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이낸스 2023]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 시장 안착 완료…은행업 준비(7)인수 후 5년만에 자산 6배…업계 5위권 등극
프놈펜(캄보디아)=이기욱 기자공개 2023-10-19 07:27:27
[편집자주]
국내 금융사의 해외사업 전략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경영 트랜드도 크게 변화하는 모습이다. 은행과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해외시장에 이식해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 각 지역별로 책임자를 세워 권한을 부여하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급변하는 상황에 맞춰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다. 더벨은 전략의 진화를 모색하고 있는 우리 금융사들의 해외사업을 집중 조명한다. 글로벌 확장을 시도하는 금융사들의 해외 사업장을 둘러보고 글로벌 전략과 경영 노하우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3일 10: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는 캄보디아에 진출한 한국계 금융사 중 후발주자에 속한다. 모회사인 NH농협은행의 글로벌사업 자체가 경쟁사에 비해 늦게 진행됐다. 라이선스도 상업은행이 아닌 마이크로파이낸스사(MFI)로 사업 영역에 아직 제한이 있다.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는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출범 5년 만에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농협은행의 내부통제, IT 시스템 구축 등 노하우를 이식하며 매년 성장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다.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는 현재 캄보디아의 대내외 경기상황을 지켜보며 MDI사(저축은행) 인수, 은행업 전환 등 상급기관 진출을 추진할 방침이다.
◇NGO로 시작해 농촌 금융 지원…지역 기반 영업 유지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는 NGO 성격의 현지 MFI사 'Samic MFI'를 전신으로 한다. 농협은행은 지난 2018년 1월 이사회에서 인수 계획 안건을 의결했고 같은 해 3월 기존 주주들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6개월 후인 9월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를 공식 출범했다.
신한은행(2007년)과 KB국민은행(2009년), 우리은행(2014년)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은 시기에 캄보디아 시장에 진출했다. 농협은행 내에서는 미얀마법인(2016년)에 이어 두 번째 해외법인 출범이다. 현지 금융사 인수를 통한 진출 사례로는 최초다.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는 농협과 유사한 특성을 갖고 있었다. Samic MFI는 캄보디아 내 금융 소외 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으로 프놈펜 등 도시 지역 보다는 지방 지역에 주요 영업망을 보유하고 있다. 지방 지점을 통해 농업 종사자들에게 금융서비스를 주로 제공해왔다.
캄보디아 GDP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관광업과 부동산 개발업, 봉제업 등이다. 하지만 생산 인구 기준 최대 산업은 농업이다. 인구의 7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종사 인구 대비 낮은 GDP 특성상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의 주력 상품도 소액 대출이었다.
농협은행 인수 후에도 동일한 기조가 유지됐다. 리스크 관리, IT 부문 등 보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부문에는 농협은행의 시스템을 적용했지만 영업 부문은 지역 소도시, 현지 직원을 중심으로 운영했다. 현재까지 스몰론(Small Loan)이 대출 자산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농촌지역 저소득자 대출인 마이크로론(Micro Loan)이 8%, 중소자영업자 운전자금 지원 대출(SME Loan)이 8%를 차지하고 있다.
약 400명의 직원 중 대부분이 현지인으로 구성돼 있으며 한국 직원은 단 4명만이 파견 중이다. 전체 26개 지점 23개가 지방에 위치해 있고 프놈펜 지역에는 3개만이 설치돼 있다.
초기 시장 안착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는 수신 기능이 없는 캄보디아 MFI사 중 대출 자산 5위까지 성장했다. 2018년말 기준 221억원이었던 자산은 이듬해말 369억원으로 67% 증가했고 2020년말 699억원으로 더욱 늘어났다. 2021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804억원, 1280억원을 기록했다. 인수 당시 대비 6배 가량 증가했다. 다른 MFI들과 달리 은행이 모회사라는 점도 조달 측면에서 강점이 됐다.
순익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2018년 2억원 순손실을 기록한 이후 2019년 14억원 순익을 거두며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2020년 57.1% 늘어난 22억원을 시현했다. 2021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34억원, 39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MDI 인수 등 상급기관 진출 지속 검토…경제 상황 등 신중히 고려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의 다음 계획은 상급 기관 진출이다. 캄보디아 금융사는 MFI 외 MDI(저축은행), Specialized Bank(특수은행), Commercial Bank(상업은행) 등의 라이선스가 있다. MDI 라이선스를 획득할 경우 수신 업무를 수행할 수 있고 상업은행이 되면 외환, 신용카드업 등 모든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최종 목표는 상업은행이다. 농협은행 외 신한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현지 법인들은 모두 상업은행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는 지난 2020년 우선 MDI 도약을 위해 2000만달러(약 270억원) 증자를 실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말 캄보디아 금융당국이 MDI에 대한 새로운 라이선스를 발급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발표했고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현지 MDI를 인수하거나 상업은행으로 곧장 전환하는 방법 등이 남게 됐다.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는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열어 놓고 검토를 해나갈 방침이다. 다만 현재 캄보디아 경제 상황의 부진을 고려해 조금 더 신중하게 살펴보고 있다. 등기가 불확실한 토지들을 대상으로 대출이 주로 취급돼 상업은행들에 비해 리스크가 높은 편이다.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 관계자는 "과거 공산주의 정권의 지배를 거치며 지방 지역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 크게 희미해졌다"며 "등기가 완벽하게 이뤄진 토지인 '하드 타이틀'과 비공식적 소유가 인정되는 '소프트 타이틀'로 나눠지는데 법인 특성상 소프트타이틀 대출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프트타이틀은 한국으로 따지면 마을 이장이 실질적인 소유권을 인정해주는 방식"이라며 "법적 절차를 통한 회수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는 상업은행 전환을 위해 향후 프놈펜과 수도권 위주로 영업망을 강화할 방침이다. 지방 토지 담보가 아닌 고속득자를 대상으로 하는 하우징론(주택담보대출) 등으로 포트폴리오도 다양화하는 중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