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리더들의 시간]작심하고 쓴소리…존재감 여전한 조대식 SK수펙스 의장①파이낸셜스토리 '재정립' 촉구…'포스트 2인자'도 아직 안 보여
이호준 기자공개 2023-10-19 07:33:51
[편집자주]
올 한해 유난히 찬 바람이 거세게 불었던 SK, 그리고 그 집단의 정점엔 '임원'이 있다. 대기업의 '별'이라 불리는 임원의 세계는 기본적으로 회사의 생존 문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숫자로 평가되는 곳이다. 다만 때로는 성과보다는 기업이 어떻게 보이느냐가 중요해 '안정'과 '쇄신'이라는 휘황찬란한 구호가 결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경기 침체기의 한복판, SK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파이낸셜 스토리 수립은 물론 그룹의 안위를 책임지고 계획하는 SK 고위 임원들의 지난 시간을 더벨이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6일 13: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SK그룹의 위기를 언급하다가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이렇게 말한다. "파이낸셜 스토리 차원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냈다고 볼 수 없다.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파이낸셜 스토리가 필요하다".'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조 의장이다. 다만 예전엔 다그침이라고 하면 기존 방식의 사업을 독려하는 수준이거나 잔소리라 해도 현실에 안주하지 말자는 느낌이 강했지만, 이번 메시지는 강한 위기의식이 두드려졌다. 그만큼 요즘 'SK그룹 2인자' 조 의장에게는 지난 3년간의 파이낸셜스토리 전략이 영 성에 차지 않는 상황이다.
◇성과 없는 파이낸셜스토리 3년 차…혹독한 다그침으로 자극
그룹의 중대사를 수행해 왔던 조 의장이 지난해 4연임에 성공하고 가장 아프게 눈에 들어오는 것이 '기업가치 하락'이라면, 그는 쓴소리를 남길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그리고 이 평가의 기준이 되는 각 계열사의 경영 전략이 바로 '파이낸셜 스토리'다.
파이낸셜 스토리는 올해로 실행 3년 차다. 조 의장은 2021년을 실행 원년으로 삼고 당시 "성장 비전에 대한 스토리 제시만으로는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라며 "이해관계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파이낸셜 스토리를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조 의장이 올해 확대경영회의에서 파이낸셜 스토리를 통째로 바꾸자는 지적을 내놨다. 특히 '비즈니스 혁신'과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 '자산 효율화' 모두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고도 했다. 그룹의 상황을 겨냥한 그간의 발언 중에서 가장 혹독했다.
조 의장은 2년 전에도 확대경영회의 발언을 통해 '딥체인지(근본적 혁신)'가 "실질적 변화와 성과가 부족하다"고 했다. 다만 딥체인지가 파이낸셜 스토리의 '하위 버전' 격이었던 터라 곧이어 "파이낸셜 스토리가 제대로 수립되었는지 재차 점검하자"고 독려했다.
그러나 현재 SK그룹은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은 이차전지와 반도체 계열사 실적이 좋지 않아 대부분의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하고 있다. 파이낸셜 스토리 실행 3년 차에서도 성과가 손에 잡히지 않는 만큼 결국 조 의장이 직접 자극을 가했단 분석이 나온다.
◇여전히 탄탄한 입지‥'포스트 조대식' 안 보인다
물론 숫자 때문에 고민하는 회사가 SK그룹만은 아니다. 지난해 급격한 금리상승과 경기 위축을 겪으면서 국내 기업들의 자금사정은 대체로 나빠졌고 재무상태도 악화했다. 더욱이 파이낸셜스토리는 실적 외 '비재무적 기업가치'로도 평가를 받아야 한다.
다만 무엇보다도 눈길을 끄는 것은 '주가'다. 예컨대 이차전지 소재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SKC는 올해 10개월간 주가가 20만원대에서 7만원대로 떨어졌다. 이 기간 화학 자회사 SK피유코어를 매각하는 식의 승부수를 띄운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결과다. 다른 그룹 계열사(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22%)에 견줘서도 주가가 더 부진한 모습이라 파이낸셜스토리 경영 전략이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쓴소리와 대책 마련을 주도하면서 그룹 2인자로서의 존재감이 제대로 발휘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내부 평가다. 특히 SK㈜ 재무 담당 임원 등 주로 재무 부문에서 잔뼈가 굵었다 보니 그의 제안에 대한 신뢰성이 높고, 최태원 회장의 경영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인물이니 만큼 조 의장(사진)의 입만 바라보는 풍토가 자리 잡았다는 후문이다.
최장수 의장이지만 여전히 입지가 탄탄한 상황인 셈이다. 2016년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합의체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선임된 조 의장은 지난해 말 4연임에 성공했고, 임기는 내년까지다.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한 WE(World Expo) TF 장을 맡아 지원 유세도 병행하고 있다. 현재 경영전략 논의를 위해 프랑스 파리에서 CEO 세미나에 참석하고 있어 조 의장이 다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최대 관심사다.
재계 관계자는 "조 의장은 날카롭지만, 인사이트가 분명히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라며 "나이(63)도 많고 일도 오래 했지만 여전히 최 회장의 복심이라는 데 이견이 없고, 그의 존재감을 대신할 후보군도 아직 보이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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