 이식해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 각 지역별로 책임자를 세워 권한을 부여하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급변하는 상황에 맞춰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다. 더벨은 전략의 진화를 모색하고 있는 우리 금융사들의 해외사업을 집중 조명한다. 글로벌 확장을 시도하는 금융사들의 해외 사업장을 둘러보고 글로벌 전략과 경영 노하우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1일 13: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미 현지에서 기반이 잡혀 있는 은행을 인수하는 것이랑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신한캄보디아은행은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을 투입해 탄탄한 은행을 만들어 냈다"김남수 신한캄보디아은행장(사진)은 신한캄보디아은행의 오가닉 성장(Organic Growth, 내적성장)에 대한 자부심을 강하게 드러냈다. 한국계 캄보디아 은행들 중 유일하게 M&A 없이 자력으로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1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글로벌 금융위기 등 많은 시련을 겪었지만 굳건히 살아남았다.
현재 고금리발 위기가 또 다시 찾아왔다. 김 법인장은 당분간은 성장보다는 내실 경영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내부 시스템을 점검하며 다음 성장기를 위한 준비 작업을 착실히 진행할 방침이다.
◇수신·디지털 역량 강화 통한 '균형 성장' 추진
김 법인장은 글로벌보다는 조직 관리, 영업 등에 강점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1969년 출생으로 강릉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95년 신한은행에 입행한 이후 오랜 기간 영업점 생활을 했고 2010년 기업고객부 부부장에 선임됐다.
이후 경영관리팀부부장, HR팀 부부장 등을 거쳐 2016년 압구정금융센터 리테일 지점장으로 나왔다. 이듬해 광장동지점장을 역임했고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영동기업금융센터장을 지냈다. 2021년 2월 지금의 캄보디아법인장직을 맡게 됐다.
처음 캄보디아법인에 온 그는 이전과는 다른 '균형 성장' 전략을 구상했다. 영업과 조직 관리 등 다양한 분야를 두루 경험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기존 신한캄보디아은행은 수신은 모행을 비롯한 금융사 차입금에 대부분 의존했다. 은행업 라이선스를 갖고는 있었지만 대출전문 금융사와 비슷한 상황에 머물러 있었다.
김 법인장은 "당시만 해도 저금리 시대였고 차입금을 통해 조달을 해도 어느 정도 대출 마진을 남길 수 있었다"며 "다른 은행과 경쟁도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지속가능한 방향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대로 된 은행업을 하기 위해서는 보다 균형 잡힌 성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수신 확대와 그를 위한 디지털 전략 등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밝혔다.
김 법인장은 취임 이후 조직 개편을 통해 전략 부서와 디지털 부서들을 만들었다. 모바일플랫폼 쏠(SOL)도 두 차례나 업그레이드 했다. 2020년 SOL 1.0 출시 이후 지난해 2.0으로 업그레이드했으며 올해 상반기 3.0을 출시했다.
SOL 3.0에는 한국 수준의 보안 솔루션을 탑재했으며 공과금, 휴대폰 충전 등 생활 필수 금융 플랫폼 기능도 추가했다. TADA 이체서비스 등 디지털 제휴 강화를 통해 고객들의 편의성을 향상시켰다.
2020년말 1만2268명이었던 모바일뱅킹 유저는 이듬해말 1만7269명, 지난해말 2만3150명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5000만달러(약 670억원) 수준이었던 수신액도 현재 1억달러(약 1341억원) 규모로 늘어났다.
◇자본확충 했지만 공격적 영업 지양…10위권 도약 목표
올해 신한캄보디아은행의 주요 경영 전략은 내실 경영이다. 최근 수 년 동안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올해는 연체 및 리스크 관리에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애초에 신한캄보디아은행은 성장가도를 이어가기 위한 준비 작업에 한창이었다. 올해 1억달러(약 1341억원) 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늘리고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었다. 1억달러는 이전까지의 전체 투자금(7500만달러) 보다 많은 금액이다.
하지만 중국 경기 불황, 달러 강세 등으로 캄보디아 경제가 빠르게 악화됐고 연체율, 리스크 관리가 최대 이슈로 부각됐다. 당분간은 확충한 자본금을 공격적으로 사용하지 않을 예정이다.
김 법인장은 "해외법인 증자는 은행과 지주 등 많은 결정 과정을 거치게 된다"며 "최초로 증자를 계획할 당시와 증자가 이뤄진 시기 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1~2년 전만 해도 경기 상황이 좋았기 때문에 성장을 노려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말 그대로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야하는 시기"라며 "내부 시스템을 뒤 돌아보고 개선시키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미 리스크 관리를 위한 조치는 빠르게 시행했다. 우선 기존에 지점장에게 부여됐던 대출 승인 권한 금액을 대폭 줄였고 리스크가 높은 자동차담보대출(Car Loan)의 경우 소액이라도 본점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개인사업자 대출의 심사도 강화해 증명서 외 통장 거래 내역 등도 심사 프로세스에 포함시켰다.
김 법인장은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한 이후 신한캄보디아은행을 10위권 이내 은행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리스크관리에 힘을 쏟으면서도 지방 영업 확대, 기업 고객 유치 등 신규 시장 진출을 추진할 예정이다.
그는 "경기가 언제 회복될지 알 수 없지만 프놈펜 외 지방 점포 확대 등을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며 "한국과 거래하는 캄보디아 현지 기업 등 우량 기업 고객들을 발굴하는 등 노력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한캄보디아은행에 투자된 금액은 총 1억7500만달러로 M&A 등을 진행한 다른 은행들과 규모에서 큰 차이가 있다"며 "그럼에도 각자의 노력들로 10위권을 노려볼 수 있는 회사로 성장시킨 것에 모두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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