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이낸스 2023]신한베트남은행, 국내 은행 현지화 교과서(20)적극적 현지 직원 채용으로 현지화 성공
호찌민(베트남)=김형석 기자공개 2023-10-27 07:2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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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사의 해외사업 전략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경영 트랜드도 크게 변화하는 모습이다. 은행과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해외시장에 이식해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 각 지역별로 책임자를 세워 권한을 부여하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급변하는 상황에 맞춰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다. 더벨은 전략의 진화를 모색하고 있는 우리 금융사들의 해외사업을 집중 조명한다. 글로벌 확장을 시도하는 금융사들의 해외 사업장을 둘러보고 글로벌 전략과 경영 노하우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9일 11: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국내 은행의 해외진출의 교과서로 불린다. 신한베트남은행의 전체 대출자산의 60% 이상이 리테일대출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모두 현지 고객 대상 거래다. 기업대출 역시 로컬기업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현지 진출 금융사의 수익 기반이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인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지점장 등 고위 직원들도 대부분 현지인이 맡고 있다.이 같은 차이는 발 빠른 현지 금융사의 인수를 통한 규모 확대와 '신한'만의 차별화된 전략 때문이다.
◇ 현지화 전략 자산 10조 최대 현지 은행으로 발돋움
신한베트남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은 9조9269억원에 달한다. 이는 신한은행의 해외법인 중 SBJ은행(일본, 12조3138억원)에 이어 두번째로 규모가 크다.
신한베트남은행의 최근 10년간 성장세를 보면 더욱 극적이다. 신한베트남은행 총자산은 2013년 말 1조4699억원에서 2022년 말 9조9269억원으로 575.35% 성장했다. 수익성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다. 2013년 31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던 신한베트남은행은 지난해 1978억원으로 523.97% 성장했다.
순이익에서 각종 자본비용 등을 가감한 총포괄손익도 신한베트남은행 중심으로 크게 개선됐다. 2013년 195억원이던 신한베트남은행의 총포괄손익은 2022년 2147억원으로 1001.03% 늘었다.
신한베트남은행의 급성장 기반에는 발빠른 현지화 전략이 있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1993년 출범한 베트남 퍼스트 비나은행 합작사에서 시작했다. 합작사 지분은 베트남 현지 베트콤은행 50%, 제일은행 40%, 대우증권 10% 등으로 구성됐다. 2000년 조흥은행은 당시 제일은행이 보유하던 합작사 지분 40%를 인수했다. 이어 2001년 조흥은행은 대우증권 지분 10%를 인수하면서 50% 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조흥비나은행으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신한은행은 이후 2011년 신한은행 지점과 신한비나은행이 합병해 신한베트남은행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이때 신한금융은 현지 합작사와 지분 관계를 정리하고 신한베트남은행을 100% 완전 자회사로 소유하게 된다.
당시 신한은행은 호주계 ANZ은행 인수를 추진했다. ANZ은행이 베트남 시장에서 리테일 사업을 철수하는 데 발 빠르게 움직였다. 베트남 현지에서의 시장 조사와 감독 당국 등과 교감 등을 통해 강하게 인수를 밀어붙였다. 결국 신한은행은 2017년 ANZ 은행 리테일부문 인수에 성공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ANZ은행 인수 후 체질개선에 나섰다. 서양문화 기반의 ANZ은행은 당시 베트남 시장에서 고전했기 때문이다. ANZ은행은 문화적으로 이질감이 큰 상황에서 조직 관리 및 대고객 영업에서 추가 성장동력을 찾지 못했다.
그 결과 2023년 6월 말 기준 신한베트남은행은 수신 53억1300만 달러로 성장했다. 2016년 9월 인수직전 5억4700만 달러보다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여신(1억6100만 달러→37억3400만 달러)과 카드회원(9만5000여명→29만4809명)도 크게 늘었다.
◇ 현지화 핵심은 현지 관리자 육성
신한베트남은행은 지난 6월 말 현재 47개 점포와 2100여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현지직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98%다. 현지 채용인원이 전체 직원의 90%를 넘는 국내 금융사는 신한베트남은행이 유일하다.
신한베트남은행의 한국인 주재원 수는 지난 6월 말 기준 43명이다. 이는 ANZ은행 리테일부문 인수 초기인 2017년 말과 동일한 수다. 직원 수가 수십배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한국인 주재원은 늘리지 않았다.
대신 현지인 관리자(매니저)는 늘어나고 있다. 2017년 32명이던 현지인 매니저는 2020년 말 63명을 거쳐 2022년 말 151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올해는 6월 말 기준 160명에 달한다. 매니저는 한국 모행의 직제로 보면 부장(지점장)에 해당한다.
고급 관리자에 해당하는 본부장급에서도 현지인 수는 늘고 있다. 2017년 말 전무했던 현지인 경영진(본부장)은 2018년 말 3명을 시작으로 올 6월 말 기준 6명을 기록하고 있다. 전체 본부장 9명 중 3분의 2가 현지인이다.
이는 신한베트남은행이 추진한 현지화 전략이다. 인력과 조직, 상품과 서비스의 현지화를 위해서는 직원의 현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정경원 신한베트남은행 부법인장은 "초창기에는 현지화를 위해 단순히 ‘한국계 지상사 및 한국인 고객 이외의 현지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한다’라는 개념으로 접근했다"면서 "하지만 한국인 주재원 중심으로 한국적인 사고와 문화에 기반해 현지 고객을 상대하면서 한계가 명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진정한 현지화를 위해선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직원을 채용해야 하고 결국 현지 인력을 채용해 양성하는 것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 디지털 혁신·맞춤 금융서비스로 현지 10위 은행 도약 목표
현지 인력 확대로 현지화에 성공한 신한베트남은행의 다음 목표는 디지털 고도화를 통한 현지 금융시장 선도다.
신한베트남은행은 모바일 플랫폼 업그레이드와 비대면 상품 및 서비스 다변화 등 은행 자체의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외부 플랫폼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신한베트남은행은 Zalo(메신저)과 Tiki(전자상거래), MoMo(전자지갑) 등 제휴를 진행했다. 디지털 고객수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디지털 고객수는 지난 6월 말 기준 약 127만명으로 지난해 말보다 27% 급증했다.
고객별 맞춤 금융서비스 역시 신한베트남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핵심 사업이다. 신한베트남은행은 단순한 금융서비스 지원뿐만 아니라 법인설립 단계부터 공단 개발사, 부동산, 법무/회계법인 등과 협업을 통해 안정적 시장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기업 알스퀘어와 세무, 회계, 법률 서비스 기업 KNL 파트너스와 업무제휴를 통해 통합 자문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 밖에도 국내 수준의 외환/파생상품 서비스, 기업자금관리 서비스, 법인 신용카드는 기업의 영업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경원 부법인장은 "신한베트남은행이 한국 금융사의 현지 진출 모델이 된 것은 부담이 크다"면서도 "현지 진출한 한국 리딩뱅크로서 앞으로도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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