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계열 VC 톺아보기]신한벤처 성장 '일등공신' 이동현 대표, 장수 CEO 될까③신한그룹 인수 후 성장 열쇠 '인재관리'…신규 인력 배치 시너지 노림수 '적중'
김진현 기자공개 2023-10-20 08:08:49
[편집자주]
2017년까지만 해도 은행 계열 벤처캐피탈(VC)은 KB인베스트먼트 한 곳에 불과했다. 2018년부터 금융지주사가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VC를 신규로 설립하거나 M&A에 나섰다. 올해 우리금융지주가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인수하면서 주요 금융지주사는 모두 VC를 계열사로 거느리게 됐다. 금융지주 산하 VC는 은행이라는 강력한 계열사의 지원을 등에 업고 빠른 속도로 AUM을 키워나가며 업계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더벨은 약진하고 있는 은행 계열 VC의 성장 전략과 차별화 포인트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9일 07: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금융그룹에 인수된 이후 신한벤처투자는 비약적 성장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초대 수장인 이동현 대표(사진)는 연임으로 신뢰를 받으며 성장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업계에서는 이 대표 체제에서 신한벤처가 급성장할 수 있던 비결로 '인재 관리'를 꼽는다.벤처캐피탈 업계에서는 '사람이 곧 재산'이라는 말이 보편적으로 쓰인다. 딜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심사역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두산 그룹 산하 VC였던 네오플럭스가 신한금융 산하로 편입될 때 가장 우려했던 것도 인력 이탈이었다.
이 대표는 모회사 교체기에 인력 이탈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외부에서 우수한 인재를 영입해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 훌륭한 스타트업 파운더를 찾는 그의 선구안이 인재 영입에서도 발휘된 셈이다.
◇ 펀딩·운용 역량 강화 '외형 확대' 비결
이 대표는 지난해말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부임 후 1년 연임 추천을 받으며 올해 말까지 임기를 수행하게 됐다. 그가 신한벤처투자의 외형 성장에 크게 기여한 만큼 또한번 연임을 이어갈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같은 은행 계열 VC인 KB인베스트먼트의 김종필 대표도 첫 2년 임기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뒤 1년 단위의 연임을 이어가며 그룹내 최장수 대표이사로 6년차 임기를 수행 중이다.
이 대표 부임 이후 신한벤처투자의 운용자산(AUM) 규모는 9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 규모(VC, PE펀드 포함)로 성장했다. AUM이 급성장한 배경엔 모그룹 계열사들의 전폭적 지원도 있었지만 자체적으로도 인적 자원 관리에 공을 들인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그가 대표로 취임한 이후 영입한 핵심 인력 중 한 사람이 투자전략실을 이끄는 봉원호 이사다. 봉 이사는 한국벤처투자 출신으로 2020년 신한벤처투자에 합류했다. 봉 이사는 1세대 VC로 이름을 날리던 네오플럭스가 신한금융그룹이라는 대형 은행그룹의 지원을 받는다면 크게 성장할 거란 판단에 합류를 결심했다.
봉 이사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펀드 운용의 밑그림을 그리는 일이다. 또 다른 하나는 외부 자금 조달이다. 심사역들이 맘 편히 투자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그의 역할이다.
그는 한국벤처투자에서 4년 가까이 근무했던 경험을 살려 기관투자가(LP) 영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의 경험이 신한벤처투자가 모회사가 아닌 외부에서 펀딩을 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신한벤처투자가 2021년말 2300억원 규모의 '신한벤처투모로우투자조합1호'를 결성하는 데에도 봉 이사의 역할이 컸다. 해당 펀드는 네오플럭스 시절을 포함해 창사 이래 결성한 가장 큰 사이즈의 펀드다.
해당 펀드에는 산업은행과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등 VC업계의 기관LP 외에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MBC 등 민간 기업도 참여했다. 봉 이사의 넓은 네트워크를 활용한 펀딩 역량이 발휘된 결과다.
운용 부서에서는 네오플럭스 시절 없던 글로벌투자본부와 시너지투자본부를 구축하며 운용 규모를 확장했다는 게 가장 큰 성과다. 글로벌펀드와 SI펀드를 운용할 수 있는 기반을 닦은 뒤 모회사를 통해 펀딩 지원을 받으며 외형 성장을 일궈냈다.
글로벌투자본부를 꾸린 뒤 신한벤처투자는 2000억원 규모의 '신한글로벌플래그십투자조합제1호'(2020년)와 450억원 규모의 '신한-GB 퓨처플로우 펀드'를 결성할 수 있었다. 시너지투자본부 결성 뒤에는 2700억원 규모의 '신한하이퍼커넥트투자조합제1호'를 결성했다.
이 대표는 해당 조직을 꾸리면서 '전문 역량'을 갖춘 인력을 배치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처음 채용할 때부터 어떤 롤을 수행할지를 명확하게 정해놓고 영입 대상을 찾았다"며 "사업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전략적 포인트를 잘 이해하는 사람을 배치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글로벌본부 수장은 이진수 본부장이다. 이 본부장은 한화금융그룹, SK그룹을 거치며 글로벌 부문 투자를 경험했다. 이 본부장을 필두로 삼성벤처투자 출신의 글로벌 투자경험을 지닌 김인균 부장, KT인베스트먼트 출신의 서예진 팀장 등을 배치했다.
시너지투자본부에는 신한금융그룹 출신 인력과 외부 전문 인력을 적절히 섞어 배치했다. 시너지투자본부 수장은 신한은행 출신의 정학진 본부장이다. 정 본부장 외에 신한라이프·캐피탈을 거친 이범수 부장, 신한카드·캐피탈 출신의 이병곤 부장, 신한투자증권 출신 김지원 차장 등이 포진해 있다.
이 대표는 SI 투자 영역에서 전문성을 갖춘 D3쥬빌리파트너스 출신의 하정희 상무도 영입했다. 하 상무는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되기 전 인텔과 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 등에서 SI 성격의 딜 검토와 투자활동을 했던 전문가다. 연초 초기 투자 강화를 위해 영입했던 김승현 이사도 시너지투자본부에 배치했다. 김 이사의 역할은 신한금융그룹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인 '신한퓨처스랩'과의 연계를 통한 투자 딜 발굴을 포함한 초기 기업 발굴이다.
◇VC 투자 임원 이탈 제로, 인력 인수 이후 2배가량 증가
신한금융그룹 자회사 편입 뒤 인력 이탈은 많지 않았다. 네오플럭스가 M&A 전문 회사로 이름을 날렸던 까닭에 당시 합류했던 PE부문 인력들만 일부 이탈했다. 신한금융그룹 인수 이후 VC부문에 좀 더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이들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풀이된다.
네오플럭스가 신한금융그룹에 인수된 뒤 PE본부에 재직하던 안성국 전무, 민경민 상무, 박지영 상무가 회사를 떠났다. 모두 PE본부 인력이다. 안 전무는 유니콘 기업 메가존클라우드의 CFO로 자리를 옮긴 상태다. 민 상무는 오아시스에쿼티파트너스를 설립, 대표직을 지내고 있다. 박 상무는 KB증권 PE사업본부로 옮겼다.
VC본부 임원들은 계속해서 신한벤처투자에서 근무 중이다. 이 대표는 기존 임원들을 주축으로 새로운 인력들을 추가 채용하면서 진용을 재정비했다. 이 대표는 네오플럭스 시절부터 임원을 지냈던 이호준 본부장을 필두로 최성일 실장, 조재호 실장, 현종윤 실장을 주축으로 각각 VC투자 1, 2, 3실을 꾸렸다. 투자 스타일과 성격에 따라 조직을 재배치한 것이다.
VC투자 1실은 주로 디지털, 소프트웨어 등 분야에 투자하는 인력들이 포진돼 있다. 투자2실은 제조, 소재·장비 분야에 강점이 있고, 투자3실은 반도체, 화학, 기계 분야 투자가 주력이다. 여기에 2017년 신한벤처투자에 합류한 동아쏘시오홀딩스 출신 이재영 부장을 중심으로 바이오·헬스케어 영역에 투자하는 VC투자 4실을 구축했다.
PE본부 역시 네오플럭스 시절부터 재직해 온 김동환 이사를 주축으로 재편했다. 김 이사에게 PE전략본부장 역할을 맡겼고, KDB캐피탈 출신의 15년 경력 베테랑인 함동석 상무를 영입해 PE본부장으로 김 본부장의 조력 역할을 하게 했다.
이 대표 체제에서 신한벤처투자의 인력은 58명으로 증가했다. 네오플럭스가 매각되기 직전 임직원 수는 34명이었다. 인수 전과 비교해 70% 이상 근무 인력이 증가한 것이다. 연초 이 대표는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운용 규모 성장에 따라 인력을 60명까지 늘릴 계획을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 이 대표는 2021년 네오플럭스에서 신한벤처투자로 간판을 바꿔달 때 리모델링 공사 단계에서부터 인력 추가 영입을 염두에 두고 60명 가까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현재로선 당시 계획했던 만큼 인력 충원을 마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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