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 Blue]와인 1호 상장사 나라셀라, 주가 '반토막'…반등 언제쯤"실적 입증하는 '정공법'이 근본적인 해결책"…주세법 개정·전자상거래 규제 완화 기회
서하나 기자공개 2023-10-20 07:59:54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8일 14: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한국 와인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휩쓸던 시기 호황을 누렸습니다. 해외여행 등이 크게 제약을 받으면서 값비싼 명품이나 와인, 골프 등으로 여가 수요가 몰렸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혼술 트렌드도 겹쳤습니다. 2021년 와인 수입액이 전년 대비 두 배가량 늘었다고 하니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시기 국내 주요 와인 유통사들은 물론이고 신세계·롯데·현대백화점그룹 등 국내 유통 대기업들도 와인 사업에 뛰어들었을 만큼 와인 산업은 황금기를 누렸습니다.
나라셀라는 국내 와인 유통 업계에서 '첫번째 펭귄'을 자청했습니다. 와인을 매개로 문화적 가치를 전파하는 와인문화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로 코스닥 1호 상장사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당시 나라셀라는 투자자들에 명품 와인을 국내에 독점적으로 판매하는 유통 구조와 와인의 하방 경직성, 온채널(호텔, 레스토랑, 음식점) 강점 등을 소구점으로 내세웠습니다.
와인 유통사의 상장 전례가 없던 만큼 초반 시장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나라셀라는 증권신고서 비교그룹에 명품기업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등을 넣었다가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을 받고 이를 정정하는 진통을 겪었습니다. 기관·일반투자자들로부터 수요 예측에 실패하면서 최하단 공모가(2만원)를 확정했지만 나라셀라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습니다. 나라셀라는 올해 6월 2일 코스닥 상장사로서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하지만 상장 이후에 오히려 고민이 더 깊어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상장 첫날부터 공모가보다 낮은 시초가로 체면을 구겼고 두 달 뒤 무상증자에 따른 권리락 효과로 주가가 반짝했지만 하락 추세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무상증자에 따른 권리락 이후 나라셀라의 52주 최고가는 1만2382원을 기록했습니다. 이후 주가는 쭉 내리막길을 걸었고 전일(17일) 기준 주가는 5130원으로 최고점 대비 약 61% 빠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상증자 권리락은 신주배정의 권리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경우 한국거래소는 신규주식 발행 이후 늘어나는 주식수를 감안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춥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업가치는 동일한데 주가가 저렴해지는 일종의 착시현상이 나타나면서 매수세가 몰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문가들은 나라셀라의 공모가 자체가 높았다는 지적을 하지만 주된 원인은 와인업계 자체의 침체에 있는 것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글로벌 경기 불황이 겹치면서 골프, 명품, 와인 등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고, 국내 와인 산업도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성장세가 한 풀 꺾였단 분석에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팬데믹 기간에는 보복소비 경향과 혼술 트렌드가 대세였지만 고물가 동향으로 소비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됐고 소비자들이 줄였던 해외 여행 등에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나가면서 상황이 완전히 반전됐습니다. 여기에 1인 가구의 확대로 한 병당 양(750mL)이 많은 와인 대신 혼자서도 부담없이 마실 수 있는 주종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어려운 시기는 나라셀라 앞에만 닥친 것이 아닙니다. 국내 주요 와인 수입사들 역시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거뒀고 올해도 그리 낙관적인 상황이 아닙니다. 2년 전인 2021년 와인 산업은 996억원 규모 매출을 냈지만 지난해 517억원으로 눈에 띄는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국내 주요 와인 유통사의 실적도 부진했습니다. 매출 규모 순으로 국내 기업 상위 6곳의 영업이익이 모두 전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파악됩니다. 신세계엘앤비는 지난해 영업이익 116억원을 기록해 전년 212억원보다 약 45% 급감했고, 금양인터내셔날은 187억원으로 전년(265억원)보다 약 29% 줄었습니다. 이밖에 △아영FBC(약 –26%) △나라셀라(약 -4%) △신동와인(-47%) △씨에스알와인(-12%) 등도 모두 이익 규모가 감소했습니다.
◇Market View
한 때 성장 잠재력이 전 세계에서 두번째로 크다고 전망됐던 한국 와인업계는 이대로 주저앉고 마는 것일까요. 한국 전체 주류시장 규모는 약 9조5000억원으로 파악돼 이미 규모가 상당한 편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전자상거래를 통한 주류 거래 등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아 추가적인 성장 여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 전체 전자상거래 시장의 규모는 약 210조원인데 만약 주류의 전자상거래 규제를 완화할 시 전체 주류 거래 중 25~30% 정도가 온라인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향후 주세법 개정에 따른 마진율 개선도 주요한 주가 상승 모멘텀으로 꼽힙니다. 현행 주류세는 주류의 가격에 세금을 부과하는 종가세를 따르고 있습니다. 주류 수입원가의 약 15%에 해당하는 관세를 매긴 뒤 여기에 다시 30%의 주세를 매기고, 주세의 10%에 교육세를 추가합니다. 마지막으로 수입원가와 관세, 주세, 교육세 모두를 합친 금액에 대해 10%의 부과세를 부과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모두 합치면 총 세금 비중이 주류 수입원가의 약 46.3%에 이릅니다.
한국 등 소수를 제외한 OECD 국가 대부분은 종량세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종량세는 수입하는 주류의 수량에 따라 정해진 일정한 금액의 세율을 정하는 과세 방법입니다. 현행 종가세보다 세율이 낮습니다. 2020년부터 맥주의 주세 부과 기준이 종량세로 전환되는 등 현재 타 주류 종목으로 확대하는 안이 논의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주류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주류의 가격이 아닌 양에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제가 도입될 경우 가격대가 높은 프리미엄 와인일수록 주세 인하 효과를 크게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판매 마진과 판매량의 동반 상승으로 이어지고 프리미엄 주류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류 전자상거래 규제 완화 움직임도 와인 업계엔 반가운 소식일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온라인 주류 판매가 금지된 국가는 한국과 폴란드 등 단 두 곳에 불과합니다. 그동안 다소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던 한국에서도 미성년자 주류 구입 문제에 대한 기술적·규제 보완책을 갖추고 주류의 전자상거래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미 2020년 4월 스마트 오더 방식으로 제한적인 유통을 허용했습니다.
◇Keyman & Comments
나라셀라는 총체적인 난관 속에서 다시 비상할 수 있을까요. 주가는 예측할 수 없는 것이지만 나라셀라는 결국 좋은 실적을 통해 성장성을 입증하는 정공법만이 '해법'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투자자와의 소통 강화, 이익 수준 내에서 배당 확대 등도 함께 추진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오의석 나라셀라 최고재무책임자(CFO, 전무)는 1993년 동부그룹(현재의 DB그룹)에 입사해 약 28년을 회계, 자금, 재무기획 업무를 맡은 재무 전문가입니다. 그룹사 내에선 동부화학, 동부하이텍, 동부메탈 등 제조부문에서 주로 경력을 쌓았습니다.
2021년 나라셀라에 CFO로 합류해 2023년 6월 상장하기까지 기업공개(IPO)를 진두지휘했습니다. 당시 오 전무가 오랜 기간 재무파트에 몸 담으면서 금융권, 회계 세무와 관련해 폭넓은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영입 배경이 됐습니다. 나라셀라는 오 전무의 영업과 함께 약 1만주의 주식매수선택권도 부여했습니다.
오 전무는 주요 투자자들과 소통 강화를 위한 IR 행사 등을 기획하고 현재 진행 중에 있습니다. 사실은 나라셀라의 주가 저평가의 주된 원인이 와인 산업 자체의 침체에 따른 영향이 크다고 보이지만 그럼에도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오 전무는 "코로나19 팬데믹 종료와 불황이 겹치면서 명품, 와인, 골프산업이 동반 침체했고 내부에선 이런 상황을 한층 크게 체감하고 있다"며 "주가 부양을 위해 투자자들 설명회, IR 행사 등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힘쓰고 있으며 향후 이익 규모 내에서 배당가능 이익이 발생하면 투자자들에 돌려줄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오 전무는 "아직 이익 규모를 알 수 없지만 상장사 평균 수준 이상을 배당하려고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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