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복 SC제일은행장 '속전속결' 4연임 결정, 배경은 금융당국 CEO 장기집권 지적 피했다…외국계 은행 배경으로 '최장수 CEO' 등극
김서영 기자공개 2023-10-17 08:14:46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6일 15: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C제일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차기 행장을 낙점한 데 걸린 시간은 단 4일이었다. 임추위는 이달 13일 오후 2시 본점 10층에서 회의를 개최하는 것으로 경영승계 절차를 시작했다. 최종 후보자 4인 가운데 박종복 행장이 '속전속결'로 단독 후보자로 꼽혔다.SC제일은행은 최고경영자(CEO) 후보자 관리는 상시적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지배구조 모범생으로 손꼽히는 KB금융그룹에서도 회장 후보자 풀(pool)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왔다. 차기 회장 선임 절차 시작부터 최종 후보자 선임까지 후보자 평가에 약 두 달의 시간이 소요됐다.
SC제일은행 임추위는 최종 후보자 4인에 대한 평가를 인터뷰나 면접이 아니라 '리뷰'로 표현한다. KB금융그룹이 숏리스트와 롱리스트에 오른 후보자에 대해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SC제일은행 차기 은행장 선임 절차가 이렇게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었던 배경이 무엇일까. 가장 먼저 박 행장이 외형 성장에 성공하면서 SC그룹과 임추위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얻었기 때문이다.
2015년 은행장에 처음 선임된 그는 임기 1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국내 상황에 맞는 재무 전략을 통해 실적을 꾸준히 개선하고 작년 말 기준 자기자본이익률(RoTE)이 11.5%를 달성하는 등 수익성 개선에 매진했다.
SC제일은행의 흑자 전환은 안정성이 높은 차주를 위주로 한 대출자산 포트폴리오를 획기적으로 개편했기 때문이다. 작년 말 원화대출금 총액은 44조9842억원으로 나타났다. 박 행장 취임 전인 2013년 말 25조4640억원에서 두 배가량 성장한 수치다. 같은 기간 대기업대출 증가율은 240.12%로 기업금융 부문에 주력하며 대기업들과 거래를 넓혀 우량자산 위주의 성장을 이뤘다.
여기에 더해 SC제일은행의 지배구조도 박 행장의 4연임을 가능케 했다. SC제일은행의 100% 최대주주는 SC그룹이다. 지주사 이외에 다른 외부 주주를 두고 있지 않아 외풍에 흔들릴 여지가 없는 것이다.
외국계 은행이라는 점에서도 금융당국의 지적을 피해 갔다. 박 행장이 4연임에 성공하면서 임기 1년을 더 보장받으며 전체 재임 기간이 10년이 될 전망이다. 박 행장은 은행권 최장수 CEO 대열에 등극하게 된다. 박 행장은 재임 기간으로 역대 두 번째에 올라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14년), 김정태 전 하나금융회장(10년)의 뒤를 잇게 된다.
SC제일은행뿐만 아니라 씨티은행 유명순 행장도 연임에 성공했다. 유 행장은 2020년 씨티은행장 자리에 올랐다. 지난달 14일 씨티은행 임추위는 유 행장을 차기 은행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임추위는 그의 수익성 강화 성과를 높이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달 27일 주주총회를 개최해 유 행장의 연임을 최종 결의할 계획이다.
작년 말부터 금융감독원(금감원)은 금융권 지배구조 개선을 화두로 꺼내 들며 CEO의 장기 집권에 제동을 걸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유능한 경영진의 선임이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자 책무"라며 "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승계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금융지주사 CEO의 연임 행진이 끊긴 최근의 상황과 정반대의 모습이다. 3연임이 유력했던 조용병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용퇴를 결정했고, 진옥동 당시 신한은행장이 회장에 선임됐다.
우리금융은 손태승 전 회장의 후임으로 지난 3월 임종룡 회장이 취임했다.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 후임으로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김지완 BNK금융 후임으로 빈대인 부산은행장이 선정됐다. 4연임이 유력했던 KB금융그룹 윤 회장도 용퇴를 결정, 양종희 부회장이 차기 회장에 낙점됐다.
SC제일은행 임추위는 "박 행장은 당행이 큰 재무적 성과를 꾸준하게 달성할 수 있도록 한 점 등이 높게 평가돼 4인의 은행장 후보군 중에서 가장 높은 평가 점수를 받았다"며 "임추위는 위원 전원의 찬성으로 박 행장을 2024년 1월 8일부로 임기가 개시되는 차기 은행장 최종 후보자로 단독 추천할 것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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