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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 Blue]권순우의 휠라, '블레임룩 효과' 있나 없나아시안게임 라켓 패대기 입길 휠라홀딩스 주가 하락, 과거 조주빈 사건 급등

이우찬 기자공개 2023-10-23 09:32:24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8일 14: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

휠라홀딩스 주가는 지난 9월 26일 전일보다 6.24% 하락한 3만 6800원을 기록했습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주식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한 가운데 경쟁사보다 주가 하락 폭이 더 컸는데요. 같은 날 LF는 0.91% 하락했습니다. F&F는 2.37% 떨어졌고 영원무역은 2.79% 하락했는데요. 한섬은 2.05% 떨어졌습니다. 패션업계에서 휠라홀딩스 주가가 유독 큰 폭으로 떨어진 하루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하루 전(25일) 한국 테니스 간판 권순우(26·당진시청)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단식 경기에서 일으킨 논란으로 입길에 올랐죠. 그는 25일 경기에서 태국 카시디트 삼레즈에게 졌는데요. 경기 패배 후 라켓을 바닥에 강하게 내리쳤고 라켓으로 의자를 때렸습니다. 상대 선수는 라켓을 던진 뒤 짐을 정리하던 권순우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으나 권순우는 시선을 주지 않았습니다.
출처=네이버증권
해당 영상이 유튜브 등에서 재확산되면서 그의 모자에 박힌 휠라 로고도 주목받았습니다. 권순우는 휠라가 후원하는 테니스 선수로 유명한데요. 과거에는 CJ그룹의 후원을 받았던 유망주였죠. 상대 선수는 랭킹에서 한참 밀리는 선수였습니다. 1세트 후 화장실에 간 태국 선수는 10분 동안 돌아오지 않는 등 매너 측면에서 좋지 않았던 건 사실입니다. 다만 권순우의 행동은 태극마크에 걸맞지는 않았죠. 권순우는 다음 날 즉시 자필 사과문으로 고개를 숙였습니다.

휠라홀딩스 종목 토론방에는 '권순우가 한건 했다'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26일 주가 하락과 하루 전의 권순우 이슈는 연관이 있었던 걸까요.

휠라홀딩스 주가는 과거 유사한 사례에서는 외려 올랐습니다. 지난 2020년 3월 26일 2만 7050원에 거래를 마쳤는데요. 미국사업 부진 등으로 며칠 전 52주 신저가(장중 1만 8850원)을 기록했던 주가가 급등한 것이죠. 전날 대비 29.74% 상승했습니다.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으로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조주빈은 휠라 로고가 선명하게 박힌 맨투맨티를 입었습니다. 휠라그룹에 당시 사건은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라고 합니다. 주가는 상승했으나 휠라 홍보팀은 브랜드 가치 훼손을 우려해 언론사에 로고를 모자이크 처리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주식 시장에서는 결과적으로 주가가 상한가 근접하며 급등했는데요. 노이즈 마케팅 효과 또는 블레임룩 효과로 풀이됩니다. 블레임룩 효과는 비난하다는 뜻의 블레임(Blame)과 스타일이라는 뜻의 룩(Look)을 합친 말입니다. 이슈가 사회적 영향력이 클수록 블레임룩의 파급효과도 커진다고 하네요. 조주빈 사건과 권순우 이슈. 브랜드 가치 훼손이 우려되는 두 사건에서 주가는 전혀 다르게 움직였습니다.

◇Industry & Event

두 사례에서 주가 급등, 하락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게 휠라그룹 설명입니다. 브랜드 가치 훼손과도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권순우의 경우 이번 이슈로 패널티는 없고 후원 관련 사항도 변동이 없다고 합니다. 약물, 음주운전 등 사회적 파장을 낳은 사건도 아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요약하면 패션사업을 영위하는 휠라의 펀더멘탈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아니라는 겁니다. 휠라홀딩스 주가를 결정하는 주력 사업을 살펴볼 필요가 있겠네요.

휠라그룹의 사업은 라이프 스타일 스포츠 브랜드의 휠라부문과 골프의 아쿠쉬네트(Acushnet)부문으로 나뉘는데요. 아쿠쉬네트 부문은 타이틀리스트(Titleist)와 풋조이(FootJoy), 피나클(Pinnacle) 등 골프 브랜드 사업을 영위합니다.

휠라홀딩스의 자회사 휠라코리아는 지난해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스포츠 브랜드'로의 도약을 선언한 바 있는데요. 테니스 사업을 활발히 전개하고 후원 선수인 권순우를 적극 활용합니다. 지난달 최정상급 선수를 위한 퍼포먼스 전용 테니스화 몬도 포르자(MONDO FORZA)를 론칭했습니다. 권순우가 착화한 것으로 알려졌죠.

이외에도 테니스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합니다. 휠라코리아는 휠라 그룹의 주요 스포츠 종목 중 하나인 테니스 부문의 헤리티지를 적극 활용한 제품을 출시해 소비자로부터 호응을 얻었고 광화문 광장에서 '2023 화이트 오픈' 행사를 개최해 테니스 동호회, 잠재 소비자에게 브랜드 컨셉트를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아쿠쉬네트 부문이 운영하는 골프 전문 브랜드 Titleist와 FootJoy는 타 브랜드와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유지합니다. 골프공 'Pro V1', 'Pro V1X'은 2022년 전 세계 골프 투어에서 골프 선수의 74%가 사용하며 압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주력 사업부문의 경쟁력에도 주가 흐름 자체는 좋은 편은 아닙니다. 2019년 5월 20일 8만 7900원으로 고점을 찍었던 휠라홀딩스 주가는 약 10개월 뒤인 2020년 3월 1만 8850원으로 하락했습니다. 52주 최고가와 최저가는 각각 4만 900원, 3만 400원인데요. 최저 수준 주가를 기록한 뒤 지속 상승하기는 했으나 최근 주가 흐름은 다시 정체된 편입니다.

주가가 미래 가치를 반영하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전망이 좋지는 않습니다. 최근 3년(2020~2022) 휠라홀딩스의 연결 매출은 3조 1288억원, 3조 7940억원, 4조 2218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다만 올해 예상 매출은 4조 697억원으로 역성장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추정합니다. 휠라홀딩스도 지난 8월 공정공시를 통해 올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5~10%, 영업이익은 30~40%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연말까지 국내 유통채널 재조정 작업을 마무리하고 미국 내 재고도 50% 이상 축소하기로 결정했죠.

◇Market View

시장은 휠라홀딩스 주가 흐름을 어떻게 볼까요. 본업이 회복되지 않았지만 배당 등을 활용해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한다고 평가합니다. 주주환원 의지가 주가를 떠받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리포트에서 "아직 반전은 없다"며 투자의견 'Hold', 목표주가 4만원을 유지했는데요. 나이키를 비롯해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의 저가 채널 할인 판매로 브랜드간 경쟁이 심화해 업황 자체가 우호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 연구원은 "미국 재고 소진은 일단락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성장 전환은 추세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대신증권의 유정현·정한솔 연구원은 본업 회복력이 매우 약하지만 배당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한다고 평가했습니다. 휠라홀딩스는 지난해 9월 특별 배당 실시 이후 올해도 특별 배당을 이사회에서 결의했습니다. 대신증권은 휠라 브랜드력 회복과 큰 상관없이 매년 안정적인 현금 유입으로 배당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와 브랜드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기도 했네요.

투자의견 중립도 눈에 띕니요. 형권훈 SK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 리포트에서 목표주가를 4만 1000원으로 직전 리포트보다 7000원 내렸습니다. 올해 2분기 휠라부문 영업적자에 관해 리브랜딩과 휠라 USA 재고조정 영향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형 연구원은 "올해 실적에서 기대할 포인트가 부재하다"며 "내년에 있을 리브랜딩의 성패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Keyman & Comments

휠라그룹 내부에서는 주가를 어떻게 볼까요.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이호연 경영전략본부장은 IR까지 총괄하는 인물인데요. 2021년 9월 CFO 직책이 도입되면서 공식적으로 곳간을 책임지기 시작했습니다. 1982년생으로 재무·회계 부문 전문가로 통합니다. 2008년 미국 조지메이슨대 재무금융학과를 졸업한 후 2013년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재무(Finance) 석사 과정을 마쳤습니다.

휠라그룹 쪽에 지난 17일 이 본부장과의 통화를 요청했습니다. 조주빈 사건과 권순우 이슈에 따른 주가 급등락, 브랜드 가치 훼손 우려와 주가 움직임을 CFO로서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이 본부장과의 직접 통화는 어려웠습니다. 해외 출장을 떠났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휠라홀딩스 전략기획팀 관계자는 "연말에 접어들면서 이 본부장이 내년 사업 계획과 예산을 짜느라 최근 더 바빠졌다"며 "이번주 내내 해외에 머무른다"고 말했습니다.

경영전략실 관계자를 통해 주가에 관한 휠라그룹의 견해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IR팀과 전략기획팀은 이 본부장 밑에 있는 경영전략본부 소속입니다. 정상희 경영전략실장은 권순우 이슈에 관해 "주가는 기복이 있는 편으로 해당 이슈 하나로 주가가 많이 흔들리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권순우 선수의 즉각적인 사과로 이슈가 더 키지지 않고 잘 마무리됐다"고 말했습니다.

조주빈 사태에 관해서는 굉장히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는데요. 정 실장은 "오래 전 이슈이기도 하고 사회적으로 큰 공분을 일으킨 사건으로 휠라 브랜드를 언급해 다시 노출되는 게 굉장히 조심스럽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으나 웃을 수 없던 상황으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밝혔습니다.

휠라그룹은 단기적 주가 급등락에 개의치 않고 내실을 다지는데 집중한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2022년 2월 공개한 '휠라 5개년 전략 위팅 투게더(WINNING TOGETHER)'에 맞춰 차분히 나아간다는 구상이죠. 당시 주주환원 의지를 보였는데요. 2026년까지 5년 동안 6000억원 주주환원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2026년 연결기준 지배주주순이익 대비 주주환원 최대 50% 목표입니다. 올해 특별 배당 계획을 밝혔고 다음 달 이사회에서 배당 규모와 시기가 확정됩니다.

정 실장은 주주가치 제고에 관해 "5개년 전략은 주주환원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2년 연속 특별 배당으로 실행하고 있다"며 "이외 방안은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습니다. 보유 중인 자사주와 관련해서도 추가 매입, 소각 등의 구체화된 계획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호연 휠라홀딩스 CFO. 출처=THE C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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